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스쿨 탐험대가 참여한 '월페커즈 게임' 론칭 행사를 리뷰합니다.
선생님들께 영감을 불어넣어드릴만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인디 인사이트> 그 첫 번째 시간. 주한 독일문화원과 놀공의 공동 프로젝트 '월페커즈 - 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를 소개드립니다.
인디스쿨 멤버 3명이 비무장지대 도라산역까지 가서 직접 경험한 교육 게임 월페커즈 론칭 행사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분단의 역사 체험하기: 디지털 게임 '월페커즈 - 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는 '장벽'이라는 주제를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2019년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개발된 본 게임은 게임적인 요소를 통해 한국과 독일의 분단 역사에 있어 전체적인 유사점은 물론 차이점까지 모두 아우르고자 하며 특히 젊은 세대의 인식을 강화시키고자 합니다. (출처 : 월페커즈 브로슈어)
'월페커즈(wall-peckers)'는 게임입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어는 분단 전문 기자가 되어 게임화된 취재와 편집 과정을 통해 DMZ와 베를린장벽에 관한 소식을 담은 신문을 작성하게 됩니다. (*출처 : 월페커즈 브로슈어) 게임을 하는 장소에는 한국과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 패널이 전시되어 있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게임 속 기사를 작성하면서 포인트를 얻어 인턴기자에서 편집장까지 레벨업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24일은 독일 베를린에서 먼저 론칭한 이 게임의 한국 론칭일이었는데요. 론칭 행사에서는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의 대담, 그리고 게임을 만들고 후원한 분들의 인사말과 축사 등 부대행사도 제공되었습니다. 또, 이 모든 행사가 무려 비무장지대 도라산역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 경험에 의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이 날의 행사를 스케치 글은 한겨레 기사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네요!)
인디스쿨 탐험대 3인방은 이 론칭 행사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을 활용해 학습하는 방식을 경험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교육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데 도움을 받고
새로운 영감을 받고자
참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월페커즈 한국 공식 론칭 행사 프로그램에서는 특별한 경험들을 해볼 수 있었는데요. 대담을 비롯한 부대행사에서 들었던 '통일에 대한 이야기들', 교육적이면서 무척 재미있었던 '월페커즈 게임', 도라산역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가볼 수 있게 해 준 'DMZ 안보관광'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경험이 선사한 영감을 하나씩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 대담을 비롯한 부대 행사 [통일의 말들]
"사실 3년 전까지만 해도 통일과 분단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분들과 파트너십으로 일을 하는 중에, 독일 사람들이 평양에 자주 가는 것을 보고 나는 이 곳에 사는데, 나도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라는 프로젝트 타이틀을 마음에 정했고, 독일 관계자분들과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분단국가에 사는 내가 왜 통일에 관심이 없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을 때, 그것은 분단과 통일이라는 주제가 너무 거대한 정치적 문제로 느껴져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무기력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통일은 정치적 문제라고만 생각해왔으나, 실제는 그 시간을 살아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70년이라는 시간은 거대한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모든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게임은 개인의 경험을 만드는 일입니다. 게임이라는 수단은 '분단의 거대한 문제'를 '개인의 경험'으로 이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월페커즈'는 플레이어가 다르지만 닮아있는 두 나라의 이야기를 가지고, 기자가 되어 기사를 만들어 내는 게임입니다.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들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30년 전 독일의 장벽을 허문 실제 망치를 든 월페커즈처럼 우리는 오늘, 우리 마음의 벽을 허무는 월페커즈들이 될 것입니다."
- 놀공 공동대표 피터 리
월페커즈를 만든 놀공 공동대표 피터 리의 게임 소개는 아마 론칭 행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일은 사실 정치인들의 이슈, 거대 담론으로만 치부하기 쉬운 주제이죠.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피터 리의 말처럼 '나'라는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미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우리가 남북관계에 거대하고 거창한 기여를 할 수는 없을지라도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마음의 벽을 허무는 무언가'를 시도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히 떠오르는 무언가가 없다면, 독일의 통일과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월페커즈 게임을 체험해보는 것부터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어떻게 체험해볼 수 있는지 아직 소개를 드리지 않았죠? 나. 월페커즈 게임 [Educational & Exciting]에서 말씀드릴 테니 걱정 마셔요!)
