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이 론칭하는 <인디 탐구클럽>을 소개합니다. (1)
저마다 관심 있는 탐구 주제를 골라서, 어떻게 배움 생활을 꾸릴지 계획하고, 매주 한 편의 탐구 페이퍼를 쓰는 커뮤니티 <인디 탐구클럽>이 4월 중 론칭합니다(모집은 3월 25일부터!). 이를 앞두고 기획의 배경과 프로그램 이모저모, 인디스쿨이 탐구클럽을 통해 빚어가고자 하는 미래까지 세 편에 걸쳐 연재하고 합니다. 오늘은 <인디 탐구클럽>의 배경, 기획자들이 이 클럽을 설계한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글 싣는 순서>
(1) 배경 “선생님의 학습과 성장 생활, 안녕하신가요?”
(2) 소개 “탐구할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드려… 아니 마련하도록 도와드려요"
(3) 기대 “세상에 대한 탐구 의욕이 뿜뿜한 교사, 배움의 동기가 충만한 교실"
* '학습'은 우리 모두 잘 알듯이 '배워서 익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경우에 따라서 '일방적인 지식의 흐름' 혹은 '반복해서 수양하다'라는 뉘앙스를 내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식의 의미를 스스로 묻고, 깊이 탐구하는 행위와 대조하여 쓰일 때도 많고요. 인디 탐구클럽에서는 '학습'을 그런 의미보다는 '지식을 습득해가는 과정' '탐구를 통해 배움을 내면화하는 일' '경험이 일으키는 변화'의 뜻으로 사용합니다.
선생님은 ‘학습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볼 때 어떤 심경이신가요? ‘교사 전문성'은요? 교실의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고, 이론서도 읽고, 수업을 준비하고, 대화하고, 학교와 인디스쿨 안팎에서 애쓰는 선생님이 정말 많으시죠. 교사 학습 공동체, 각종 교사모임 또 대학원에서 치열하게 공부하시는 선생님도 많으신 것으로 압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배우며 애쓰며 교직을 이어나가면서 쌓이는 시간들이 선생님의 교사 전문성을 이루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신규교사에게 넉넉하게 나눌 실천 지식 보따리가 두툼한 경지에 다다르게 하죠. 과정의 배움을 나누고, 쌓인 경험을 나누어주시는 선생님으로 인해 인디스쿨이 지속하고 수많은 교사들이 교직 속에서 성장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한편, 시간을 쌓아나가는 과정에 계시는 선생님 중에는 불안과 혼란을 느끼시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무언가 더 배워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배워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거나, 많은 교사가 자기 분야를 정해 뾰족한 전문성을 구축해나가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이대로 좋은 걸까?’ 싶다는 말씀을 심심찮게 듣습니다. 각종 연구회, 교사모임 등에 성실하게 참여하면서 선보일 기술이 많아지고 나눌 만한 지식도 꽤 쌓인 것 같지만 어쩐지 부족하다는 감각을 느끼는 선생님도, 성장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기대할 새 없이 매일 그저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선생님도 계실 것 같고요.
“놀이 수업을 수년간 해왔는데 이렇다 할 정리를 해본 적이 없어요. 내 수업은 능숙해졌지만 누군가에게 연수할 수준은 못 돼요.”
“환경 교육 수업 사례는 좀 쌓였지만 왜 환경 교육을 해야 하는지 설득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네요."
하시며 어떤 주제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 탐구하는 일에 필요성을 느끼는 선생님도,
“교대 시절 이후 교육 철학을 공부해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좋은 내용이 많았는데…”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쁘니까 교육에 대해 고민해볼 틈이 없어요."
하시며 일종의 갈증을 느끼는 선생님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꼭 자기만의 뾰족한 분야를 구축한다거나, 교육 철학을 공부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수업에서 마주하는 주제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탐구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요. 가령 민주주의와 정치, 노동의 의미, 가계와 기업과 정부라는 경제 주체, 식물과 인간, 광활한 우주 등에 관해 개인적 관심이 있기에 깊이 탐구하고 이론을 학습해보고 싶지만 계기, 시간, 커리큘럼의 불충분과 부재로 ‘~한다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만 갖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나의 뾰족한 전문성으로 키워가고 싶은 분야를 더 잘 발견하기 위해, 그동안 배우고 길러온 역량을 정리하면서 더 깊은 이해를 갖기 위해, 실천적 지식에 더불어서 이론적 지식까지 갖추기 위해, 개인의 관심사와 잘 어우러지는 교과 주제를 심층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교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동료들은 대학원에 가거나 더 많은 연구회, 교사모임에 가입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더 깊은 지식을 갖추고 전문성을 쌓아가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외부 커리큘럼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기 전에 조금 더 적은 의지와 시간을 들여 일상적으로 학습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계단 역할을 하는 탐구 과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예전에 한 교수님으로부터 “인간에게는 학습을 통해서만 충족되는 욕망의 방이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은 일이 있는데요. 당시에는 ‘그런 것 같다' 정도로 동의하는 수준이었는데, 학생 신분을 벗은 지 세월이 꽤 지난 지금 오히려 그 말이 절실해지는 것 같아요. 더 이상 무엇을 학습하는 일이 크게 필요치 않고, 배움의 욕구를 특별히 느끼지 않는 선생님도 계시겠지만, 또 어떤 선생님들은 <인디 탐구클럽> 기획자들이 말하는 ‘학습을 통해서만 충족되는 욕구’에 깊이 공감하지 않으실까 추측하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외부 요인에 소속될 계기와 시간은 충분치 않지만, 작고 꾸준한 노력을 들여서 학습의 기쁨을 충족시키는 방법은 사실 독학이죠. 내 학습의 동기를 적어보고, 주제를 정하고, 적절한 기간과 범위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참고자료를 선별하고, 학습 내용을 스크랩하면서, 정보를 모으는 일에 그치지 않고 나의 생각을 덧대어 보고, 때로는 반박하면서, 어느 정도 수집과 정돈이 되었다고 느낄 때 주변 친구들이나 가까운 동료에게 내 지식에 관해 썰(!)을 풀어보는 일. 이런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몰랐던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내면화하는 기쁨, 쌓여간다는 감각의 안전감, 교사로서의 효능감과 실제 성장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평생 학습자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역량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고요.
