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2020년 1학기의 일일
한 편의 재난 영화 같던 1학기. 나이와 성별과 직종 무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올해 초 심각한 충격과 혼란 또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바이러스의 영향과 우리들의 심란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요.
사상 처음으로 아이들 없는 교실에 출근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지침과 온라인 수업에 대응하느라 1학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는 선생님들 많으실 텐데요. 인디스쿨이라는 광장 입장에서도 지난 1학기의 시작은 참 혼란스럽고 여러모로 폭풍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멈추어 있기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의논하기도 하고, 무기력해하다가 다시 또 힘을 냈다가 하는 상태를 반복하면서 쉽지는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내고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니,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켜야할 가치를 지켜내면서 인디답게 이 시기를 지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재난으로 인해 방식은 새로워졌지만, 우리다웠던 코로나 첫 학기였습니다. 발생한 문제를 대처하고, 변화에 적응하면서 인디스러움을 유지하려 애쓰는 가운데 새로움을 발견하기도 했던 지난 1학기. 코로나 첫 학기의 인디스쿨을 운영진과 사무국을 중심으로 리뷰해봅니다.
지난 3월부터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바이러스가 일상이 되는 삶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예정된 연수를 취소하고, 교사모임 공간 대관을 중단하고, 월 1회 인디 공간에서 모이던 운영 회의를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했습니다. 이대로 아무 것도 못 하는 건가 무척 무기력해하는 한편 우리가 무엇으로 선생님들을 도울 수 있을까 열심히 머리를 맞대기도 했습니다. 이후 온라인 개학을 맞으며 수업 자료 저작권 이슈가 불거졌을 때는 기술연구팀장이 나서서 자료 공유 관련 설문조사를 하고, 여론에 따라 황금별(인디스쿨 파워업로더) 선생님과 함께하는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밤새워 게시판 추가 기능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수업 자료가 교실을 벗어나 각 가정에 배포되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폰트와 이미지 저작권 문제가 무척 까다롭고 또 두려웠습니다. 마침 이때 한 폰트 회사에서 연락을 주셔서, 화상 미팅을 진행하였고 이후 상업적 목적까지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 산돌 폰트를 비롯한 무료 폰트를 열심히 알렸습니다. 이 무렵 인디의 수많은 선생님들께서는 자발적으로 수업용 자체 제작 캐릭터 이미지를 공유하기도 하고, 온라인 수업에 맞는 자료를 새로이 제작해 '온라인 공유 가능' 말머리를 달아 게시판에 공유하기도 하셨는데요. 운영진 한 선생님은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재난 속의 협업 공동체'라고 정의했습니다.
[공지사항] 온라인 개학에 따른 인디스쿨 자료 이용 안내(*인디 로그인 필요)
[공지사항] 저작권 걱정 없는 무료 폰트 라이선스 소개(*인디 로그인 필요)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지나며, 스트레스가 심하고 혼란스러운 선생님들을 위해 무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육연구팀장과 사무국이 함께 인디스쿨 누리집 일상다반사에 [온라인 개학 인터뷰]를 연재한 일도 있었습니다. 따뜻한 댓글을 참 많이 받았던 게시물이었죠. 매주 다른 지침에 매주 다르게 대응해야 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스냅사진처럼 담겨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화상 인터뷰에 응해주신 소금별, 애락, 햇반, 상권쌤, 까망이고동이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온라인 개학 인터뷰 1] 5기 대표운영자 황정회(소금별) 선생님
[온라인 개학 인터뷰 2] 공식 교사모임 '전국음악수업연구회' 한승모(애락) & 임소연(햇반) 선생님
[온라인 개학 인터뷰 3] 공식 교사모임 '몽당분필' 이상권(상권쌤) & 까망이고동이 선생님
"이럴 때 매일 모이셔서 동학년 있으면 동학년끼리, 아니면 학교 단위 선생님들이 모여 교사학습공동체가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수업에 관한 많은 것들이 공유되면 좋겠어요. 이 기간에는 인디스쿨에서도 온라인 기반 수업 이야기가 많이 나눠지길 바라요. 온라인 수업 관련해 다른 학교에도 공유될 수 있도록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사회적으로 강도 높은 거리를 두면서도, 온라인으로는 열심히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고 연대했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연대가 필요한 때잖아요."
