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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Mar 08. 2023

인디뷰_3월호_좋아서 하는 사람들

인디스쿨 기술연구팀 박태준 선생님 & 서승희 선생님

인디뷰_3월호_좋아서 하는 사람들

인디뷰_3월호_기술연구팀 박태준 선생님
인디뷰_3월호_기술연구팀 서승희 선생님


뷰: 안녕하세요. 인디스쿨 인터뷰 <인디뷰>의 첫 번째 인터뷰이로 두 분을 모실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인디뷰를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려요.

승희: 안녕하세요. 코딩할 때 가장 즐거운 교사 서승희입니다.

태준: 안녕하세요. 초등교사 박태준입니다. 현재는 휴직을 하고,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데이터 마이닝과 인공지능 관련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뷰: 자기소개에서부터 코딩을 향한 두 분의 남다른 열의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코딩을 접하게 되셨는지 그 시작이 궁금해요.

승희: 교사를 시작하고 나서 코딩을 접했어요. 다양한 분야를 접해볼 수 있는 게 교사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한창 소프트웨어 교육과 엔트리 코딩이 급부상하던 시기에 친한 동아리 선배를 통해 참관 수업을 다녀왔어요. 답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러다 교육대학원 진학했을 때 서울교대 초등영재교육(정보) 전공에 개발 쪽으로 유명하신 교수님이 계시다고 해서 찾아갔어요. 그게 본격적인 시작이었어요. 2018년도니까 얼마 안 됐죠. 늦게 시작했어요.


뷰: 태준 쌤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태준 쌤 이력은 얼핏 보면 ‘이거 초등 교사 이력 맞아?’ 싶을 정도로 조금 유별난 구석이 있어요. 2019년에 교사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학습 소통 메신저 ‘플러그’를 직접 개발하여 배포하셨어요. 지금 소속된 연구실도 교육대학원이 아니라 기술대학원이고요. 연구 분야인 데이터 마이닝과 인공지능 역시 교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연구 분야일 것 같아요. 태준 쌤은 어떻게 코딩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태준: 저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교사가 되고 나서예요. 교실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수업을 하거나 아이들과 소통하거나 할 때 교사가 느끼는 필요들이 있잖아요. 다양한 방법으로 교실의 필요를 채워볼 수 있을 텐데 저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발자들, 디자이너들이 모여 있는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그게 시작이었어요. 거기서 제 기획 아이디어로 팀 빌딩부터 결과물 배포까지 작업을 같이하면서 점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뷰: 두 분이 코딩을 접하셨던 시기가 초임 교사 시절이에요. 교사라는 본업을 하기에도 버겁지 않으셨어요? 사회초년생이 갖는 고민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꽤 있으셨을 것 같은데… 한번 시작한 코딩을 지금까지 꾸준하게 해올 수 있는 코딩의 재미랄까요? 각자가 생각하는 코딩의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태준: 오히려 본업을 하면서 집중할 수 있는 분야를 만난 게 잘한 일 같아요.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나 뭐 좋아하지?’라는 고민을 많이들 하게 되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코딩의 매력은 서비스를 구현해 내고 가치와 의미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거예요. 제가 만든 서비스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부여받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엄밀하게 말하면 코딩은 저에게 가치를 구현해 내는 도구인 셈이죠.  

승희: 저는 좀 달라요. 저에게는 코딩 자체가 매력적이에요. 답이 딱딱 떨어지는 것도 그렇고, 알고리즘을 풀어가는 과정들이 재밌어요. 태준 쌤은 애초에 서비스를 만드는 게 시작의 계기라고 하셨는데, 저는 작년에 처음 비로소 만들어 보고 싶은 서비스가 생기더라고요. 


뷰: 두 분이 말씀하시는 코딩의 매력이 상당히 다르네요. 작년 승희 쌤에게 창작 욕구를 가져다준 아이디어는 어떤 것이었어요?

