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의 밀레니얼 초등교사 연구를 연재합니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 인재 양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함께, 핀란드의 교육 방식과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을 비교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 초, 중, 고 12년의 교육 과정은 대학 입시를 위해 달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리고 많은 교실에서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학습 방법이 통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창의적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력, 융합 사고력, 인성 등 요즘 미디어에서 자주 회자하는 '미래 역량'이라고 불리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적 실험과 연구를 시도하는 교실은 정말 없는 걸까?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만이라도 말이다.
우리는 궁금했다. '미래(future)'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교육 현장에서 '현재(now)'를 살고 있는 교사들의 교실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교사들은 어떤 수업을 하고 싶어 하고, 어떤 역할을 하기 원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나? 교사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었나? 우리의 연구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교육 현장의 '현재'를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선생님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리는 Hello ME(Hello ME : Millennial Educator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나 2000년대 초반에 교사로 첫 발을 내디딘 밀레니얼 세대 교사는 우리나라 전체 초등 교원 중 48%(2017년도 교육 기본 통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뒤면 우리나라 초등교사의 절반 이상을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고, 교육 변화와 미래 교육의 키 플레이어(Key Player)가 될 밀레니얼 교사들에게 주목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구의 당사자인 밀레니얼 세대 초등교사 2인과 코크리에이션 팀(Co-Creation Team)의 구조로 연구팀을 구성했다. 밀레니얼 교사들이 연구의 주체가 되어 연구의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말이다. ‘밀레니얼 교사 연구’는 어디까지나 밀레니얼 교사에 의한, 밀레니얼 교사를 위한, 밀레니얼 교사의 연구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관점과 의견이 연구의 여정 내내 우리의 나침반이 되었다.
약 8개월간의 연구 기간 동안 우리는 12명의 밀레니얼 교사들을 일대일로 만나 심층 인터뷰를, 9명의 밀레니얼 교사들 그리고 3명의 선배 세대 교사들과 워크숍 방식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FGI)를, 17명의 밀레니얼 교사들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288명의 밀레니얼 교사들과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만났다. 각 과정은 딱딱한 인터뷰와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시간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핵심 질문들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고자 노력했는데, 참가자들로부터 ‘연구라고 해서 왔는데 연수 같았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 등, 연구 과정의 모든 시간이 소개팅, 수다회, 놀이와도 같아 연구자와 참여자 모두가 즐겁게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것은 의미 있고 재미있었다는 말로 치환이 가능한데 연구의 여정들까지도 밀레니얼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강점탐구이론(Appreciative Inquiry Approach; AIA)에 기반해 밀레니얼 교사들이 지닌 가능성과 강점에 주목하여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교육 현장의 의미 있는 변화들을 살펴보았다. 연구의 각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다음 과정에 반영하며 점진적, 순환적으로 연구를 발전시켜나가는 참여 실행 연구(Participatory Action Research; PAR)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정해진 결론을 향해 달려가기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 연구에 ‘답정너’는 출입금지였다.
또한,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 중간에 카드 뉴스나 동영상으로 연구에서 얻은 인사이트나 연구에 참여한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담아 공유했는데, 이것은 연구에 참여하는 밀레니얼 선생님들의 공감을 얻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 이외의 다른 세대 교사들에게도 연구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확산되는 통로가 되었다.
본 연구는 밀레니얼 세대 초등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질적 연구와 양적연구 방식을 병행한 혼합 연구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온라인 설문조사의 경우 비무선표집방식으로 데이터를 취합하였다. 우리는 데이터를 수치화하는 것보다 데이터에서 보이는 교육 현장 안의 의미 있는 변화의 흐름들을 해석하고 나아가 변화를 격려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를 위한 연구는 재미가 없으니까.
교육 현장을 둘러싼 변화의 파도
최근 많은 교육서와 미디어, 미래학자들이 언급하듯이 교육 현장에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1~2년이면 옛 지식이 되는 오늘날,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지식 창출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와 같은 지식의 양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더 줄어들고,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변화를 읽어내고 필요한 지식을 찾아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없이 중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니, 이미 와 있다.