- 인디스쿨 5기 대표운영자 황정회(소금별)
이 시국에도 배우고 나누고 성장하는 인디스쿨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문화팀은 기존 강사님들과 대화하며 설득하고 조율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쳐 [랜선 클래스]를 세 가지 타입으로 오픈하기도 했고, [랜선 북토크]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어설픈 모습이 많았을 텐데, 선생님들께서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참가해주시고 정성스러운 후기도 많이 보내주셔서 참 감사했어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데 요즘 시국이 좋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런 모임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신청했어요", “요즘에 사람들 많이 못 만나서 아쉬웠는데 오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아가요"라는 피드백을 들으며 보람을 느끼는 한편, 마음이 찡하고 많이 서글펐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만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일인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공지사항] 랜선 원데이 클래스 인디자인으로 4쪽짜리 책 만들기 1~5차 모집글(*인디 로그인 필요)
[브런치] 랜선 5주 클래스 <모두의 작사> 인디스쿨 1기 & 2기 리뷰
문화팀 랜선 클래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가장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은 강사 분들인데요. 주로 작은 책방에서 클래스를 운영하던 강사님들에게 비대면 화상수업이라는 낯선 시도를 제안하면서 거절당할까 봐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인디스쿨이 표방하는 가치에 공감하며, 우리와 한 팀 되어 머리 싸매고, 여러 번의 화상 테스트를 거치며 함께 곤란해하고 또 개선 방법을 찾아가며 임해주셔서 선생님들께 따뜻하고 유익한 시간을 선사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시간 자체는 클래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체 프로세스에서는 상당히 작은 부분이었을 정도로 3월부터 줌으로 미팅하며 애써주신 강사님들께 사랑과 존경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획 노트] 북토크 진행자 노트 (책 <아무튼 메모> 토크 기획안, *한 선생님의 공유 요청에 따라 웹 공개)
이 와중에 2020년 2월 임기가 시작되는 신규 운영진이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환영회는커녕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서울시NPO지원센터 조직변화실험실 사업의 일환으로, 막내라인 운영진 교육 프로그램 [함께 자라기 2020]을 운영하게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신규가 잘 정착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편하게 만나기 힘든 환경에서 운영하기가 쉽지는 않지만요.
[브런치] 인디스쿨과 함께 자라기(함께 자라기 프로젝트 소개)
막내라인 운영진은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행하고 있는데요. 막내 4인방 중 김상현 & 이슬 선생님은 [인디스쿨 고마워 챌린지]를, 안선미 & 최웅비 선생님은 [코로나를 대처하는 슬기로운 교사생활] 프로젝트를 사무국과 함께 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선생님들께 인디스쿨 굿즈를 발송해드리기도 했고요. 온라인 개학과 등교 개학을 거치며 지친 선생님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막내들이 기획하고 실행하고 선물 발송까지 도맡아 했다는 점, 감동적이지 않나요?
[공지사항] 인디스쿨 고마워 챌린지 공지글 (*인디 로그인 필요)
[공지사항] 코로나를 대처하는 슬기로운 교사생활 공지글(*인디 로그인 필요)
[공지-카드뉴스] 코로나를 대처하는 슬기로운 교사생활 Q&A 1탄 (*인디 로그인 필요)
올해 1학기에 일어난 모든 일을 통틀어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우리들의 누리집이 이사를 간 사건입니다. 작년부터, 또 코로나 기간 내내 틈 나는 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해온 기술연구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기술연구팀장이 계속해서 말해왔습니다만, 이번 리뉴얼은 개편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 집을 처음부터 다시 지어서 이전한 것인데요. 예전에는 우리가 원하는 기능이 있어도 집 터와 골조 자체의 한계로 추가 공사가 불가능한 기능이 많았는데, 새 집은 새로운 기능을 가져다 붙이기에 편리하도록 설계했고, 훗날 누가 와서 코드를 만져도 알아보기 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물론 저 같은 유저 입장에서는 [쫑알쫑알] 기능이 가장 큰 변화로 느껴지지만요!)
