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 용순아! 거기 실 좀 가져오너라. 어디 보자, 요놈이 어쩌다 이리됐을꼬.
- 여보, 뭐 먹을 게 있다구 제비를 잡아오셨소... 아니 얘가 왜 이런데여?
아버진 이럴 때 꼭 첫째, 둘째 언니가 아니라 귀찮게 날 찾는다. 나는 반짇고리에서 실패를 냉큼 챙겨서 마당 가운데 둘러 선 식구들 곁으로 달려갔다. 등을 둥글게 말고 쭈그리고 앉은 아버지가 바닥에 눕혀놓은 제비를 요리조리 살폈다. 그리고 내게서 건네받은 실패에서 실을 조금 풀어 뜯어냈다. 나는 우두커니 선 채 힘줄이 툭 불거진 아버지 손을 쳐다봤다. 아버지가 제비를 살며시 들어 손바닥 위에 올렸다. 제비가 새카만 깃털과 꼬랑지를 길게 빼고 힘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방에서 서책을 읽고 있던 큰 오빠가 턱 밑을 벅벅 긁으며 방에서 나왔다. 코 옆에 난 까만 사마귀 점이 오늘따라 툭 튀어나와 참 못생겨 보였다.
- 그게 뭔데, 다들 그러고 있대여? 어머니, 아직 아침밥 멀었는감요.
- 야야, 넌 그냥 방에 들어가. 여는 신경 쓰지 말고 부지런히 글공부만 하는겨.
어머니가 멀찍이 서 있는 큰 오빠를 보자 손사래를 치며 대꾸했다.
- 거참, 한입 거리도 안 되는 거 들고 뭐 하시는 거에여. 이왕 잡아왔으니 솥에 넣어 국물이라도 우려먹어여.
제비 한쪽 다리가 똑 부러져 밑으로 쳐진 모습이 보기 참 안쓰러웠다. 그걸 보고도 큰오빠는 제비탕을 해 먹자는 소리를 하다니! 그리고 아버진 어쩌자고 다친 제비를 주워 왔단 말인가.
제비를 한참 들여다보던 아버지가 마당 한구석에 뒹굴던 잔 나뭇가지 하나를 집었다. 제비는 고개를 모로 축 늘어뜨리고 앞가슴을 헐떡이며 얕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버지가 부러진 다리에 주운 나뭇가지를 부목으로 대고 좀 전 뜯어놓은 실로 조심스럽게 살살 묶었다. 꺾였던 다리가 본래 모양대로 돌아와 단단히 고정되었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제비가 살짝 고갤 쳐들고 양 날개를 퍼득거렸다. 하지만 금세 중심을 잃고 픽 쓰러진 제비. 아버지가 버둥대는 제비를 두 손으로 떠받쳐 들고 초가지붕 아래 빈 제비 둥지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안으로 제비를 쏙 넣었다. 호기심 많은 동생 둘이 바로 밑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둥지 안 동태를 살폈다.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가 들리다 금세 잠잠했다. 동생들과 아버지까지 셋이서 나란히 그러고 섰는데 누가 어른이고 아이인지 분간하기 힘들 만큼 순진무구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빠와 언니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나도 곧 언니들을 따라 봉당마루로 올라가 바느질을 다시 시작했다. 한편 어머니는 미간을 찡그리며 쌩하니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궁이 위 가마솥뚜껑을 열어 들여다보곤 문밖으로 고함을 질렀다.
- 쓸데없이 그러고 섰지 말고 아침 조반이나 드시유. 이따 산에 가서 나무해오는 거 잊지 말구요, 예?
아버지는 어머니의 잔소릴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새 지렁이 한 마리를 잡아 제비둥지 안으로 쓱 밀어 넣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 아가, 다 나을 때까정 여기서 몸조리허고 돌아가. 당분간 니도 우리 식구인께 이거 먹고 얼른 기운 차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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