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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Mar 09. 2019

70년대 교사도 첫 발령은 처음이라

ISSUE 1 초등교육, 공유와 지성의 역사


초등교육에서 자료 공유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인터넷은 물론 복사기 조차 흔하지 않던 시절, 그 시절 선생님들은 어떻게 수업을 준비하고 자료를 활용하셨는지, 1971년도에 첫 발령을 받으셨고 지금은 은퇴하신 다섯 명의 선생님들을 만나보았습니다.  




Q. 지금은 인터넷으로 다양한 수업자료를 얻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복사기도 없던 시절이라고 들었어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을 사용해서 수업을 하셨나요? 


# 자료 공유의 시조 등사기


“복사기도 아니고 등사기라고 아시나?

그때는 복사기도 마땅히 없어서 교사가 직접 등사실에 가서 등사를 하곤 했어. 등사지라는 반투명 종이에 송곳같이 생긴 철필로 긁어서 직접 손으로 교안을 만들었지. 동학년 회의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자료를 돌려보면서 수업연구를 했다고.”

등사 인쇄판


등사 - 등사 원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밀랍 내지는 왁스가 코팅된 등사지라는 반투명 종이에 철필로  글씨나 그림의 선 부분의 왁스코팅을 긁어낸다. 등사 원고를 고운 비단천으로 된 스크린에 붙이고 밑에 놓인 종이에 밀착시킨 후 그 위로 끈적한 잉크를 묻힌 롤러를 굴리면 마침내 1장의 인쇄물이 만들어진다. 참조 - 나무위키



# 환등기와 영사기의 추억


아무것도 없이 교과서만 가지고 하는 수업을 맨손 수업이라고 했어.


맨손 수업을 하면 애들이 지루해하니까... 그때는 뭐 개인적으로 구할 수 있는 자료도 없고, 남산에 교육연구정보원(현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었던가... 거기 자료실에서 환등기 자료를 대여해서 보여주고는 했지. 교실에 암막을 치고 동그란 환등기에 필름을 끼우고 돌려가며 스크린에 쏘면서 수업을 하면, 생생한 자료를 보면서 하니까  맨손으로 수업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집중을 더 잘했지.”


“기억나는 게.. [사회과 아름다운 우리 고장]에 대한 환등기 자료가 있었어. 그걸 보면서 수업을 하면 ‘우리 선생님은 재미있는 것도 보여주시네’ 하면서 애들이 좋아했지. 8mm 영사기로 영화도 보여주고... 그땐 그랬지.”


환등기
영사기


환등기 - 물체에 강한 빛을 비추어 물체를 통과한 빛이 스크린이나 벽에 투영되게 하는 광학장치이다. 보통 투과성이 높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이나 얇은 사진에 빛을 비추어 상이 나타나도록 한다. 참조- https://www.scienceall.com  


영사기 - 영사기는 영화 필름 따위를 확대하여 프로젝션 스크린에 비추는 기계를 말한다. 조명, 소리 장치를 제외한 대부분의 광학적, 기계적 요소들은 아직도 영화 카메라 안에 존재한다.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교실에서는 시청각 교재로 흑백 필름을 주로 사용했다.  참조- 위키백과


교육연구정보원(현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 남산에 위치한 교육연구정보원은 1960년대부터 다양한 교수학습자료를 보유하며 다양한 필름, 환등기 자료들을 대여하며 교육 자료실로서 기능했다.



Q. 2019년의 신규와 1971년의 신규. 첫 발령을 받아 처음 교단에 서는 경험은 마찬가지로 어려웠을 텐데, 어떤 것이 제일 어려우셨나요?


#1971년 신규교사의 환경미화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려운 것도 없었지 뭐.


허허허. 육성회비 걷는 일과 환경미화가 가장 어려웠지. 환경미화는 예산도 없이 교사 혼자서 알아서 하는 것이 기본이었고, 몇 년이 지나서야 모조지, 색종이, 색지, 매직 같은 물품이 지급되었어. 남교사가 교실을 꾸미는 일도 어려웠지만 그보다도 교장, 교감, 학년부장이 각 반을 돌면서 점수를 매기는 것이 제일 곤란한 일이었지.”



#눈물의 연구수업


“그 당시에는 학년별 연구수업이 활발했는데, 연구수업 전에 미리 수업 내용을 공유하고 동학년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공동사고를 통해 수업을 준비했어. 그러나 칭찬보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일반적이어서 연구수업 한번 하고 나면 교무실이 눈물바다가 되곤 했지. 평가회는 자평 - 학년대표평가 - 교감/교장 총평으로 이루어졌는데, 당시 ‘자평’의 문화는 잘한 점 보다 미진한 점을 주로 말하는 것이 미덕이었어. 그렇기 때문에 이어지는 평가 역시 잘된 것보다 미흡한 것을 지적하는 분위기로 흘러갔고... 이런 분위기는 요즘의 민주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




원하면 언제든지 책, 영화, 음악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2019년을 사는 우리들에게 등사기, 영사기, 환등기 같은 기계들은 참 낯선 이야기입니다. 손으로 왁스를 긁어 갱지에 등사를 하고 필름을 한 장 한 장 꽂아 흐릿한 사진을 감상하던 교실을 지나 스마트 교육, 디지털 교과서 시대까지 왔지만 21세기의 교실은 동시에 메이커 교육, 팅커링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날로그 감성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하면 언제든 무슨 정보든 접속 가능한 세상만 존재해왔던 것 같지만, 오래된 선생님들의 오래된 노력이 한 켜 한 켜 쌓여 지금의 초등교육 지성의 역사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71년도 첫 발령 동기 김동연 선생님, 김종신 선생님, 송규호 선생님, 임승빈 선생님, 홍재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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