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의 밀레니얼 초등교사 연구를 연재합니다.
이번 장에서는 그들의 성장기 경험을 통해 구체화한 밀레니얼 교사의 '세대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장을 읽으며 여러분은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들이고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ME(Millennial Educators)의 세대적 특징 5N
No Boredom #재미와_의미_추구
N개의 취향 #나도나답게_너도너답게 #개취존중
Native of Digital #기술원주민
N개의 정체성 #다양한관심사
Now and Here #일과_삶의_균형
어떤 업무를 할 때 '작년에 이렇게 했으니까 그대로 하면 돼'라는 이야기를 듣기가 너무 싫은 밀레니얼 교사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일을 할 때 재미를 느끼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 의미 있다고 느낀다. 이들은 어떤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나에게 재미있는 일인가?’와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인가?’가 되는 세대이다.
기성세대가 '일은 원래 재미없는 것'이라는 생각과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방식으로 푸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면, 밀레니얼 세대 교사는 일 자체가 재미없으면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부족함을 느낀다. 이들은 진지함과 불편함보다는 재미와 유머를 추구하고, 일에도 재미요소가 있어야 하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특별한 활동을 경험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제가 이번에 학교에서 작은 부서를 하나 맡았는데, 다 뜯어고치고 기존의 방식대로 하지 않았어요. 그 과정에서 기존의 것과 제가 한 것, 그 둘 사이에 뭐가 달라졌는지 선생님들이 알아봐 주시니까 저한테 너무 의미 있는 거예요. 작은 예로, 야간 상담할 때 선생님들이 밥을 직접 시켜서 드세요. 안 그래도 상담에 지친 분들을 밥까지 알아서 사 먹으라 하면 피곤하고 부담이잖아요. 기존에는 카드만 주던 것을, 따뜻한 도시락을 배달시켜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제 작은 노력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발레리나 (9년 차 교사)
“'승진점수를 쌓으려고 목매는 교사', '예스맨이 되어야 하는 남교사'의 삶을 살다가 '영상’이라는 분야에 꽂힌 뒤로 저의 관심과 열정들은 콘텐츠 생산과 그걸 교실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완전히 넘어왔어요. ‘온전히 재미’로 시작했고 지금도 재미있는 것만 하려고 해요.” - 부드러운 남자 (5년 차 교사)
밀레니얼 세대는 “나는 곧 나예요”라고 자신을 설명하곤 하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가장 나다운 삶을 지향하는 ‘나 세대(Me Generation)’의 특징이 있다. 이 세대에 속한 초등교사 역시 ‘나 세대’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이전 세대보다 답답한 조직과 시스템, 고정관념과 강요들이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선생님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와 같은 고정관념이, 어디 가면 ‘선생님이시죠?’ 질문을 받는 것이 싫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전형적인 선생님의 이미지는 거부하고 싶은 세대이다.
“나는 본능에 충실한 그냥 나예요.” - 어리버리 (13년 차 교사)
“무조건 좋아 보이는 것들을 교실로 들여오는 게 아니라, 나는 내가 가진 색깔로 교실을 운영하는 게 맞죠.” - 류짱 (11년 차 교사)
한편, 그들은 자신의 개성과 취향의 다양성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마음만큼 아이들 개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한다. 그들은 교실에서, 선생님인 ‘나도 나답게’, 그리고 학생인 ‘너도 너답게' 존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교실에서 함께 즐겁게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꿈꾸는 교실을 레고로 만든 걸 보시면, 여기 수염 난 친구가 머리빗을 들고 있는데요. 이런 다양한 모습이 가능한 교실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나는 나대로 있어도 괜찮아'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교실.” - 말랭 (5년 차 교사)
“누구나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고, 누구나 성장의 속도도 다르죠. 아이들은 너무나 다르고 다양한 존재라서 어떻게 규정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주로 기다려주죠.” - 권나무 (5년 차 교사)
“아이들이 서로 교감하고, 사랑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교실에서 배울 수 있기를 바라요. ‘너는 그렇구나', ‘나는 이런 마음이 들었어' 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아이들이 되면 좋겠어요.” - 발레리나 (9년 차 교사)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기술원주민)는 1980년대 PC의 보급 확산으로 학령기부터 컴퓨터 사용 경험이 있고, 2000년대 초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른 디지털 혁명기에 20대를 맞이하였던 밀레니얼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1인 1PC, 1인 1스마트폰 시대의 첫 주역이었던 밀레니얼 세대는 그만큼 디지털 콘텐츠 소비와 생산을 자유롭게 한다.
