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페

by 인디

아침에 글을 쓴다. 책상에서 쓰기 시작했지만 형편없는 엉덩이의 지구력으로 인해 자리를 옮겨보기로 한다. 좋은 카페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친구의 영도력에 의지한다. 이번엔 버스를 타지 않고도 30여분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도착한다고 한다. 이토록 적당한 거리라니, 좋다.


나름 통영의 관광지에서는 꽤나 떨어진 동네에서도 꽤나 들어가야 나오는 카페. 원래 커피와 친하지 않지만 왠지 아메리카노를 시켜본다. 커피 향만 입힌 구수한 누룽지물 정도를 선호하지만 괜한 본전 생각에 연하게 해 주세요, 정도로 체면을 지켜본다. 커피의 맛을 잘 모르니 평가할 수 없지만 줄무늬만 심플하게 들어간 잔은 마음에 든다. 문득 거친 나무 결의 원목 상판에 다리가 잔뜩 녹슨 테이블은 사장님이 만드신 것일까 궁금해진다.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니 노출 콘크리트 벽이나 식테리어 같이 트렌디한 감각이 느껴진다. 유행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역시 좋으니까 유행하는 거겠지 싶다. 널찍히 떨어진 독특한 테이블들이 개성 있음으로 일관되어서 인지 편안하다. 밖으로 나가면 오솔길이 있는 소박한 숲과 녹지가 있고 앉아서 차를 즐길 자리가 자연스럽게 마련되어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이리저리 자리를 바꿔가며 녹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창으로 길게 비추던 겨울 해는 한껏 솟아올라도 높은 창을 벗어나지 못한다. 창 꼭대기에 여전히 걸려있다. 햇볕이 쉬지 않고 몸을 데워준다. 그렇게 얘기하고도 뭐 또 할 얘기가 많은지 끊임없이 수다를 떨다가 친구는 해를(아님 나를?) 피해 자리를 옮긴다. 각자의 자리를 맡고 나서는 서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혼자의 세계로 빠져든다. 함께든 각자든 편안한 친구처럼 정제되지 않고 편안한 공간이다.


조금씩 사람들이 채워지지만 토요일 오후임에도 자리는 여전히 넉넉하다. 이 멋진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매출은 나올까, 자본주의의 노예다운 걱정을 해본다. 하지만 곧 왠지 건물주일 것 같은 사장님의 걱정은 하지 않기로 한다. 주인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과 욕심내지 않은 여유가 느껴지니까.


우리 집 옥상 말고 통영에서 여기보다 더 좋아하는 카페를 만나게 될까, 싶지만 건방지게 절대라곤 하지 말아야지. 그저 현재까지 통영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라고만 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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