행사의 '한국 및 독일 전문가 대담' 시간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가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주한 독일대사가 베를린장벽은 사실 하룻밤에 무너진 것이 아니고, 분단의 상황 속에서도 작은 걸음들을 하나씩 밟고 나간 결과로 무너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정세현 전 장관에게 "이 게임(월페커즈)을 북한에서 해볼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는데요, 돌아온 말은 "아니오, 아직"이라는 빠르고 정확한, 칼 같은 답변이었습니다. 주한 독일대사는 멈추지 않고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 무렵에는 해볼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했고, 통일 전문가 정세현 전 장관은 "그때쯤이면 아마 될 것 같다"라는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벌써 2019년'임을 생각해볼 때, 2032년도 금방 찾아오겠죠? 그때까지 매일 조금씩 벽을 허무는 우리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 월페커즈 게임 [Educational & Exciting]
월페커즈 게임이 무엇인지는 위에서 간략히 말씀드렸습니다. 이 게임은 2월 9일까지 서울시청 시민청 시티갤러리에서 직접 체험해보실 수 있다고 하네요. (관람 시간 등의 정보는 여기에서) 순수하게 게임을 하는데만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이고요. 게임이 설치된 현장, 구조를 천천히 살펴보시려면 40분-1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괜찮으신 선생님들은 한 번 방문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게임을 브런치 게시물로 설명하는 것은 연애를 글로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꼭 직접 체험해 보시기를!)
마를라 슈투켄베르크 주한 독일문화원 원장의 환영사 발언 그대로, 이 게임은 serious 하면서 educational 한 동시에 entertaining 하고 exciting 한 게임입니다. 즐겁고 신나게 게임을 즐기면서 독일과 한국의 분단과 통일의 과정을 다룬 현대사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현대사 서술 패널을, 게임 속 포인트를 획득하고 역할극 속 승진을 하기 위해(!) 열심히 읽게 됩니다. 월페커즈를 '교육 게임'이라 일컬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인디스쿨 탐방대 3인 중 한 사람은 게이미피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인데요. 역사에 게임의 요소를 가미하여, 앱까지 활용해 학습하는 것을 직접 경험한 것이 큰 영감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영감을 활용해 교실에서 통일 관련 교육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DMZ 안보관광 [도라산역의 추억]
이 날의 행사가 영감으로 충만했던 것에는 장소의 역할도 컸는데요. DMZ 열차를 타고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도라산역에 방문한 것만으로도 북한을 가까이 느끼며 통일에 대해 생각하고, 따뜻한 상상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DMZ 관광열차를 타고 떠나는 안보관광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월, 화 제외), 공휴일을 제외하고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임진강역에서 방문 심사를 받고, 임진강 철교를 지나며 분단의 역사에 대한 설명도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체험을 통해, 남북한은 서로 다른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출국/입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경계를 넘는다'라는 의미에서 출경/입경이라고 일컫는다는 사실과, 정치인이나 관계자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북한을 오갈 때 어떤 프로세스를 밟는지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앎도 의미 있었지만, 기차역에 '평양 방면'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지켜본다거나,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철교 기둥을 바라보는 경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어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DMZ 투어에 대해 자세히 다룬 신문기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디스쿨 탐험대의 '월페커즈 - 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 체험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이번 체험은 인물(만든 사람의 이야기, 대담 등의 부대행사), 사건(교육적이면서도 신나는 월페커즈 게임), 배경(비무장지대라는 특별한 장소) 모두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하지 못함에 아쉬움을 느끼며, 이를 <인디 인사이트>에 자세히 공유하는 것으로 발산해 보았습니다. 독자 선생님들께 작은 영감이라도 선사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다음번에도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 월페커즈 웹페이지 http://wallpeckers.kr
- 놀공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nol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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