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팀 클래스 <모두의 작사> 인디스쿨 1기와 2기의 추억
지난 인디스쿨 문화팀 랜선 클래스 <모두의 작사>를 리뷰합니다.
저는 스스로가 내 것을 만들어내는 힘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것이 늘 고민이었어요. (...) 그래서 늘 부러웠어요. 창작하는 삶, 생산하는 삶, 만들어내는 삶이요. 주변 친구들 중에 그 길을 걷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정작 그 과정을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러한 삶이 참 반짝반짝 빛나 보이더라고요.
(...) 2학년 친구들과 작곡 수업을 해서 모든 친구들이 한 곡씩 만들었는데요. 해보면서 몇몇 일기 같은 글의 가사를 '조금 더 노랫말처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만들어낸 동요틱한 반주를 벗어나 '조금 더 다양한 음악의 세계를 맛 보여줄 수는 없을까' 고민했는데 노래란 무엇인지, 노래 말에서 중요한 화자의 개념, 가사를 다듬어나가는 과정과 그 이후 실제 작사 수업에서 노래를 만들어가시는 과정까지 엿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 내가 풍성해져야 아이들에게 줄 부분이 많아짐도 느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조금 더 창작의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어야겠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포기하지 말고, 대신 무리하지도 말고, 즐겁게 나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2019년 겨울, 인디스쿨 문화팀 원데이 클래스 <모두의 작사: 일일 강연> 후기 중에서
지난해 연말, 인디스쿨 문화팀 원데이 클래스 <모두의 작사: 일일 강연> 기억하는 선생님 계시나요? 참석하셨던 분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강사님의 음악 지식과 지금까지의 작사 수업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강연에 연말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이 날 참여한 우리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경험했지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은 배운 바 없지만, 이 날의 감동이 저마다 좋은 것으로 발현되었으리라는 조용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사님은 음악가라는 본업을 중심으로 참여형 작사 워크숍을 운영하는 분인데요. 인디스쿨 연수/행사의 규정과 여건상 작년에는 원데이 클래스를 요청드린 바 있습니다. 일일 강연 그 자체로도 우리들의 정서가 엄청나게 자극되고 영감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내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보는 경험을 선생님들께 안겨드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컸습니다. 게다가 인디스쿨 <모두의 작사: 일일 강연> 수강 후기에서 강사님의 5주 작사 수업을 꼭 들어보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바람을 알게 되어, 2020년에는 5주 클래스를 꼭 개설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지요.
새 학기의 분주함이 잦아들 즈음 강사님과 일정을 조율해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 세계에 코로나바이러스 19라는 재난이 닥쳤습니다. (인디스쿨 멤버로서 온라인 개학을 주제로 하여 끄적거리고 싶은 마음이 무척 많습니다만, 오늘은 <모두의 작사> 리뷰인 만큼 생략합니다) 작사 클래스를 개설하기에는 곤란하게 느껴지는 여건이 하나 둘이 아니었습니다만, 무엇보다 우리가 만날 수 없는 환경에 처했기 때문에 수업 개설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면서도 그 아쉬움이 잘 참아지지 않던 기억이 납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모두 함께 혼란을 겪던 시절, 이 수업을 비대면으로라도 개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이번 1학기에 마음이 아프고 힘든 선생님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인지 하면서부터입니다. 훗날 <모두의 작사> 인디스쿨 1기 & 2기로 참석하신 선생님들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인데요. 사상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계속해서 바뀌는 지침을 따르고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적응해야 했던 전쟁통 같은 1학기. 연수를 듣고 나만의 노래를 만든다는 건 시간적으로 보나 체력적으로 보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리해 수강신청을 하셨다고 합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짜 내어 수강하는 중에, 음악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오히려 혼란의 시국을 버티는 힘이 돼 주었다는 소감을 들으며 어쩐지 뭉클하기도 하고 선생님들께 힘이 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모두의 작사> 인디스쿨 1기와 2기는 비대면 화상 수업으로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인디스쿨 최초의 화상 연수가 바로 <모두의 작사>인데요. 화상 수업은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개설된 것이지만, 이 어쩔 수 없음 덕분에 경험하게 된 감사한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그 어느 지역보다 많은 위로가 필요했던 대구에 계시는 선생님, 또 구미에 계신 선생님도 인디스쿨 문화 클래스에 참석하실 수 있었다는 점이 그것인데요. 인디스쿨 공간이 서울에 있는 탓에 그동안 만나 뵙기 어려웠던, 늘 죄송한 마음이 있었던 지역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무척 기뻤습니다.
