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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콜라 인터뷰 1화 : 김명순 현장연구자

현장의 어려움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냉철한 검증으로 세상을 설득하는 사람

by 인디스쿨 Mar 17. 2025
<인디스콜라>는 ‘연구’라는 도구를 통해 초등교육 당사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7개월 동안 현직 초등교사 7명이 현장연구자가 되어 치열하게 연구했습니다. 개인의 작은 고민이 동교 교사의 설문과 인터뷰를 자양분 삼아 연구로 발전했습니다.

이번 인디스콜라 인터뷰에서는 연구보고서에서는 담기지 않은 현장연구자의 땀과 눈물, 성장을 질문했습니다. 초등교사가 현장연구자로 성장하게 된 과정과 연구보고서를 읽을 독자에게 전하는 말, 바통을 이어받아 미래의 현장연구자가 되실 동료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보실 수 있습니다. 
총 8건의 인디스콜라 인터뷰는 3/17(월)부터 매주 월, 화에 발행됩니다.

첫 인터뷰의 주인공은 <초등교사의 자아탄력성 수준에 관한 연구>를 연구한 김명순 연구자입니다. (*연구보고서는 본 게시글 하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명순 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인디스콜라 현장연구자로 참여한 김명순입니다. 청주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있고요. 초등교사 임용된 지는 9년 정도 되었어요. 


[신청 동기]

- 명순 님께서는 인디스콜라 전에 <초등교사 온보딩 콘텐츠 저자단>에 참여하셨어요. 초등교사 온보딩 콘텐츠(초온콘)는 신규 선생님의 교직 생활 적응을 돕는 콘텐츠잖아요.

네, 맞아요. 그 프로그램에서 ‘초등 교사의 기본 자질은 ‘힘’이다’라는 글을 썼는데요. 교사가 내면의 힘을 단단하게 키워서 학급을 잘 운영하는 방법을 공유했어요. 


- 초온콘 저자단으로 참여하신 이유가 있었을까요? 

제가 아이들을 키우느라 6년 정도 휴직했어요. 그러다가 9월에 4학년 담임으로 복직했는데요. 그때 교육의 감이 떨어져 있던 상황이었어요. 육아와 교육을 혼동하면서 4학년 학생들을 3살, 5살인 제 아이들처럼 허용적인 태도로 대했죠.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한두 달 지나니까 제 권위를 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생기더라고요.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보듬어줬는데 그럴수록 반항심이 심해졌어요. 밥도 안 넘어갈 정도로 고뇌의 시간을 겪으면서 문제 원인과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선배 교사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연수도 듣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고 나니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 초온콘 저자단 모집을 보게 되었고, 제 경험을 글로 인디에 공유했죠. 글을 읽고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셔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 그러다가 어떻게 인디스콜라에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초온콘에서 쓴 주제로 계속 글 쓰거나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눈에 들어온 게 인디스콜라였고요. 논문이나 연구가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는 몰랐지만, 초온콘에서 썼던 글과 비슷하게 ‘심리적 역량’이라는 주제로 잡아서 일단 신청했어요.



[연구 과정]

- 그래서 신청서에 써주신 주제가 <초등교사의 심리적 역량 강화의 중요성 고찰>이었어요.

맞아요. 그때는 나름대로 논문에 맞게 고른다고 골랐는데요. 처음에 심리적 역량이라는 주제로 멘토님과 이야기했을 때, 멘토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요(웃음). 지금은 멘토님께서 왜 그런 표정을 지으셨는지 너무 이해가 가지만요.


- (웃음) 왜 그러셨을까요?

일단 선행 연구가 별로 없었어요. 논문을 찾아보다 보니 교육 분야보다 스포츠 심리 분야에서 관련 연구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초보 연구자인데 보고서로 쓰기에는 주제가 너무 광범위했어요. 그래서 멘토님과 이야기하면서 심리적 역량 중에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을 추려보았고, 좁혀진 항목이 ‘교사 효능감’이었어요.


- 한 발 짝 더 구체적으로 들어갔네요.

네. 그런데 교사 효능감으로 선행 연구를 조사하니까 교사 효능감과 자아 탄력성이 관련 있었고, 제가 더 끌리는 주제가 ‘자아 탄력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교사 효능감과 자아 탄력성의 관계를 엮어서 연구하고 싶었는데요. 멘토님께서 제가 초보 연구자라는 것을 고려해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항상 멘토님께서는 하고 싶은 연구와 할 수 있는 연구 간의 간격을 좁혀주시는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웃음).


