두 갈래의 하루

볼리비아_우유니

by 인디

새카만 밤을 가로질러 새벽이 되어서야 마을에 도착했어. 사막 마을의 새벽 공기는 너무 추웠어. 닥치는 대로 가방에서 옷가지를 꺼내서 머리에는 수건을 두르고 목에는 바지를 두른 친구의 모습을 비웃으며 겨우 숙소에 도착했지. 사막의 냉기는 이불속까지 파고들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내 체온에 의지해 겨우 잠들었어. 잠이 깨서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을 때 방안은 주황빛으로 가득했어.


이국적인 빛과 낯선 공기가 뒤섞인 오묘한 분위기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멀리까지 왔다는 안도와 이 순간이 절대 되풀이되지 않을 거란 흥분으로 마음을 들뜨게 했어.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고 숙소 문 앞에 앉아서 광합성을 하니 발끝까지 온기가 돌더라고. 친구도 일어난 후 허기를 채우러 식당을 찾아갔어.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시켰지. 어쩜 나온 음식도 참 맛있더라고. 밥을 먹으며 한 마디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식당 티비에 틀어진 코미디 영화를 흥미롭게 쳐다봤었어. 땅이 발에 닿지 않는 것 같이 붕 떠있던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지.


나중에 한국에서 친구와 추억을 더듬다 그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어. 우유니에 도착한 날에 방이 온통 주황색이었던 아침 있잖아, 하고 말문을 떼니, 알지- 정말 최악이었던 그날, 이라고 맞장구쳤어. 우리는 똑같은 주황빛에서 시작해 같은 곳에서 함께 있었지만 전혀 다른 하루를 보냈더라고.


친구는 눈을 떴는데 주황빛인 방이 너무 낯설고 내가 보이지 않아 덜컥 겁이 났대. 너무 멀리 와서 무슨 일이 생겨도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이국 땅이란 실감이 나더래. 식당에 갔는데 속이 좋지 않아서 음식은 너무 맛이 없었고 심지어 티비에서는 괴상한 영화가 하고 있었다고 기억하는 거야.


이 기억을 나누다보니 친구가 그날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어 미안해졌어. 나는 설렘과 흥분에 들떠서 친구가 어떤 기분인지를 살피지 못한 것 같았거든. 사람들은 그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을 거야. 곁에 누군가 있더라도 충분히 닿지 않으면 더 외로운 날이 있거든. 함께 한다고 해서 항상 꼭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는 걸 알지만 자네는 괜찮은가, 하고 그저 한 번씩 툭 쳐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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