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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나름 Sep 07. 2022

인터뷰 : 더브릭스 이혜린

인디나름 1호: 더브릭스 이혜린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게임으로 할 수 있을까? 사회적인 이야기는 수많은 창작자들이 다루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소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임팩트 게임(시리어스 게임이라고도 불리는)은 종종 나타나 세상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독재의 위험성 혹은 반전의 메시지를 담기도 하고, 현실의 사건을 알리는 고발의 매개체로 게임을 사용하기도 한다.


임팩트 게임은 이제 거대담론을 다루는 것을 넘어서,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살 예방을 소재로 한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30일>


이번 회차에서는, 자살 예방을 소재로 한 <30일>의 제작사, ‘더브릭스’의 대표 이혜린 씨를 인터뷰 하였습니다.




Q.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간 잘 지내셨나요?

A. 네, 조금 정신은 없네요. 우선은... 스토브인디 및 스팀을 통한 PC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침 데모도 나왔고, PC 버전은 전체 개발 분량의 절반은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아트 분이 새로 팀에 합류를 되어서, 컷 씬이 추가되고, 전체적인 리소스의 퀄리티가 좀 더 좋아진 상태로 유저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Q. 워낙 많은 매체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셔서 같은 대답하기가 지루하시겠지만(웃음). 팀과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네, 안녕하세요. ‘The Bricks’의 대표 이혜린입니다. 자살 예방을 소재로 한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인 <30일>을 제작했고,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30일>은 자살 예방을 일단 소재로 하고 있고요 장르는 스토리 멀티 엔딩 스토리 어드벤처예요. 저희 게임을 소개하는 건 오랜만이라서 되게 신나네요(웃음)

자랑을 좀 하자면, 국내 모바일 양대 마켓에 출시된 <30일>은 현재 10만 다운로드 달성, 리뷰도 3천 개 넘게 달렸습니다. 저희의 기대보다 진짜 많이 즐겨 주시고 있어요.


Q. 자세한 소개 감사합니다. 인터뷰와 칼럼 프로젝트의 목적이 창작자 개인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있거든요. 이제 이혜린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신선하네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는 별로 안 궁금해하던데(웃음)

 저는 우선 전공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대학에서 게임 공학을 전공했고, 17년도에 BIC(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인디 게임 페스티벌)를 처음 관람했어요. 그 때, 다른 대학생들의 작품과 잘 만들어진 인디 게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에 인디게임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조금 더 포인트로 삼고 싶은 건 그 때 행사에, 임팩트 게임들이 몇 개 있었어요. 임팩트 게임이라는 게 정말 생소한 개념이던 때였거든요. 이왕 게임을 만들 거면, 임팩트 게임으로 만들어 보자. 그 중에서도, 거대 담론을 다루는 임팩트 게임이 아니라, 조금 더 우리와 가까운 소재로 사회적 영향을 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졸업을 해서 취직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그래서 게임 제작 동아리에 가입을 해서, 게임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30일과 더브릭스의 이야기가 시작됐어요.


Q. 저희가 아이스 브레이킹 겸, 밸런스 게임을 준비했어요.

A. 아?


[단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게임 만들기 vs 수만 명에게 평작으로 기억되기]


A. 이거 약간 노리신 것 같은데요? 전자로 하겠습니다.


Q. 일단 질문이 조금 뻔했다는 점에서 일단 사과 드립니다(웃음).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저희가 추구하던 이상향은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는 거지만, 우리가 봤을 때는 한 명의 삶이 바뀐 거지만, 그 사람의 세상은 바뀐 거잖아요. 그렇게 삶의 전환점이 될 정도의 영향력을… 저희가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삶이 뒤바뀌는)정도의 변화라면 정말 뿌듯하고 창작자로써 보람찰 것 같아요.


Q. 그러면, 리뷰 중에서도 “이 게임을 해보고 많이 달라졌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특히 기억나는 리뷰들이 있었을까요?

A. 되게 많았어요. 저희의 원래 타겟은, 오히려 자살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어요. 자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알리는 게 목표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죽음을 경험하신 분들에게는 너무도 조심스러웠고, 또 무섭기도 했어요. 이 게임을 만드는 게 과연 옳은건지. 그런데 의외로, 실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이 적어 주신 리뷰가 많았고 그런 리뷰들이 많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저희의 원래 의도대로, 주변인의 입장에서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어떤 노력을 기울여 보겠다. 그런 이야기들도 써 주셨어요.


Q. 선한 연향력을 실제로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되게 뿌듯하실 것 같은데, 사실 유저의 반응이라는 건 세상에 내놓기 전 까진 알기 힘들 것 같습니다. 출시하고 나서 달라진 생각이 있나요?

A. 사실. 게임을 만들기 시작 한 순간부터 정말 조심스러웠어요. 욕을 엄청 먹을 각오도 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게임이 하는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해 주시더라구요. 게임에 몰입하고, 이러한 무거운 주제임을 감수하고도 게임을 계속 플레이 해 주신 거잖아요? 오히려 게이머 분들을 잘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 되게 감사한 마음도 컸습니다.


Q. 저희가 이제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를 하면서 게임을 해봤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많은 에피소드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득철’ 아저씨라는 캐릭터에 가장 애착이 가요. 나중에 pc에서 나올 이야기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어서, 지금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웃음)

모바일 버전에서는 주변 캐릭터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PC 버전에서는 주변 캐릭터들의 비중이 커질 예정이에요. 아직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요.
 