*자아 탄력성 : 일상적인 스트레스나 환경이 변화 속에서 자신의 자아 통제 수준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변영임 담당 멘토와 대화하는 김명순 연구자변영임 담당 멘토와 대화하는 김명순 연구자


- 그럼 초등교사가 자아 탄력성을 얼마나 가졌는지 연구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자아 탄력성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그리고 배경 변인(성별, 담임 여부 등)까지 같이 설문 조사했어요. 그러니까 배경 변인에 따라 자아 탄력성의 차이가 있는지까지 조사한 거예요. 


- 배경 변인은 어떻게 찾으셨어요?

선행 연구에서 배경 변인을 참고했는데 연구 방향에 맞는 변인을 선정하는 것이 많이 어려웠어요. 배경 변인과 자아 탄력성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본 선행 연구에서 개인 배경이 자아 탄력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종교, 결혼 유무, 소득, 성별 등이 자아 탄력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였어요. 다른 연구에서는 보직 유무나 학교 규모 같은 교직 환경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했고요.

그래서 저는 선행 연구 따라서 개인적인 요인을 배경 변인에 넣고 싶었는데요. 멘토님께서 인디스콜라의 연구 목적이 교육 현장 개선에 있기 때문에 연구 과정과 결과가 개인으로 수렴되면 목적과 방향을 흐릴 수 있어서 개인적인 요인을 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 저도 선행 연구를 좀 봤다고(웃음) 그걸 다 빼버리면 의미있는 결과가 없을 것 같은 거예요. 


- 짧게 말씀해 주셨지만, 고민이 정말 많으셨겠어요.

배경 변인 설정할 때 정신적으로 제일 힘들었어요. 연구했는데 유의미한 결과가 하나도 나오지 않으면 보고서를 쓰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배경 변인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멘토님의 말처럼 개인으로 수렴되지 않게 하고 싶어서 교직 환경에 대한 변인을 넣고 싶었어요. 교직 환경 관련 논문을 찾아서 배경 변인으로 넣을 수 있는 적절한 항목을 추려보았고요. 근데 멘토님께서 문항이 애매하거나 자아 탄력성과 관련이 없을 것 같다고 하시고, 전문가분도 수정이나 삭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주셨어요. 나름대로 논문 보고 문항 하나하나 만들었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하셔서 그때 좀 힘들었어요. 

그렇게 배경 변인을 정하는 과정에서 고민도 많이 하고, 멘토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최종적으로 배경 변인을 ‘개인 변인’과 ‘교직 환경 변인’으로 나눴는데요. 결과적으로 교직 환경 변인에 따른 자아 탄력성의 차이가 생각보다 유의미하게 나왔어요. 교직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제가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멘토님께서 방향잡아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김명순 연구자의 결과보고서 내용 중김명순 연구자의 결과보고서 내용 중


- 말씀해 주신 것처럼 모든 것이 처음이라 멘토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셨을 것 같아요. 정기적으로 매월 한 번씩 월간 모임도 하고, 전문가의 자문도 받으셨잖아요. 그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멘토님께서 설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셔서 설문지 만들 때 심혈을 기울였어요. 카카오톡으로 설문지 주고받으면서 몇 번 수정하고, 배경 변인도 전문가 자문 구하면서 많이 수정하고요. 

그리고 초보 연구자이다 보니까 통계를 해본 적도 없어서, 제일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논문을 봤을 때 숫자가 거의 암호같이 느껴졌어요. 멘토님께서 그런 상황을 잘 알고 계시니까 통계 전문가님을 섭외해 주셔서 줌 미팅을 했어요. 나름대로 유튜브나 강의도 찾아봤고요. 


- 설문조사 통계 결과 나왔을 때 어떠셨어요?

단순하기도 하고, 쓸만한 결과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요. 그래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서 좋았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담임 교사에 따른 자아 탄력성의 차이가 크게 나왔어요.


- 담임인지 아닌지에 따라서요?

네, 놀라운 거는 담임 교사가 아닐 때 자아 탄력성이 높다고 나왔어요. 생각해보니까 제 경험이 대입되더라고요. 

제가 작년(24년)에 처음으로 전담을 하게 되었거든요. 일반 업무는 많아졌는데 담임 업무에 비할 바가 아니더라고요. 여유가 생기면서 수업 준비도 많이 했어요. 

