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성인식

by 인디




어느 인디언 부족에선 성인이 되는 관문으로 옥수수밭에서 가장 큰 옥수수를 하나 따오는 것을 시험했다고 합니다. 옥수수밭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구조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이미 딴 옥수수를 버리고 다른 것을 딸 수 없는 조건으로요. 많은 응시생들이 조금 더 가면 더 큰 옥수수가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조금 더를 되뇌며 걷다가 다음 커브에서 갑자기 옥수수밭의 끝에 다다른대요. 결국 아무것도 따지 못한 채 말이죠. 진짜 핵심은 대왕 옥수수를 판별하는 능력이 아니라 늦기 전에 어떤 옥수수라도 딸 결단력 있느냐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옥수수밭 같은 인생에서 ‘지금’, ‘ 이것’이 맞다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용기에 대해서 말이죠.


긴 학창 시절 내내 출제자의 출제 의도 파악을 수련해 온 한국인이라면 이 시험의 함정을 간파하고 유유히 통과해 내야 도리겠지요. 아무 검증 없이 무자격 성인으로 오랜 시간 버텨온 저라도 짬의 힘을 끌어모아 무언가를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이것이 답이라고, 지금이 적기라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제가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니라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이 옥수수밭은 반드시 끝나고 사실 도전자도 심판도 저뿐이니까요.


퇴사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고 어쩌면 딱히 대단한 이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시간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저의 퇴사를 아쉬워해준 사람도 걱정해 준 사람도 응원해 준 사람도, 모두 고마운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저는 이 옥수수를 꺾어 손에 쥐고 나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높은 확률로 가다 보면 더 큰 옥수수를 발견할 테지만 즉시 흐린 눈을 할 겁니다.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꾸짖고 욕도 조금 하겠지만 대단히 후회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는 제 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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