이사 후 환경에 맞는 새로운 FAQ를 만들고, 쏟아지는 질문들에 답하고, 변경된 게시판 용도에 관해 커뮤니케이션 하고 공지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기술연구팀 멤버들과 헬스데스크 담당 사무국 멤버, 모니터링 팀 멤버들이 지치지 않도록 마음으로, 또 인디 내에서의 선한 메시지들로 계속해서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브런치-월간 기술연구 2020.2호] 합정 프로젝트는 순항 중
[공지사항] 새로워진 인디스쿨 안내(*인디 로그인 필요)
이렇게 1학기를 지나는 중에, 이란의 한 초등교육 커리큘럼 전공 조교수와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 등이 이란에도 교사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며, 인디스쿨 운영진에 자문 미팅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 분들은 <Factors Cultivating Sustainable Online Communities for K-12 Teacher Professional Development>라는 아티클을 읽고 인디스쿨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연락에 회신하여 대외협력 담당 운영진이 GoToMeeting으로 인디스쿨을 소개하고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팅을 하면서 인디스쿨의 각 게시판이 Amazing 하다는 피드백을 듣기도 하고, 너무 서구 중심의 교육에 매몰되어 아시아 국가 간의 문화를 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1학기를 이렇게 보내며 여전히 안타까운 점들과 힘든 점이 많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가운데 경험한 새롭고 감사한 점도 적지 않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운영진이 화상으로 회의하는 문화에 나름 익숙해짐은 미팅이 필요할 때 편리하게 작용하는 중입니다. 1학기 동안 월 1회 이사회를 슬랙(Slack) 화상회의로 진행했고, 문화팀은 몇몇 강사님과 툴도 익힐 겸 총 다섯 차례의 줌(Zoom) 미팅을 가졌고, 막내라인 운영진 함께 자라기 팀은 수시로 줌과 슬랙 화상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연수팀 역시 출근으로 인해 협의회에 올 수 없는 멤버는 줌으로 회의에 참여하도록 했고요. 사무국 새 식구의 정규직 전환 평가도 화상으로 이루어졌고, 내일 있을 회계 감사도 줌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제 랜선 미팅이 어느 정도 생활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물론 화상 미팅이 실감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지만, 운영진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보니 온라인 회의 환경이 정착한 속에서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참여가 일어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노멀, 화상 모임이 정착됨에 따라 지역에 계신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이 이번 1학기의 가장 큰 수확입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문화팀 랜선 클래스와 북토크를 포함한 행사들로 총 20회 줌 회의 창이 개설되었는데요. 대부분 작은 살롱으로 운영된 이 모임들의 참여자는 총 73명인 가운데, 서울 경기를 제외한 멤버는 전체의 약 1/3을 차지합니다. 해당 선생님들의 근무 지역은 무척 다양했는데요. 인천, 전주, 익산, 담양, 구미, 부산, 김해, 창원, 울산, 대전, 대구, 충주, 아산, 제주까지 있었습니다. 멤버 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대구였고요. 1학기 중에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활동에 제약이 있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대구 지역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음악을 이야기하고,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감사했습니다.
어느덧 8월 말입니다. 9월을 바라보는 우리는 연수팀을 중심으로 2학기 연수를 기획하고, 문화팀을 중심으로 새로운 클래스를 기획하고, 음악수업모임을 중심으로 20주년 기념 로고송을 제작하고, 사무국을 중심으로 20주년 기념 책자 제작을 위한 인터뷰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전설의 레전드로 닉네임만을 풍문으로 들어왔던 YOUN 선생님을 만나뵈었는데, 그 인터뷰 어찌나 감동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선배들이 인디스쿨을 어떻게 지켜왔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었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엄청나게 확산되고 있고, 각종 혐오 현상도 심해지는 것 같고, 개학과 앞으로의 상황 불투명한 가운데, 2학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요. 어려움 속에서도 인디스쿨이 계속해서 배우고, 나누고, 성장하는 인디로서의 면모를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한계 내에서 힘써 보겠습니다. 광장에 계신 선생님들께서도 계속해서 지금처럼 지식을 나눠주시고, 지혜도 빌려주시고, 랜선 동료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세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2학기에도 우리들은 인디스쿨답게 인디스쿨해요!
* 글 제목 '코로나 첫 학기의 우리들'은 글쓴이가 이팔청춘 시절부터 좋아했던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 <2009년의 우리들>, 그들의 연말 공연 'oooo 년의 우리들' 시리즈, 코로나19 시국에 랜선으로 열렸던 공연 '격리기간의 우리들' 등을 오마주 했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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