그들은 검색이 자연스러운 세대이므로 밀레니얼 교사 역시 업무의 어려움이나 궁금증을 임용고시 카페나 인디스쿨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검색’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이런 성향에 대해 ‘적절한 의사소통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메일로 묻고 검색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대마다 선호하는 의사소통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밀레니얼 교사들은 와이파이가 연결되고 태블릿과 PC 등 스마트기기가 충분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적 기회를 갈망한다. 체육시간, 멀리뛰기를 배울 때 슬로모션 앱으로 촬영한 자신의 자세를 보고 아이들 스스로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현실적으로 모든 실험을 다 해볼 수 없는 과학실험은 동영상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
“1992년, 동네 전체에 컴퓨터가 2-3대 있을까 말까 하던 시절에 생일선물로 컬러 모니터, 80MB 하드디스크를 갖춘 286 컴퓨터를 받았어요. 중학생 때는 개인 홈페이지도 만들었고(당시엔 홈페이지 경진대회 같은 것도 있었어요), C언어도 독학하고, 그 당시엔 컴퓨터 학원에서 초등학생한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교대에 진학해서도 컴퓨터교육과를 선택했죠.” - 몽자 (9년 차 교사)
“정보 접근이 자유로운 교실을 꿈꿔요. 아이들이 언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서 자유롭게 정보를 습득하고, 교사와 주고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해요.” - 준 (8년 차 교사)
밀레니얼 세대는 ‘조직이 곧 나’가 아닌 세대이다. 직업이 자신의 정체성을 모두 설명할 수 없고 그만큼 관심사도 다양하다. 이 세대의 특성답게 밀레니얼 교사 그룹에서도 교사라는 직업적 정체성 외에 다양한 관심사에서 비롯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무용이 좋아서 주말마다 공연하며 예술가의 삶을 살거나,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거나, 프로그래밍에 열정이 있는 교사끼리 주말에 모여 해커톤을 하거나, 여행을 너무나 사랑해서 여행가이기를 원하는, 다양한 관심사에 깊이 파고드는 특징을 보였다.
“저는 교사모임 ‘충전소’ 대표이자 동네책방 ‘숨’ 지킴이, 우리 집 아빠, 남편, 요리사, 커피 내리는 바리스타, 마이크 잡는 행사를 준비할 때 에너지가 생기는, 이벤트 회사에 취업했으면 더 잘했을지 모를 사람이에요." - 책갈피 (15년 차 교사)
“저는 일상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글 쓰는 사람이요.” - 진슝슝 (10년 차 교사)
“저는 독서가이자 요가인이며 스윙 댄서이며 교사입니다.” - 리카 (8년 차 교사)
“저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사는 사람입니다. 사색을 좋아하고 책 읽기, 각종 공예 창작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이 있습니다.” - 도리스 (9년 차 교사)
우리나라 여교사는 육아휴직이 자유로워서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남교사가 자녀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했을 때도 같은 관점이 적용될까? 생계부양의 주된 책임이 여전히 남성에게 치중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남교사의 육아휴직은 ‘유난 떤다’와 ‘승진 포기했어?’와 같은 메시지를 담는 시선을 받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밀레니얼 아빠 교사들은 좋은 아빠가 되는 꿈을 ‘지금’ 이루기 위해 육아휴직을 하고 있다. 그들은 아버지가 일에 치여 가정을 소홀히 하는 문화가 당연시되던 유년기를 보냈지만, 자신의 자녀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를 원하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혼들이 가정과 일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가정을 꾸리지 않은 미혼 또는 비혼 밀레니얼 교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학습하거나 운동과 취미생활 등 일상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것을 발견하였다. 밀레니얼 교사들은 더 잘 가르치고 아이들과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내가 먼저 행복한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첫 아이가 6개월이었을 때 1년간 육아휴직을 했어요. 제가 원래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로망이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현실에서 로망을 이루기 위해 육아휴직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육아휴직을 하면서 군대보다 더 힘들다고 느꼈어요. 일단 내 몸이 묶이고, 포기해야 하는 게 정말 많잖아요. 아이가 사랑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호흡곤란과 우울증 증상도 겪으면서,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특별했던 경험 때문에 내년에 둘째 육아휴직을 또 하기로 결정했어요.” - 몽자 (9년 차 교사)
“저는 육아휴직 기간이 끝난 지금도 퇴근 후 바로 집에 와서 아내가 운동에 다녀올 때까지 아이랑 놀아줘요. 아기 목욕은 몇 달 전까지 제 담당이었어요. 목욕 후에 옷 갈아입히고 재우고 나서 제 일도 짬짬이 했었는데, 요즘은 같이 누웠다 눈을 뜨면 아침이네요. 그래도 저에게 가족은 언제나 중요한 가치입니다.” - 딩크 (13년 차 교사)
“낮에는 초등교사로 일하고 저녁엔 대학원에 가요. 퇴근 후에는 주로 대학원 과제를 하거나 종종 요가를 하러 가기도 하고, 동네를 산책하거나 SNS를 통해 요즘 이슈들을 살펴요. 예전에는 돈, 명예 같은 것들에 욕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마음 편하게 옳은 방향으로 소소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에게 중요한 삶의 가치는 '건강한 일상'이에요.” - 수달 (3년 차 교사)
“매주 화요일은 운동, 수요일은 제가 대표로 있는 교육연극모임으로 고정되어 있고 나머지 시간은 아내와 함께 취미를 즐기거나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습니다. 저는 가르치는 교사가 행복한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선결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마음에 사랑과 여유, 신남과 행복이 있다면 교사가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교실이 행복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선생님들이 스스로 배워서 아이들을 주려고 하겠죠? 남(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기 전에 자기부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 웅쌤 (12년 차 교사)
<밀레니얼 교사 연구 프로젝트 Hello ME : Millennial Educators> 보고서는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과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 진저티프로젝트가 서로의 가치에 공감하며 함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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