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망실대회 리뷰 2탄입니다.
오늘은 작년 연말에 있었던 제2회 망실대회 리뷰 2탄을 들려드립니다. (1탄은 여기에서)
조재호 선생님이 발표하셨던 내용을 중심으로 초등교사라는 직업의 어려움, 그 속의 작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공유해드리고요. 이어 김재동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내용을 토대로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장은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어떤 실패를 경험했는지도 들려드릴게요.
For Your Information,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 제2회 망실대회(1탄) 을 먼저 살펴보고 이 글을 읽으시면, 맥락을 이해하며 훨씬 더 풍성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망실대회 발표를 위해 전라도 광주에서 오신 조재호 선생님은, 발표를 준비하면서 걱정이 되셨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실패를 이야기할 때는 이미 이를 극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말하곤 하는데, '실패 극복기'가 아닌 '실패 그 자체'에 대해서만 발표를 해도 되는 것인지 싶어서요.
그런데 망실대회에서 만난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고 부담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담임 공황'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시작하셨습니다. 나의 실패에 대해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그것이 바로 망실대회의 매력이죠!
"저는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편입을 해서 교대에 들어갔는데요. 처음에 정말이지 너무 놀라웠습니다. 1번, 2번, 3번... 줄을 맞춰서 앉으라는 거예요. 저는 초등학교 졸업 후 중,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졸업을 해서 학교 경험이 많이 없고, 대학에서는 사회학이라는 너무나 자유스러운 것을 배웠거든요. 날마다 '권력을 해체한다' 그런 말을 하면서 살다가 교대에 가니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교육과정의 목표를 외우고, 쫄쫄이를 입고 무용을 하기도 하고, 피아노도 배우는 생활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전과목을 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야 하고, 전과목을 다 가르쳐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피아노는 학원까지 다녀야 했어요."
- 망실대회 조재호
조금은 독특한 출신 배경(?)을 가진 조재호 선생님은 교대 시절의 경험을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으로 회상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과목을 모두 흡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교대에서 무용과 피아노까지 섭렵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현장에 나와보니 전과목을 다 가르쳐야 한다는 어려움뿐만이 아니라 4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하루 종일 돌보아야 하고, 거기에 환경미화, 행정업무까지 쳐내야 하니 그야말로 '담임 공황'이 올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언젠가 학교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 어떤 질문을 해도 절대로 대답하지 않는 아이와 갈등하며 자신은 교사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는 조재호 선생님의 이야기에 우리 모두 공감하며 깊은 마음의 위로를 보냈습니다.
선배 교사들의 도움, 스스로 깨달은 것들, 그리고 인디스쿨 안에서 동료 선생님들이 나눠주시는 자료 덕분에 전과목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과 다른 업무 부담은 예전보다 덜해졌지만, 아이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솔직한 나눔을 해주신 조재호 선생님. 선생님은 앞으로 '담임 공황'을 어떻게 이겨 나가실까요? 정답은 없고 왕도도 없겠지만 우리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연대하며' 이 모험을 이어 나가요!
* 조재호 선생님은 망실대회 직후 인디스쿨 <일상다반사>에 후기를 남기셨는데요. 망실대회의 '연대의식'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인디스쿨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작성한 망실대회 후기보다 훨씬 재미있고 감동적인 글이랍니다. 선생님께 허락을 받아 브런치에도 올려두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조재호 선생님의 글은 여기에서)
- 2018년 망실대회 참여 후에 느낀 점 : 連帶(연대), 망실대회 조재호
"망실대회는, 제가 의도했던 것보다 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전투적 혁명가들이 '죽음도 불사하는 동지' 이런 어휘들을 왜 사용했는지 약간 이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내가 그럭저럭 교직에 붙어 있을 수 있었던 힘이 있었구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시는구나 하는 따뜻한 느낌 말이죠. (중략) 망해도 괜찮아, 해주는 먼 곳의 동료들이 무지 많고, 그 동료들이 빛나는 지성과 세련된 유머와 따뜻한 환대와 개인적 존중 속에서 연대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것, 이거 큰 경험입니다. 마미손 장갑을 낀 그들!"
이성복 시인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에서 영감을 받아, 발표 제목을 “네 삽질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라고 정하셨다는 김재동 선생님. 선생님은 지난 2011년, 인디스쿨에 봉사를 하고 싶다고 자발적으로 연락을 하셨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기술연구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그때 연락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 자발적인 연락 탓에 제가 지금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하신 것은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입니다.)
