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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Nov 08. 2018

교실 속 내향인 친구들,  잘 지내고 있을까?

<콰이어트>를 읽고 나와 교실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내향적인 밤' 2편


지난 10월 19일 금요일, 인디스쿨 공간에서 열린 행사 '소심인들의 북토크, 내향적인 밤' 리뷰 2편입니다. (내향적인 밤에 대해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1편 먼저 읽어보기)




Session 2. 교실 속 내향적인 아이들


이번 글에서는 내향적인 밤의 두 번째 세션, '교실 속 내향적인 아이들 배려하기'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들려드릴 텐데요. 발표와 폭넓은 교우관계 등을 중요시하는 교실의 문화는 외향성을 이상적인 성격으로 상정해둔 모습이 아닌지, 미래역량을 중요시하고 프로젝트 학습을 선호하는 과정에서 내향적인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중심으로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 누구나 손을 들고 발표해야 하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외향적인 사람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제 안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할 때 '아이가 발표하는 시간에 손을 거의 들지 않아서 걱정이다'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꽤 있어요."
"공개수업 때는 특히 아이들이 손을 들지 않으면 불안해요. '왜 손을 안 들지? 내가 뭔가 잘못했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교대에서 실습으로 공개수업할 때부터 교수님들이 체크를 하세요. 아이들이 몇 회나 발표를 했는지, 그리고 교사가 몇 번의 발표를 시켰는지요. 그런 맥락이 있으니 아이들이 발표를 하지 않으면 두려워지는 거죠. 또 발표를 하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가 알 수가 없잖아요. 불안해지죠."


'교실에서 내향적인 아이들 배려하기'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돌발 질문을 던지고 손을 들어 발표하게 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무척 힘든 상황일 수 있겠다는 공감대가 참여자들 사이에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 생각을 표현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발표를 시키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가 이어지는 중에 한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발표라는 수단 외에도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다양하게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일기나 글쓰기 시간을 통해 글을 쓰도록 하거나, 글이 힘들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도 좋고요. 저는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보여주고 자기 이야기를 영상으로 찍어 오도록 하는데요. 두 달 동안 목소리를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아이가 신나게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 애는 주변 시선이 많이 힘든 아이였던 거죠."

"아이들 중에 발표를 할 수는 있는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바로 손을 들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줘요. '선생님이 곧 이런 질문을 할 것 같아' 이렇게 말을 해두고 수업을 하다가 발표를 시켜요. 그리고 발표를 pass할 수 있는 선택권도 부여하죠. 자기 생각 표현은 반드시 하도록 하되, 반드시 '즉각 즉각 반응해야'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부담을 줄여주려고 노력해요."


*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지만, 이 노하우를 공유해주신 선생님은 이 날 인디스쿨 공간에 조금 늦게 도착해 모임 중간에 합류하셨는데요. 참여자들이 가벼운 아는 척 외에는 특별한 주목을 하지 않고, 가벼운 인사만 나눈 뒤 "갑자기 시키면 분명히 힘들어하실 테니까 (웃음) 이번 주제 토크를 마치고 아주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 주시면 좋겠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생각할 시간'을 준 것이 몹시 고마운 배려로 느껴지셨다고 합니다.



>> 아이들에게 '미래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시끄러운 교실'을 지향해야만 하는 걸까?


"저는 프로젝트 학습을 비롯해 온갖 교수법을 교실에 다 적용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반은 항상 책상이 모둠식으로 되어 있었고, 일부러 시끄럽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말을 해야만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소극적인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소위 말하는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토론하고 한 번이라도 더 발표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희 학급은 아니었지만 비슷하게 활동이 많았던 어떤 학급에서는 아이가 지쳐서 따라가기 힘들어 전학을 간 사례도 있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그때가 떠올라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미래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프로젝트 학습, 토론 학습에 집중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건, 자기 안에 집중하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아이들을 너무 배려하지 않는, 배제하는 처사 같아요."
"그렇지만 이제 한 명의 위대한 히어로는 사라지고, 각기 다른 분야 사람들끼리 융합해야만 하는 시대가 이미 온 것은 인정해야 할 텐데요. 서로 배울 수 있는 협동학습, 프로젝트 수업은 장점이 정말 많은 방법론이잖아요.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고민이 많아지네요."