6학년 과학을 담당해서 7개의 학급을 가르쳤는데, 7개의 학급을 똑같이 하니까 수업할수록 퀄리티가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준비를 더 많이 하게 되고,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요. 인디스콜라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제가 전담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자기 계발도 할 수 있고, 자기 긍정성이나 자신감이 올라가는 걸 느꼈어요. ‘이래서 담임 교사보다 비담임이 자아 탄력성이 높게 나왔구나’ 생각했어요. 제 경험이 결과로 나오니까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


- 너무 좋네요. 인디스콜라를 기획하면서 연구가 단순히 글로만 남지 않고, 현장 연구자 개인과 현장에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담임 제도가 안 좋다’가 아니라 ‘담임 업무가 교사의 자아 탄력성에 영향을 줄 정도로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다’라고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담임 교사의 업무가 경감되거나, 민원 창구가 따로 마련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과공유회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김명순 연구자결과공유회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김명순 연구자


- 연구 과정을 이야기해보았는데요. 연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11월 중간보고회 이후에 많이 소진되었던 것 같아요. 중간공유회 끝나고 한동안 인디스콜라 폴더를 아예 열어보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통계 전문가분과의 줌 미팅 일정을 잊은 거예요. 당일 오후에서야 그날 저녁에 미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원래는 퇴근하고 친정에 가는 일정이 있었거든요.

멘토님이 요구하신 자료도 있고, 설문지 결과도 정리해야 하고, 통계 공부도 어느 정도 해야 했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였어요. 그 때 진짜 멘붕이었어요. 일단 급하게 자료 만들어서 멘토님께 보내드리고 친정으로 가는 2시간 차 안에서 초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유튜브 강의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애들 차 뒤에서 아무 말도 못 하게 하고(웃음).

친정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골방에 들어가서 미팅했어요. 나름 벼락치기 했던 이력이 있어서 그런지 다행히 잘 마쳤어요. 미팅 끝나고 저녁 9시 넘어서 맥주 한잔했는데 그 맛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 우와. 듣기만 해도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을 것 같아요. 

진짜 너무 좋았어요(웃음).


- 이렇게 열심히 쓰신 결과 보고서가 드디어 나왔어요. 보고서를 읽을 독자에게는 어떤 말을 전달하고 싶나요?

먼저 초보 연구자에 대한 애정과 응원을 담아서 봐주셨으면 좋겠고요(웃음). 제 연구의 작은 부분이라도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와 어울려 선생님들에게 힘이 되는, 축적된 지식이 되었으면 해요.



[변화 지점]

- 인디스콜라를 하면서 교사로서의 관점이나 태도가 바뀐 점이 있었을까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심리적으로 휘말리거나 힘든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연구하면서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보기보다 관찰하게 되었어요. 7개의 반을 전담했는데 같은 교사가 같은 과목을 똑같이 가르쳐도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고, 학급 분위기나 문화도 다른 것이 보였어요. 아이들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더라고요. ‘현상이 있으면 원인이 있고, 그래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니까 말 잘 듣는 애들은 잘 듣는 대로 예쁘고, 잘 안 듣는 애들도 나름대로 애정이 가더라고요. 아이들을 한 발짝 물러서서 보니까 오히려 더 애정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것 같아요.


- ‘어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해결할 방안이 있겠다’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 연구자적 마인드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인디스콜라 처음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가장 변했나요?

글쓰기가 일상화되었어요. 전에는 글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집중력 있을 때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쓰기를 미뤄왔거든요. 이제는 취미처럼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식탁에 노트북 올려놓고, 뒤에서는 아이들 막 뛰어다니거나 장난쳐도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기한 내에 보고서를 써야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웃음).

집에서 연구하는 김명순 연구자집에서 연구하는 김명순 연구자


- 역시 마감이 있어야 하네요(웃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계속 연구하고 싶으신가요?

인디스콜라에 참여하면서 몰라서 용감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웃음). 논문 형태의 보고서를 평소에 쓰는 글쓰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 보고서이지만 저의 임의대로 쓸 수 있는 내용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연구자분들이 대단하다고 많이 느꼈어요. 

그 어려움을 알아서 선뜻 다시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논문의 형태로 하나 써봤으니까 하고 싶은 공부가 생기면 대학원도 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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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해보셨으니까 기회가 주어지면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명순 님께서 정의한 현장연구자란 무엇일까요?

이거는 중요한 질문 같아서 제가 써왔어요(웃음). 현장 연구자는 현장의 긍정적인 변화를 꿈꾸면서 냉철하게 사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을 볼 수 있어야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의 작은 힘을 보태 좀 더 나은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연구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구에 돌입하면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이성이 필요해요. 그래서 현장의 어려움 가운데서 희망을 발견하고 냉철한 검증으로 세상을 설득하는 사람이 ‘현장연구자’라고 생각합니다.   


- 25년에 인디스콜라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일단 신청하세요. 인디스쿨 운영진이 섬세하고 촘촘한 일정으로 이끌어주고요. 멘토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여러분을 성장시켜 줄 거예요. 어떻게든 해 내게 될 겁니다. 교육 현장을 변화시키는데 한 스푼 동참해 보세요.



- 김명순 연구자의 <초등교사의 자아탄력성 수준에 관한 연구>의 결과보고서를 보고 싶다면, 아래 파일을 다운받거나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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