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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Mar 29. 2020

인디스쿨이라는 광장, 그리고 모니터링

월간 기술연구 2020.3호

안녕하시지요?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새 학기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계신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3월호에서는 인디스쿨 게시판 모니터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인디스쿨의 모토는 ‘광장을 열어 연결을 돕는 것’입니다. 광장에서는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박수를 받고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습니다. 가끔은 비판도 받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광장이니까요. 적어도 제가 꿈꾸는 광장으로서의 인디스쿨은 그런 모습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광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전히 공감, 위로, 격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비난과 비방의 목소리가 마치 유럽을 배회하던 유령처럼 인디스쿨의 광장을 배회합니다.


인디스쿨 운영진은 인디스쿨이 플랫폼으로서, 사람들의 연결을 돕는 광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의견을 나누었고, 광장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인디스쿨이 사용하고 있는 XpressEngine(이하 XE)이라는 플랫폼의 문제입니다.


XE에는 신고 기능이 있지만 신고를 하면서 신고 이유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또 이렇게 신고된 글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보거나, 신고가 많이 접수된 글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도 없습니다. 게시물이나 댓글 차단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20개의 신고가 접수되면 기계적으로 차단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차단된 글 목록을 모니터링팀이 쉽게 확인할 수도 없고, 검토 결과를 일반 회원에게 알릴 수도 없습니다. 모니터링팀이 살펴보고 이상이 없다면 다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운영진이 임의로 게시물을 차단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심지어 그런 기능조차 없습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을 미리 차단할 수도 없고, 문제가 없는 글을 다시 풀 수도 없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이렇게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모니터링에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끔 공지에서 TMI(모니터링팀) 모집 글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니터링팀은 6개월 단위로 지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1년도 아니고 왜 6개월이냐면, 모니터링팀이 엄청난 정신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남긴 글, 댓글, 신고를 계속 보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모니터링팀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가 거의 없습니다. 신고가 많이 접수된 글을 쉽게 파악할 수만 있다면, 검토 결과를 알리고 검토 결과에 따라 글을 다시 열 수 있다면, 벌점을 부과하고 자동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현재는 이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링 대상이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글을 읽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규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고 벌점을 기록합니다. 또 벌점을 사용자별로 더해 제재 대상이 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퇴근 후 늦은 밤, 새벽까지 그 일을 묵묵히 맡아주고 계신 모니터링팀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동시에 듭니다.


합정 프로젝트에서 게시물 신고를 하는 모습


합정 프로젝트에서는 위에서 언급된 모든 문제를 개선하였습니다. 신고를 할 때는 반드시 사유를 입력해야 합니다. 단지 글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신고를 하면 오히려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모니터링팀은 신고가 많이 접수된 글을 목록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검토 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벌점이 누적됩니다. 차단된 글은 모니터링팀 검토 후 어떤 이유로 차단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토 후 문제가 없는 글로 판명되면 신고가 많이 접수되어도 다시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가 마치 인디스쿨과 운영진의 문제인 것처럼 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비록 합정 프로젝트에서는 해결이 되었지만, 당분간은 이 모습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도 여전히 부담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신고 기능도, 모니터링팀도 필요 없는 것이겠죠. 광장에 선 우리는 무엇이든 말할 자유가 있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선의를 믿습니다. 민주주의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인디스쿨이라는 광장도 그냥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인디스쿨을 아끼고 사랑하신다면 우리가 사용 중인 광장이 깨끗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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