승희: 지금은 서비스를 배포한 상태여서 사용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는데요. ‘스쿨북’이라는 교내 예약 시스템이에요. 작년에 과학정보부장을 처음 맡았는데 업무 중 하나가 교내 태블릿, 컴퓨터실, 과학실을 관리하는 거예요. 비어 있는 시간에 사람들이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만들었죠. 그런데 재밌는 게 스쿨북을 도입하고 나서 제 업무가 절반가량 줄었어요. 이전에는 일일이 수기로 기록을 관리해야 하고, 저를 찾는 전화도 많았는데, 이제 저를 찾지 않아요. 정확한 데이터가 기록으로 남으니까요. 생각지도 못한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뷰: 코딩 덕에 인디스쿨 일반 사용자이셨던 두 분이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에 합류하게 되셨어요.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어요?

태준: 플러그를 홍보하던 때였어요. 친구들과 협업해서 만든 만큼 많은 선생님이 유용하게 사용하시면 좋겠다 싶어서 인디스쿨 게시판에 홍보 글을 올렸는데, 그걸 기술연구팀장님이 보신 거죠. 페이스북 메시지로 기술연구팀 모임에 나와보지 않겠냐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오셨어요. 처음부터 팀원 제안을 받은 건 아니었고요. 당시 기술연구팀 내에 ‘쪼랩’이라는 스터디가 있었는데 그게 시작이었어요. 당시 열 분 정도 계셨던 걸로 기억해요. 제가 처음 쪼랩에 나간 날 승희 쌤도 처음 쪼랩에 나오셨고요. 쪼랩에서 쌤들이랑 꾸준히 공부했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합정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기술연구팀에 스르르 스며들게 되었어요. 

승희: 저는 기술연구팀과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코딩을 열심히 파면서 코딩과 교사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 컸어요. ‘나는 계속 교사를 할 건데 코딩으로는 뭘 해볼 수 있지?’ 이런 고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소프트웨어 교육 연구 모임을 찾아보려고 인디스쿨에 접속했는데, 소프트웨어 교육 모임 모집 공고가 바로 배너에 걸려있더라구요. 바로 신청했죠. 거기서 광수 쌤을 만났고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그리고 바로 그 주 토요일 모임에 초대받았는데 그게 태준 쌤이 말씀하신 쪼랩 모임이었요. 정신 차려보니 제가 기술연구팀이랑 라라벨을 공부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라라벨 공부하다가 잠깐 도망갔었어요.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당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요. 석사 졸업 준비도 해야 했고, 책을 쓰고 있기도 했고… 라라벨 스터디까지는 도무지 안 되겠더라고요.


뷰: 잠깐만요. 선생님 책을 쓰셨다고요?

승희: 대단한 것은 아니고요. 초등학생들을 위한 파이썬 책을 집필했어요. 그 시기 1년 조금 넘게 기술연구팀으로부터 도망을 가 있었는데 도망가 있던 기간에 종종 태준 쌤에게 연락이 왔어요. 저를 놓지 않은 고마운 사수죠. 덕분에 2022년부터 다시 기술연구팀에 다시 합류하게 되었어요.


뷰: 태준 쌤이 승희 쌤을 알아보고 기술연구팀으로 돌아오도록 유혹하셨군요. 승희 쌤의 어떤 점을 알아보고 연락을 하셨어요?

태준: 사실 처음부터 기술연구팀을 같이 하자는 목적으로 연락을 했던 건 아니에요. 워낙 관심사나 연구 분야가 비슷하니까 종종 연락할 일이 있었어요. 그러다 슬쩍슬쩍 “여기 와서 같이 하는 게 제일 빨리 늘어”라는 말을 하긴 했죠. 아마 저 말고 다른 쌤들도 한 번씩 연락하셨을 거예요. 


뷰: 승희 쌤 다시 합류하셨을 때 유독 반가우셨을 것 같아요. 승희 쌤이 합류한 후 기술연구팀에 일어난 변화가 있을까요?

태준: 있죠. 팀 내 활력이 생겼어요. 당시 기술연구팀은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거든요. 한창 합정프로젝트 작업한 직후였는데 그때 쌤들이 하루 열두 시간씩 코딩하셨어요. 다들 완전 방전 된 상태였는데 승희 쌤이 다시 오니까 ‘다시 파이팅 해 보자’ 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승희: 그때는 모르는 게 많았으니까 질문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런 게 의도치 않게 팀원들을 자극(?)했나 보네요.

태준: 지금은 승희 쌤이 저보다 훨씬 잘해요. 


