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너네는 걷기만 시작하면 몇 분 걸리냐고 언제 도착하냐고 칭얼대기 시작하지. 물론 목적지에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말이야,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는 건 아니야. 이동하며 지나쳤던 길도 모두 여행으로 귀속된단 말이야. 두고 온 곳에 대한 아쉬움이나 애잔함을, 향하고 있는 곳에 대한 긴장이나 설렘을 안고 이동 중인 것, 떠났지만 도착하지 않은 그 상태가 얼마나 두근거리는데. 그리고 걸으면 그 모든 길이 더 생생히 기억되더라. 내가 그저 궁상맞아서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후후
튀르키예에선 처음으로 렌터카로 여행을 했어.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가는 점형이 아니라 도시 사이를 선으로 잇는 여행의 재미는 색달랐어. 차를 타고 가다가 어디서든 훌쩍 내려서 계획에 없던 풍경을 보고 예상할 수 없던 튀르키예를 만났지. 계속 달렸고 자주 멈췄고 오래 만끽하기 위해 차를 세웠어. 그게 참 좋았어.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풍광에 질릴 틈이 없었어. 어떤 날은 푸른 호수가였다가 어떤 날은 외계의 것 같은 기암의 지역에 있었고 빛 아래 모든 색이 날아가 버린 것 같은 하얀 소금 호수에서 또 아기자기한 귀여운 마을로 이어졌지. 어디에서 멈췄는지보다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기억에 더 남는, 순간이 아니라 여정으로 기억이 되는 그런 여행이었어. 그래서인지 분명 매일매일이 특별했는데 막상 어떤 날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지 잘 모르겠네. 말은 아끼고 길 위에서의 기억을 나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