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인들이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던 '내향적인 밤'을 리뷰합니다.
지난 10월 19일 금요일, 인디스쿨 공간에서는 어쩌면 조금은 특이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소심인들의 북토크, 내향적인 밤'인데요. 내향성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책 <콰이어트>를 중심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었습니다. 인디스쿨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고 이틀 만에 정원이 다 차 버리는 바람에 다른 채널에서 소개하지 못했던 터라 소식을 모르셨던 선생님들도 많이 계셨을 것 같습니다.
내향적인 밤에서는 크게
책을 읽으며 공감되었던 내용
나의 내향성
교실 속 내향적인 아이들
세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19시부터 3시간이나 대화를 나누고도 시간이 부족해서 22시 30분쯤 급한 마무리를 했다는 소식입니다. 깊고 풍성했으며 재미있고 유쾌한 동시에 고민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던 그 밤을 소수만 간직하기는 아쉬워서 인디스쿨 브런치에 글을 남겨봅니다.
"별명이 다크템플러였어요. 항상 옆에는 있는데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는 존재라서요"
"주변 사람들에게 1년 내내 '우리 친해지자'라는 말을 들어요. 물론 아이들과는 친하게 잘 지내요"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면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얼굴에 열이 올라요"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보다 저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에요"
"저는 외향성과 내향성을 다 가진 양향성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과 왁자지껄 보내는 시간도 좋아하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꼭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이불 밖은 위험하다'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웃음)"
"중고등학교 때는 교우관계를 폭넓고 원활하게 잘 맺지 못하는 저의 성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꽤 오랜 시간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죠. 나만의 관계 맺는 방식을 존중하는데 30년이 넘게 걸렸어요."
강원도 홍천을 비롯해 화성, 수지, 부천, 일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1년 차부터 16년 차까지 다양한 연차의 선생님들이 불금에 인디스쿨 공간을 찾아주셨습니다. 지역, 성별, 나이, 연차, 내향적인 성향의 정도까지 많은 것이 달랐지만 내향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것과 책 <콰이어트>를 읽었다는 공통분모는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멍석이 되어 주었습니다.
물론 참가신청서 항목 중 '기대하는 바 또는 하고 싶은 말'에 참가자 분들이 남겨주신 염려의 메시지 그대로("내향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소심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는 나눌 수 있는 걸까?" 등의 메시지를 적지 않게 받았답니다) 대화가 무르익기 전까지는 어색함을 견뎌내야 했지만요! :)
긴장과 염려가 몰려온다며 모임 시작 시간보다 몇 시간이나 일찍 공간에 오셔서 마음의 준비를 하시던 몇몇 선생님들을 비롯한 내향적인 참석자 여러분들 마음 안에 크고 작은 긴장들이 있었을 텐데요.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를 썩 즐기지 않는 성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북토크에 참석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의 참석 덕분에 풍성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간식을 먹으며 자기소개와 아이스브레이킹(아이스브레이킹이라는 순서가 정말 사람들 사이의 얼음을 깨 주는 것일까? 의심하며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스브레이킹의 추억'을 말하는 아이스브레이킹을 했습니다)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전, 참석자 모두의 뇌에 시동을 걸기 위해 한 선생님께서 책 전체를 간단하게 요약해 주셨습니다.
요약을 담당한 선생님은 이 책이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에게 주는 격려의 메시지' 같다고 말문을 열며
외향성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사회 현상 진단
외향성만을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신념 파괴
과소평가된 내향성의 강점
이라는 세 가지 줄기로 참여자들이 책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 대화를 나눌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책 요약 순서가 끝나고 다 함께 '가장 공감이 가던 대목'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눴는데요. 책의 모서리를 너무 많이 접으며 읽다 보니 차라리 공감이 가지 않는 페이지를 접는 것이 효율적이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참가자도 있었고, 인덱스 스티커가 잔뜩 붙어 있는 책을 보이며 책에서 단 한 문장도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공감을 많이 하고 위로를 받으며 읽으셨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내 마음의 껍질이 조금만 더 딱딱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의 눈빛, 반응에 너무 민감하니까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나는 왜 이렇게 민감할까?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더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책에서 고반응형인, 민감한 사람들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 시절의 내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잘못이 아니라 기질적 특성이던건데..."
"책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창의적인 발상을 많이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고독'은 나쁜 것이라고 사회적으로 학습을 하며 성장했던 것 같아요. 혼자 있는 건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의 고독도 인정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소해 보이는 일에 주목하고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일을 주제로 글을 쓰고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럴 때마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거나, 특이한 사람이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왔어요. 책의 첫 장에서 '벚꽃의 순간적인 느낌을 열네 음절의 시로 포착해내거나 어둠 속에서 침대에 누워 어머니가 잘 자라고 입맞춤해주기를 기다리는 어린 소년의 감정을 분석하는데 스물다섯 쪽을 할애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라는 인용구를 마주했을 때 큰 위로를 받았어요."
외향성을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현대 사회에서 조금은 평가절하 당하며 살아온 내향적인 사람들, 자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매력을 갖지 못한' 부족한 존재로 규정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콰이어트>는 위로와 격려를 주고 나아가 왜곡된 시각을 교정해 줍니다.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든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이면 '수많은 것들이 자신의 내면세계에 접속하여 그곳에서 보물을 찾아낼 줄 아는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다'는 사실에 동의하며
내향성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성향을 지닌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실 텐데요. 이러한 생각의 변화를 함께 경험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니 더 재미있고 의미 있었던 내향적인 밤이었습니다.
사실 인디스쿨 내향적인 밤에서는 우리들 자신의 내향성에 대한 이야기보다 교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뜨거웠는데요. 그 이야기는 인디스쿨 북토크 #1, <콰이어트> -2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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