선생님은 발표에 앞서 인디스쿨 웹사이트를 IT 전문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을 만난 일화를 들려주셨는데요. 이런 오해에 대한 아주 약간의 서운한 기색과 함께, 인디스쿨이라는 플랫폼은 현직 교사 7명으로 이루어진 기술연구팀의 무보수 유노동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청중에게 강력하게 어필하셨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이시여,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의 숭고한 땀방울로 오늘도 인디가 돌아가고 있음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술연구팀 선생님들은 개발을 하다 보니 아마도 숱하게 많은 실패와 망함을 경험하셨을 텐데요.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면 3박 4일 연수를 해도 이해하지 못할 우리들을 배려하여, 선생님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장의 좌절과 실패'를 몇 가지 들려주셨습니다. '개인의 삶' 측면과 '인디스쿨 인프라 운영' 측면을 나눠서 소개해드릴게요.
인디스쿨 떠나기 = 실패, 앞으로도 어쩐지 실패할 것 같은 느낌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원은 7명이지만 서버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김재동 선생님을 포함해 2명뿐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9년째 몸담은 인디를 여전히 떠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앞으로도 인디스쿨 떠나기는 실패할 것 같다는 김재동 선생님은, 인디스쿨 덕분에(!) 육아휴직 계획도 일정 부분 실패했다는 사연도 공유해주셨는데요. 이 이야기를 듣는 우리들은 정말이지 감사하고 또 애잔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육아휴직을 계획하면서 대학생이 방학 계획을 짜는 것처럼 기대에 부풀어 있었어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죠. 그런데 지난 5월 서버를 이전하면서 무슨 전쟁하듯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씻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정말 거지 같은 모습으로 개발을 했어요. 최근에는 인증시스템을 개선하느라 잠들기 직전까지 개발을 하기도 하고.... 집에 있지만 재택근무자 같은 느낌으로 살았어요."
-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장 김재동
안정적이고 빠른 인프라 운영 = 그동안 실패해왔지만 나아지고 있다
인디스쿨 사용자들이라면 indischool.com 에는 '대란'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계시죠? 학기초 '3월 대란', 편지지가 필요한 '스승의 날 대란', 수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운동회 대란' 등 주요 시즌 때마다 인디스쿨은 느려지곤 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기술연구팀 선생님들은 아주 오랜 시간 뼈와 살을 갈아(...) 넣으며 각종 방법을 모색해왔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찾아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통합검색’ 기능 도입이라는 이야기를 망실대회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요. 각 게시판에서 검색을 하면 서버 부하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이를 없애고 '서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검색이 되는' 통합검색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을 이뤄내기까지,
정말 많은 밤을 지새웠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안정화된 인디스쿨 인프라 운영 이면에는 기술연구팀 선생님들의 숱한 실패와 도전, 지새운 밤이 있었음을 망실대회 덕분에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요. 김재동 선생님 이하 기술연구팀 선생님들이 계속해서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실(뿐만 아니라 밤을 지새우며 뼈와 살도 갈아 넣으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초등교사라는 쉽지 않은 모험을 하며 '담임 공황'에 빠지기도 하지만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조재호 선생님의 이야기, 그리고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으로서 끝이 보이지 않는 '삽질'을 이어나가고 계시는 김재동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사실 이번 콘텐츠는 두 분 선생님의 발표 분량이 많기도 하고, 주제도 방대한 까닭에 정돈하기가 까다로워서 핵심적인 내용만 간략하게 전달해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방향을 바꿔서 가능한한 모든 내용을 정리해서 전해드렸는데요. 실패를 극복하는 꿀팁도, 실패 후에 거머쥔 승리담도 없는, 그저 '지금도 실패하는 중'이라는 두 선생님의 이야기를 왜 자세하게 전해드리고 싶었을까요?
실패가 두려워 포기하고 싶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의 무게가 무거워 다시 일어날 힘이 없는 분들께 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하며 '포기하지만 말자', '앞으로도 더 열심히 실패하자', '오늘도 실패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김재동 선생님이 발표를 마무리하며 하셨던 이야기를 인용하며 마칩니다.
"며칠 전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라디오를 듣는데 에디슨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나는 1200번 실패한 것이 아니다.
전구가 켜지지 않는 방법을
1200가지나 알아낸 것이다.
- 토마스 에디슨
서버를 관리하는 것도, 수업을 개발하는 것도 1200가지의 실패하는 방법을 알아내려면 한 10년 정도 하면 되겠죠? 그정도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느 정도 잘 되겠죠, 뭐. 오늘도 안 되는 방법을 하나 더 알아내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과 저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장 김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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