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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Dec 07. 2018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 제2회 망실대회(1탄)

교육자들과 인디스쿨이 콜라보했던 제2회 망실대회를 리뷰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디스쿨 커뮤니케이션팀입니다. 지난 12월 1일 토요일, 화제의 '망실대회'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인디스쿨 지하 공간에서 열렸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포스터를 통해 많은 분들께서 소식 접하셨을 텐데요. 공간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선생님들께서 참가신청을 해 주셨고 또 자리해 주셨습니다.


2018 제2회 망실대회 공식 포스터

교육현장에서의 '모험', '실패', '망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망실대회는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해 6시가 다 되어 겨우 끝이 났습니다. (망실대회 기획팀은 정말 늦어도 5시면 끝날 줄 알았...)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 탓에, 도대체 어떻게 담아내야하나 걱정이 앞섭니다. 스크롤 압박이 예상되는 가운데, 긴 호흡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정성스럽게 읽어주실 독자 선생님들을 상상하면서,


오케이, 한번 써 보겠습니다.


글 싣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왜 망실대회인가? 망실의 목적은 무엇인가?

* <망실2018> 수업에서 경험한 작은(어쩌면 큰) 실패

* <망실2018>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이라는 실험

* <망실2018> 교사의 삶, 그 자체가 모험


TMI(Too Much Information)

혹시 이번 망실대회의 콘셉트가 도대체 왜 재미있는지 모르겠고,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가 무슨 뜻인지, 포스터의 주인공은 왜 복면을 썼고, 망실대회에서는 왜 고무장갑을 나누어주었는지 이해가 안 되시는 선생님 계신가요? 얼마든지 계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에 해당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마미손 <소년점프> 공식 뮤직비디오(클릭)'를 한 번 시청해보시고 검색창에 '마미손'을 검색해보시면 어떨까요?





왜 망실대회인가?

망실대회의 목적은 무엇인가?


"실패를 거치지 않은 실험은 없고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부끄럽고 민망할 수 있는 실패담을 공유한다는 것은 경계를 풀고 밀도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시작이자, 동료와의 연대와 협력 의식을 쌓는 기초가 된다. 교육 현장에는 포장된 성공 사례가 넘쳐난다. 교육자들은 이를 참고하되 답습하지는 않는다. 좋은 경험과 대화 속에서 나만의 교육 철학과 방법을 세워가며 교사와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한다. 다만 우리가 이를 교육적으로 풀어내고 전망을 제시하는 방식은 엄숙하기보다 유쾌하다. 지시하거나 처방하지 않는다. 유연하고, 개개인성을 존중하며, 상상을 자극한다. 망실대회의 부제는 '희망실현'이다."

- 교육자들 김현희


1회 때부터 이어져 온 망실대회의 기본 정신입니다. 포장된 성공 사례를 확대 재생산하기보다 오히려 실패를 나누며 격려하고, 진솔하게 소통하며 나아가 연대하고, 나만의 교육철학과 방법을 세워가는 망실대회의 정신이 인디스쿨과 결이 잘 맞아 이번 2회차에서는 기획부터 모든 과정에 인디스쿨과 ‘교육자들’이 콜라보레이션하여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교육현장의 어떤 활동도 좋으니 실패 사례를 나누고, 학교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연대의식을 기르고자 했고, 교육현장에 다양하고 참신한 실험과 시도를 권장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참으로 조심스러운 발언이지만, 우리는 현장에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망실대회 발표자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업에서 경험한 작은 실패',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이라는 실험', '교사의 삶 그 자체가 모험'이라는 세 꼭지로 글을 이어 나가려고 하는데요. 이에 앞서 망실대회 오프닝에서 김현희 선생님이 이야기했던 주의사항을 들려드리고자 하오니, 이 글에서도 동일한 Attitude를 적용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찡긋)


주의사항이 있는데요, 여기서는 판단이나 결론 내리는 행위는 하지 않기로 해요. 그런 건 동료장학할 때 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오픈 마인드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판단이나 결론을 내리지 않는 오픈 마인드, 준비되셨나요?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수업에서 경험한

작은(어쩌면 큰) 실패



지현우, "똑같은 수업, 여러 번 망해도 그 이유는 달랐다"


너무 심하게 소소한 이야기를 준비해서 '시작부터 망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로 1부 발표의 문을 열었던 지현우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학교는 경쟁을 싫어하는 학교입니다. 저는 체육 전담을 맡았는데, 아이들과 발야구를 하면서 반별 대항전을 기획했습니다. 반별 대항을 하면 적어도 같은 학급 내에서는 싸우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시합은 경쟁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스포츠는 원래 그런 거라고 우길 수가 있는 측면이 있어 큰 걱정 없이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토너먼트 대회를 하면서 아이들이 '너 때문에 졌다' 서로를 원망하면서 싸우는 겁니다. 심판인 저에게도 원망이 쏟아졌습니다. 아이들이 '비디오 판독을 해보자', '쟤가 이렇게 했으니 반칙이다' 이르고 난리가 났습니다."


