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나 말라깽이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서 자주 위통에 시달렸고 치아도 좋지 않아 점점 음식을 가리고 더 적게 먹게 되었지요. 50킬로도 넘지 않던 마른 임산부가 오빠를 낳았을 때, 동네에서는 배가 나온 적이 없는데 아이를 낳았다며 성모 마리아설이 돌았다고 해요. 저는 엄마를 통해 먹지 않고도 하루 종일 일하는 기적의 무한동력을 목도하곤 했습니다. 그런 엄마가 여행을 떠나기 전 겨울에 많이 아팠습니다. 허리와 팔이 아파 일상이 어려워졌고 감기와 기관지염이 낫지 않아, 자궁에 조금 이상이 있어, 골다공증 때문에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 가야 했고 항생제를 내내 복용했습니다. 마른 몸은 더욱 앙상해져서 결국 37킬로까지 내려가고 말았지요.
그렇게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엄마는 그래도 회복해 갔습니다. 통증이 옅어져 일상생활이 편해졌을 때 엄마는 웃으며, 여행을 못 가게 될까 봐 밤에 혼자 울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을 가지 못할까 봐 서운해서, 끙끙대며 준비한 나에게 미안해서, 아픈 게 서러워서, 그냥 그런 모든 게 무섭고 슬픈, 캄캄한 밤들이었겠지요. 엄마의 검고 축축한 밤은 마음이 아팠지만 엄마가 이렇게 간절하게 여행을 기다려 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건조해지기 마련인데 눈물이 날 만큼 기대하고 실망할 게 있다는 건 축복이죠.
여행 가서 아프면 어떡하냐고 초조해하는 엄마 곁에서, 저에게도 기필코 해내야 하는 일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엄마와의 이 여행을 무사히 끝낼 때까지 생생하게 살아있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치지도 아프지도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여행을 무사히 끝내고 말겠다고요.
분명 엄마를 위해 시작한 여행인데 어쩐지 저의 삶의 의지 갱생 프로젝트 같은 것이 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