<모두의 작사> 수업에서는 첫 번째 시간 이후 솔직하고 자유롭게 나만의 짧은 글을 써오라는 과제를 부여받게 되는데요. 선생님들께서는 지역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소재의 글을 써 오셨습니다. 학창 시절 도덕 선생님께 보내고 싶은 편지, 소중하고 가까운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짝사랑하는 대상의 알쏭달쏭한 행동과 내 마음, 어린 시절 회상, 이루지 못한 어린 시절의 꿈, 곧 퇴임하시는 교장선생님께 전하고 싶은 마음, 어떤 책을 읽고 난 후의 소회 등 각자 써온 갖가지 주제의 글을 공유하며 강사님과 수강생들의 의견을 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 써온 자유로운 글은, 모두의 작사 멤버들의 피드백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심화시키고, 행으로 나누고 자르고 재배치하는 과정을 거쳐 가사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강사님의 일방적인 지도편달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의견 교류와 피드백 속에서 이루어지는데요. 작사의 기법을 습득하는 시간과는 거리가 멀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중에 가사스러움을 익혀 가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서로의 글을 읽으며 함께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참 많이 나누어졌는데요. 학급 경영이나 수업과는 무관한 연수였지만, 교사들이 모인 곳에서는 역시 교실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별자리를 소재로 글을 쓰신 한 선생님에게는 "제가 올해 5학년 담임인데, 선생님 노래 나오면 태양계 배울 때 활용해도 되나요?"와 같은 요청이 있었고요, "이번 주에 행 나누기 작업을 하면서 어쩐지 공문 짜깁기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정통신문 쓰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해서 다 함께 박장대소를 했답니다.
한편, 직업을 잠시 벗어나서 인간으로서의 나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의 꿈을 돌아보기도 하고, 왜 이제는 더 꿈을 꾸지 않는 것 같은지 모르겠다는, 중고등학생 시절 이후로는 꿈이라는 걸 잊고 살았다는, 초등학생 시절 이후로는 이렇게 자유롭고 솔직한 글을 처음 써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누어졌습니다. 작년 <모두의 작사: 일일 강연> 후에도 "아이들에게는 늘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게 교사들인데, 정작 우리들은 꿈을 포기하는, 생각하지도 않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라는 수강 후기가 있었는데요. 잘 해내야 할 이유 없이, 검열할 필요 없이 자기를 담아내다 보면 이렇게 말랑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나눠지는구나 싶었습니다.
각자가 만든 가사를 강사님이 만든 반주 위에 얹어 녹음까지 해보는 5주 과정을 마친 후, 참여하신 선생님들에게 수강 후기를 받았습니다. 내 마음을 관찰하고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신기하고, 특별하고, 기적 같고,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음이 행운이었고, 5주간 우리만의 비밀살이를 하는 듯한 느낌이셨다고 해요. 정말 많은 소감, 후기, 이야기들이 있었던 가운데, 일부를 선생님들의 언어 그대로 공유해드릴게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한 한 달을 보냈어요."
"가정에 묻혀, 일에 묻혀 오랜만에 시도하는 게 정말 너무나 쉽지 않았다. 한 주 한 주 나의 글과 다른 선생님들의 글이 가사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참으로 새롭고 신기했다."
"작사를 하며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과정을 진행하며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과정을 따라가며 과제를 해 나가며 지금 여기서는 할 수 있구나 해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일상에서 나와 나만의 공간, 우리의 공간에서 비밀살이를 하는 묘한 느낌. 나의 작은 생각 하나를 꺼내서 자세히 관찰하고 글과 노래로 그려보는 시간. 주위에 들려오는 모든 노래에 더 귀 기울이게 됨. 그 과정에 들어가는 음악인들의 감각, 노력, 전문성 다시 보이는 노래들!"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음악에 대해 말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특히나 노랫말에 관해 말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은 아주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의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구요. 드디어 그것이 현실이 되었네요. 비록 서툴긴 하지만 오롯한 나의 노래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 같습니다. 나의 일기에 박자와 멜로디를 입히는 과정이었고 즐거웠습니다."
"나의 역사가 하나의 노래로 빚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시 만나지 못할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기간 동안 토요일이 항상 기다려졌습니다. 창작을 한다는 것 나의 이야기를 쓰고 그것이 음악으로 탄생하는 과정들이 기적같이 느껴지고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또한 앞으로 더욱 나의 이야기를 더 써보겠다는 다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기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많은 제약과 망설임이 생기는 때이잖아요. 그런데 용기 내어 연수 개설해준 인디스쿨과 강사님께 감사드려요."
전염병으로 인해 만날 수 없고, 교감할 수 없다고 여겼던 지난 1학기. 서글플 수도 있었던 시간에 그 어느 때보다 찐하게 연결되는 경험 하게 해 주신 <모두의 작사> 인디스쿨 1기 돌고래자리, 배선명, 허니클로버J, 아기새, 문은주, 바다노을 선생님과 인디스쿨 2기 박노해, J, 곤충학자, K, 호기, 마자용 선생님 그리고 이성혁 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모두의 작사>를 주제로 작년에는 일일 강연, 올해는 비대면 화상수업이라는 낯선 시도를 제안하는 중에, 수강생의 유익과 아름다운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의사 결정하시는 강사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수강생 선생님들의 표현을 빌리면 강사님에게는 "교사의 피"가 흐르는 걸로 추정되는데요.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보다 자기다워지고,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일에 좋은 선생, 좋은 동행, 좋은 파장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디스쿨과도 오래 갔으면 하고요.
그럼, 함께 하셨던 열 두분 선생님의 앞날과 또 교실을 기대하면서, 글 마칩니다.
인디스쿨은 소중한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디스쿨을 통해 아이들의 행복과 교사의 성장을 꿈꾸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의 기부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힘은 선생님들의 후원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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