2018 제2회 망실대회 - 지현우 선생님


토너먼트 대회의 특성상 이긴 학급만 계속 시합에 나갈 수 있고, 경기에서 진 반은 더 이상 게임에 나가지 못하니 아이들의 입이 삐죽 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현우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해요. 원래는 선생님을 자주 안아주고, 선생님에게 매달리고 그런 아이들이었는데 말이죠. 발야구 대항으로 인해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이가 나빠졌다는 웃픈 소식입니다.


이듬해 지현우 선생님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1학기 초부터 발야구 대회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팀끼리 싸우지 않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태도를 연습시켰다고 합니다. 경기가 끝나면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지는 문화도 만들었고요. 더불어 '토너먼트식 경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리그전을 기획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집에 가서 발야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 덕에 학부모들까지 좋은 피드백을 하는 중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는데요. 토너먼트식 경기에서는 한 판 지고 나면 더 지지 않아도 되는데, 리그전을 했더니 지는 반이 계속 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때부터 대회가 (또) 꼬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수업을 디자인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다는 지현우 선생님은 발표를 맺으며 "다들 좋은 수업 많이 하시길" 우리에게 복을 빌어 주셨습니다 .


시도하고, 성찰하고, 패인을 분석하고, 다시 시도하고, 또 성찰하고 개선하는 지현우 선생님.

웃프기도 하지만 어쩐지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죠? 지현우 선생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정백, "거꾸로 캠퍼스 좌충우돌사"


이정백 선생님은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로 10년간 재직하다가 사표를 내고, 대안학교의 범주에 속하는 '거꾸로캠퍼스'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움을 만들어가고 있는 분입니다. 선생님은 거꾸로캠퍼스의 문화와 배움, 특징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면서 "저를 예능 프로그램에 영화 홍보하러 나온 사람처럼 받아주세요"라는 위트 있는 멘트와 함께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2018 제2회 망실대회 - 이정백 선생님


거꾸로캠퍼스에서는 선생님들만 아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1년에 4회 정도 교사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를 하고 평소에도 수시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망실대회에서 이정백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칭찬과 아름다운 말들도 있었지만 보통의 학교에서 보기는 힘든 솔직하고 냉정한(?) 피드백도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이정백 선생님은 그런 피드백을 볼 때, "명치를 맞는듯한 느낌이 든다"라고 표현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비록 명치를 맞는 것 같을지라도,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거꾸로캠퍼스의 교육과정도, 또 교사도 성장하는 것 같다는 소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실패는 겪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기피할 대상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의 재료로 활용할 대상인 것 같습니다.



박종훈, "변호사에서 교사로 새출발, 시작부터 망했어"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교사로 전직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박종훈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인데요. 국어 교사답게 '망하다'의 정의를 함께 살펴보며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로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그 누구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박종훈 선생님은, 변호사로서 학생 인권 등의 업무를 했던 이력을 살려 학생들과 각종 인권에 대한 각종 계기수업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수업시간에 다른 얘기 많이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시험이 임박했을 때 진도를 빨리 빼기보다 꾸준히 진도를 뺐으면 좋겠습니다.


또, ‘나는 변호사 출신이고, 언변은 좀 되니까'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자신의 스피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스스로가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할 줄 아는 교사라고 믿었던 박종훈 선생님에게 아이들이 적어낸 '선생님께 바라는 점'에는....


소리 그만 질러 주세요


라는 말이 쓰여있었다고 합니다. (망실대회에 모였던 우리 모두 이 대목에서 쓰러질듯이 폭소하고 말았습니다) 박종훈 선생님의 솔직한 공개 덕분에 우리들은 공감하며 웃기도 많이 웃었고, 마음에 심심한 위로를 얻기도 했습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준비한 수업이 아이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화학반응이 일어나 수업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찰하는 습관을 넘어, '나는 교사로서 자질이 없나 봐' 자책감에 시달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도 있는데요. 이러한 솔직한 이야기 덕분에 '나만 어려운 것은 아니구나' 위로를 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삶을 이어가고 다시 도전하는 동료 교사들을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18 제2회 망실대회 - 박종훈 선생님


박종훈 선생님은 "법정에서는 변호사가 의뢰인을 사랑하고 하지 않고는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요."라는 감동적인 말과 함께,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소중한 직업인지 더 많이 생각하고 인지하며 살아가자는 말로 발표의 문을 닫았습니다. 망실대회가 일주일쯤 지난 지금, 이 글을 정리하면서도 무언가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여기까지 제2회 망실대회에서 나눴던 '수업에서 경험한 작은 실패' 이야기를 공유해 드리고요.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이라는 실험', 그리고 '교사의 삶, 그 자체가 모험'은 망실대회 후기 2탄에서 말씀드릴게요. 1탄도 재미있고 의미 있지만 2탄은 또 다른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할 예정이에요.


인디스쿨 웹사이트 메인화면 '인디스쿨 블로그', '인디스쿨 페이스북'을 통해 2탄 발간 소식 들려드릴게요. 계속 주목해 주세요! (망실대회 후기 2탄 바로가기)


: : PRESS : :  

제2회 망실대회에 다녀가셨던 강원도교육청에서 현장 이야기를 담아주셨어요!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 강원도교육청 제2회 망실대회 취재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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