여기까지 공감하면서 ‘10년 차가 되어 읽는 <교육론>은 어떤 느낌일까?’, ‘작년에 아이들과 했던 벼농사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회고해본다는 게 깜빡 잊고 있었네’, ‘대학원 진학 전에 학습 주제를 좀 물색해봐도 좋겠는데’, ‘우리 반에서 재미있게 하고 있는 민주주의 수업을 한번 정리해보면 동료에게 미니 연수 정도는 해줄 수 있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드는 선생님들 계실 거예요. 그러한 발상을 가지고 스스로 머릿속에 드넓은 도서관을 구축해나가실 수 있는 선생님도 계시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계기와 시간이 여의치 않아 탐구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우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뭐든지 혼자 하기는 어렵잖아요. 각종 연구회, 교사모임, 대학원, 동학년, 또 인디스쿨 같은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요.
인디스쿨은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들과 함께 <인디 탐구클럽>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험해보려고 해요. <인디 탐구클럽>은 저마다 관심 있는 탐구 주제를 골라서, 어떻게 배움 생활을 꾸릴지 계획하고, 매주 한 편의 탐구 페이퍼를 쓰는 커뮤니티인데요. 공동체의 힘으로, 우리의 학습 욕구를 다시 깨우고 또 충족시키자고 제안하는 클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규 교사의 적응을 돕는 ‘초등교사 온보딩 콘텐츠 저자단’도 그렇고, 교육적 단상과 일상을 기록하면서 매일의 생활을 돌보는 ‘교단일기 클럽’도 그렇고, 또 <총, 균, 쇠>나 <코스모스>와 같이 두껍고 어려운 책을 함께 읽던 문화팀 북토크 행사도 그렇고. 혼자 해내기 어려운 일들은 함께 하면 조금 수월하게 해낼 수 있더라고요. 가는 길에 즐거움도 있고요.
<인디 탐구 클럽>은 자기 욕구에 꼭 맞는 외부의 천생연분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기 기다리기보다, 동기에 꼭 맞는 커리큘럼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 학습하면서 나만의 ‘탐구 기록집'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는 프로그램으로, '나만의 학습연구 시즌'을 보내면서 '나만의 전공'을 구축해볼 수 있는 시간인데요. ‘우리는 기록을 통해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전문가 역시 기록을 통해 성장한다'는 과거 운영진인 한 선생님 말씀을 빌어 생각해볼 때, <인디 탐구클럽>이 참가자 선생님들의 전문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선생님의 학습과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선생님께서 학습하고 성장하는 일은 교실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인디 탐구클럽>은 교실을 위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교사의 학습과 성장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관점을 갖지 않더라도, 배움의 기쁨을 오늘도 실감하는 사람이 학생의 학습 동기를 더 잘 설득하고, 탐구 의욕을 더욱 진심으로 자극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라도 우리 클럽이 우리 교육에 있어 참 소중한 시도가 아닌가 합니다.
"호기심은 세상에 대한 탐구의욕이다. 말하자면 교사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끊임없이 배움의 동기를 부여하는 ‘지식의 내면화'를 위한 원인 제공자여야 한다."
"존 듀이는 그의 저서 ‘경험과 교육(1938)’에서 교육을 통해서 길러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계속해서 배우려는 열망'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교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현재 경험이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하여 깊이 탐구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성장으로서 교육은 항상 현재의 경험을 통하여 일어나는 것이며, 성장을 위한 교육은 현재의 경험에서 풍부한 의미를 찾아내는 경험을 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함영기, <교육 사유>
호기심을 자극하고
끊임없이
배움의 동기를 부여하는
조력자
<인디 탐구클럽>은 선생님께 “‘지식의 내면화’를 위한 원인 제공자"가 되어드릴 수는 없지만, “호기심을 자극하고 끊임없이 배움의 동기를 부여하는” 조력자는 꼭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준비 중인 탐구클럽 모집 공고는 3월 25일(금) 인디스쿨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을 텐데요.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과 일정은 공고를 통해 전해드릴게요. 내 안의 학습하는 자아를 흔들어 깨워보고 싶은 많은 선생님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인디 탐구클럽 모집 공고 바로가기(인디 로그인 필요)
: https://indischool.com/boards/announcement/37229093
인디스쿨은 소중한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디스쿨을 통해 아이들의 행복과 교사의 성장을 꿈꾸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의 기부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힘은 선생님들의 후원에서 비롯됩니다.
[일시후원] KEB하나 630-008382-451 초등교사커뮤니티인디스쿨
[정기후원] CMS가입은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