Q. 게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유나가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유나의 정신력이 특히 많이 소모된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러한 기획의 의도가 무엇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게임의 시스템 중, ‘정신력’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A. 그 기획의 경우는, ‘유나’가 단순히 게임 속 캐릭터로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의도였어요. 유나가 아무리 좋은 캐릭터라도 해도, 남들을 돕기만 하는게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타인에게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던 시스템이에요.

Q. 게임에 대한 다음 질문입니다. 게임의 주요 인물인 ‘유나’와 ‘설아’의 관계는 고시원 총무와 입주자의 관계입니다. 서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 수도 없고, 오히려 총무와 입주자라는 상하 관계를 가질 수도 있는, 그런 복합적인 관계로 설정하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A. (웃음)인터뷰 재밌네요. 이런 질문 처음 들어보고, 재밌어요.

초기 기획은 친구 관계였어요. 바꾼 이유는 경험담이 좀 반영됐는데, 제가 고시원에 살 때, 고시원 총무님에게 심적으로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물리적으로 가깝지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충분히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관계라는 점이 핵심이었던 것 같아요.

Q. 아하,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언제든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갖지 않는,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 우리 주변 수많은 관계들 중 가장 흔한 관계일 것이다. 더브릭스는 설아와 유나를 ‘애매하게 가까운’ 사이로 설정하였고, 유나는 다행히도 무너지는 설아를 붙잡았다.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 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 가족이나 친구같은 가까운 사이보다, 낯선 사람에게 속 마음을 털어놓기 쉽다는 현상이다. 설아는 가족과 친구를 두었음에도 소리 없이 죽어갔다.

유나와 설아의 관계에 있어 ‘모호함’은 벽이자 열쇠이다. 너무 가깝지 않기에 그녀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고, 너무 멀지 않기에 그녀를 도울 수 있었다. 유나와 설아를 모호한 관계로 설정함은,  시늉조차 없이 스러져가는 ‘애매한 사이의’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여 보자는 의미는 아닐까.


Q. 다시 밸런스 게임입니다.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지만 논란이 되는 게임 vs
논란은 없지만, 사회적 메시지가 약한 게임]


A. 와, 어렵네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음… 저희는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쪽을 택할 것 같아요. 논란이 되더라도, 제가 만든 게임이 그 소재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기회가 되는 게 더 유의미하다 생각해요.


Q. 아까 출시 관련해서 이야기 할 때도 이야기 하셨는데, 게임을 만들 때 많은 고민을 하신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창작을 계속하게 한, 특별한 사명감이나 철학이 있었나요?

A. 뭔가… 멋진 말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이런 소재를 대중에게 알리고, 또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잘못된 정보는 절대 전달하지 말자는 책임감은 있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데 까지, 의학적 표현이나 상처가 될 만한 대사나. 그런 것들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저희가 우선은, 실제 공시생 분들을 많이 인터뷰했어요. 이런 부분이 ‘설아’ 캐릭터 설정에 큰 영향을 준 것 같고요.

그 다음에는 실제로, 원장님이 입주자 분들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걸로 유명한 고시원을 답사하고,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어 본 경험이 유나 캐릭터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나 사건이 있을지, 정신과 전문의 분과 시나리오 자문도 진행했고, ‘한국 생명 존중 희망재단’에서 진행하는 자살 예방 강의를 수강하기도 했고요.

그만큼 저희 작품이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Q. 거의 마지막 질문인 것 같아요. 조금 추상적인 질문인데, 게임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요?

A. 음… 어렵네요.

(한참 뜸을 들이다가)

게임을 하면서 감동을 느끼는 요소는 되게 많아요. 작은 단어 하나가 와 닿을 수도 있고, 아니면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에서 오는 감동이, 내 인생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요. 게임에는 하나의 세계가 있으니까 느낄 수 있는 게 진짜 다양하잖아요. 

뭔가 다양한 생각의 발화점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영화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게 일상적이잖아요? 놀이로서의 게임도 좋지만, 철학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게임이 많이 나와서, 게임의 소재에 대해 토론하는 그런 문화가 많이 정착되었으면 좋겠어요.


Q. 잘 들었습니다. 이건 공통 질문인데요,

게임을 처음 만들게 된 이혜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자꾸 어려운 질문을 주시네요.(웃음)

음. 저는 지금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처음에 네가 했던 생각이 맞다.”


되게 어려운 얘기를 해야 됐잖아요. 부담도 많았고, 해야 할 일도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저희가 의도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거란 확신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런 불안을 덮으려고 했던 행동들이 결국 저희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데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 였던 것 같아요.


Q. 명쾌한 답변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A.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인디나름은 창작 생태계 속 다양한 유형의 게임과, 창작자를 만나고자 합니다. 칼럼과 인터뷰의 형태를 통해 담아낸 창작자 분들의 생각은, 스마일게이트 ‘퓨레터’와 브런치 등의 지면에 격월로 간행합니다.


문의: indienareum@gmail.com

공식 브런치: https://brunch.co.kr/@indienareum

퓨처랩 홉페이지: https://futurelab.center/front/stor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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