미래역량, 이른바 4C(Critical Thinking 비판적 사고력, Creativity 창의력, Communication Skills 의사소통능력, Collaboration 협업능력)를 기르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수업, 특별히 프로젝트 수업이 각광받고 있는 시절입니다.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감이 워낙 많다 보니 협동학습, 프로젝트학습을 시도할 때 특정 부분만이 강조되어 수업시간에 앉아서 배우기보다 '엉덩이를 떼고 움직이는', 선생님만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 '아이들이 말을 많이 하는' 활동수업에 방점이 찍히곤 하는데요. 내향적인 밤에서는 활발하고 시끄러운 교실을 무비판적으로, 편향적으로 지향하면서 소외되고 있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으리라는 대화가 뜨겁게 이루어졌습니다.


내향적인 밤의 '코너 속의 코너'로 존재하기에는 '미래역량과 프로젝트학습 그리고 내향성'이라는 주제는 너무나 크고 깊었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만, 한 선생님의 말처럼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지점을 얻어 갈 수 있던 시간"이었답니다. 나중에 이 주제만 따로 떼어서 이야기를 나누어봐도 무척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또 좋은 기회가 있겠지요?


"프로젝트 학습에는 이점이 많죠. 그런데 수업을 섬세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충동적 발산형' 친구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내향적인 아이들이 그저 들러리를 서는 경우를 많이 보게 돼요. 모둠의 팀장 역할도 항상 정해져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리더를 선출할 때 '잘 나서는 사람도 좋지만 detail을 잘 챙기는 성향이 리더가 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어' 조언을 해두기도 해요."

"과목의 특수성을 고려한 프로젝트 설계, 또 모둠 활동과 개인 활동의 균형을 고려한 수업 기획이 필요할 것 같아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유발 하라리가 말했는데요. 흔히 말하는 미래역량 4C를 보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종합적인 목적의 삶의 기술',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래요. 미래사회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중요해진다면서 자기 자신을 잘 알라고 제안하고 있어요. 막연히 '4C를 위해 시끄러운 교실을 만들자'도, '미래역량이 뭐가 중요하냐'도 아닌 것 같아요. 종합적인 삶의 기술을 어떻게 기르도록 도울 것인지 깊은 성찰과 조밀한 설계가 필요해요."



> > 우리는 내향적인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가르치고 있나?


내향적인 아이들을 배려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숙고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한 명 한 명의 특수성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교사는 이제 그러한 교실을 만들 수 있을까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한숨 섞인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외향적인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학교 시스템'이라는 말이 크게 와 닿았어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내향적인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책에 많이 나오잖아요. 아이들에게 정말 안전한 환경,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어요. 그런데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그럴 시간이 없네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우선 학급당 인원수가 줄어들지 않으면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 내향적인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케어하면서 수업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또 진도의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것이 우리들 교실의 현실임을 독자 선생님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요. 언젠가는 더 세밀하게 한 명 한 명을 돌보면서 배움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자며 안타까운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모임을 닫으며


'조용한 사람들만 모이는 행사'라는 건 사실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무척 특별했고,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개개인이 나답게 존재하는 교실을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주제를 얻어가요.


학부모 상담 때,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친구는 많이 사귀나요?" 그런 질문을 하시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어려웠는데, 한두 명 하고만 잘 지내도 충분히 괜찮은 사회성이라고 답하면 된다는 참여자 선생님의 말을 꼭 써먹으려고요!


조금은 무겁지만 가치 있는 고민거리를 한 아름 안겨준 동시에 공감과 재미로 충만했던 내향적인 밤. 책을 혼자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함께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니 교육철학, 마음속의 질문, 위로, 지혜, 각종 꿀팁까지 다방면으로 풍성해졌답니다. 앞으로도 우리 배우고, 나누고, 성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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