미래 세대는 일생 동안 3개 이상의 영역에서 5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19개 이상의 서로 다른 직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예측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개의 직장에서 다양한 일을 병행하는 사람인 ‘N잡러’가 등장했다. 2016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전 세계의 8세 아이들 중 65%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기술 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직업에 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대량 실업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각 나라는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단순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창조력과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존 산업 사회에서 유용했던 기술이나 상품들이 점차 사라지고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들로 대체되고 있다. 앞으로 대체될 상품, 서비스, 직업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배워야 할 것이다. 새롭게 다가올 세상이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올지 우리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파도를 대하는 남다른 자세, 밀레니얼 교사들
우리는 교육 현장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밀레니얼 교사들의 삶과 교육 활동의 태도 및 특징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밀레니얼 교사들이 변화의 파도를 대하는 자세는 사뭇 다르다. 이들은 교육 현장에 밀려오는 새로운 변화들에 적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다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파도를 타는 세대이다. 이들은 자신의 모든 경험과 관심사, 역량을 배움의 현장에 연결시키고 적용하는 세대이며, ‘교육은 이래야 해’, ‘교사는 이래야 해’라는 ‘00하기 때문에 00 해야 한다’는 오래된 방식과 영혼 없는 원칙들을 거침없이 깨뜨리는 세대이다. 변화의 파도를 능동적으로 맞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세대, 그래서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을 변화의 파도 위에 올라탄 ‘서퍼(Surfer)’라고 부르기도 했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매거진의 콘셉트가 ‘서핑(Surfing)’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교사들의 특징
밀레니얼 교사들을 ‘우리가 학창 시절 경험했던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의 필터’로 보지 말자!
밀레니얼 교사들에게는 공통적인 세대적 특징들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 삶과 일을 꾸려나갈 때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며, 둘째, 자기만의 방식과 취향이 중요한 사람들로 교실에서 역시 ‘나도 나답고 너도 너다운’ 곳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셋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답게 다양한 앱과 스마트 자원을 활용하여 수업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으며, 넷째, 교사라는 직업만을 자신의 유일한 정체성으로 삼지 않으며 자신의 다양한 관심사에 깊이 파고드는 경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 세대 교사들은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위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밀레니얼 교사들은 세대적 특징 외에도 교육 활동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나타냈다. 첫째, 자기다운 교육 활동을 위해 ‘답정너’는 거부하고 아이들이 중심이 된 수업을 하려고 애쓰며, 둘째, 그러기 위해서 교사가 유일한 지식 전달자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교실의 퍼실리테이터 혹은 함께 성장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셋째, 그들은 자신의 관심사와 경험 등 교사의 삶을 교실로 들여와 다양한 배움의 방식을 창조하며, 넷째, 교과서에 적힌 텍스트(Text)가 아이들의 삶(Context)으로 읽히기를 원하고, 다섯째, 관광버스 교실이나 호미화방 등으로 상징되는 다양한 배움의 공간, 혹은 배움 공간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Hello ME 프로젝트는 밀레니얼 교사들이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건강한 변화와 흐름에 주목했다. 밀레니얼 교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발견하고 읽어낸 주요 결과들을 공유함으로써 대한민국 밀레니얼 초등교사들의 세대적 특징과 교육 활동의 특징들을 바로 알고자 하였다. 밀레니얼 세대 교사에 대한 오해를 이해로 풀고, 이들이 지닌 가능성과 역량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또한, 나만 혼자 별난 사람인 것 같아서 자아분열을 일으키고 있을 ME (Millennial Educators), 당신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배움의 방식을 실험 중인 파도타기 선수(surfer), 밀레니얼 교사들! 파도타기(surfing)에는 단 하나의 방법만 존재하지 않듯이,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의 파도(waves)를 타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서퍼가 아닌가?
자, 이제 밀레니얼 교사들의 파도 타는 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밀레니얼 교사 연구 프로젝트 Hello ME : Millennial Educators> 보고서는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과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 진저티프로젝트가 서로의 가치에 공감하며 함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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