뷰: 지금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은 오랜 베테랑 시니어 선생님 세 분과 태준 쌤, 승희 쌤, 그리고 최근 합류한 신입 멤버 한 분까지 총 여섯 분이라고 들었어요. 신입 멤버 선생님께서 아직 실무에 투입되지 않은 걸 감안하면 다섯 명의 팀원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셈인데요. 전국 14만 명의 초등 교사들이 이용하는 방대한 서버를 운영하기에는 적은 인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섯 분 모두 전업 개발자가 아니라 초등교사라는 본업을 병행하고 계시니까요. 쉬는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요. 기술연구팀은 주로 언제 작업하세요?

태준: 그게 처음 기술연구팀을 만났을 때 깜짝 놀란 부분이긴 했어요. 저는 당연히 외주로 운영하겠거니 했거든요. 선생님들이 직접 운영하신다고 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승희: 작업 시간이나 양은 아마 선생님마다 다르실 거예요. 저는 주로 퇴근하고 나서 ‘제2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생각하고 코딩을 해요. 인디스쿨에 급한 이슈가 있으면 인디스쿨 이슈를 처리하고, 아니면 제 거 하는 편이에요. 보통 하루 2~3시간 하는 것 같은데 간혹 새벽까지 하는 날도 있어요. 개인 작업은 그렇게 하고 있고, 매주 금요일에 기술연구팀 온라인 스터디가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인디스쿨 사무실에 모여서 오프라인 작업을 하고 있구요. 

태준: 저도 퇴근 후 두 시간 정도는 하려고 해요. 지금은 대학원에서 공부할 게 많아 이전만큼 기여하지 못해서 죄송하지만요. 방학 때는 집중 작업이라고 해서 크게 손봐야 할 것들이나 학기 중에 진득하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2박 3일 정도 같이 합숙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뷰: 인디스쿨 기술연구팀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동 시간을 수치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노동량일 것 같아요. 연초에 방학하자마자 집중 작업하러 사무실에 오셨던 게 매우 인상 깊었어요. 다들 패딩에 큰 백 팩 하나씩 짊어지고 오셨었잖아요. 얼핏 듣기로는 코딩하고 밥 먹고, 코딩하고 한잔 하고, 코딩하고 밤새고… 의 반복이라고 하던데요. 기술팀 선생님들끼리 굉장히 끈끈해 보였어요. 

태준: 네. 저희 팀이 정말 좋아요.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고, 공동 작업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스스로 성장하는 걸 느껴요. 데이터부터 백, 프론트 다 달라붙어서 작업하는 게 흔한 경험도 아니고, 대규모 트래픽이 발생하는 인디스쿨 홈페이지를 유지/보수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정말 큰 경험이거든요. 팀에 대한 애착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아요. 

승희: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서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선배 쌤들이 구현해 놓은 코드를 보고 있으면 갈수록 제 이해도가 깊어지는 게 느껴져요. 교사로서도, 개발자로서도 존경스러운 선배들과 여느 회사 못지않은 멋진 개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이 일의 원동력이 되고요.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을 무보수유노동의 산실이라고 부르잖아요. 태준 쌤 말대로 기술연구팀에서의 경험이 정말 큰 경험이거든요. 보상은 없지만 그 이상으로 얻는 게 정말 많아요. 아마 개발하시는 분들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공감하실 거예요. 


뷰: 두 분 이야기를 듣다 보면 기술연구팀 시니어 선생님들이 정말 훌륭하신 분들인 것 같아요. 선배 쌤들에게 들었던 피드백 중 인상 깊은 피드백이 하나쯤 있으실 것 같아요.

승희: 저녁을 먹는 자리였어요. 왜 저에게 기술연구팀을 제안하셨는지 여쭤봤는데 “이런 말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변태 같잖아. 코딩에 집착하는 게.”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상당한 충격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더라고요. 저는 ‘되겠다’ 하는 계산이 서면 풀릴 때까지 하거든요. 사실 어제도 새벽 두 시까지 작업을 했는데…(웃음) 다시 생각할수록 마음에 드는 피드백이에요. 개발자한테 필요한 역량이기도 하니까요. 

태준: 아마 합정프로젝트를 6개월 정도 했을 무렵으로 기억해요. 뭔가를 질문했는데 “이제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잖아”라고 하시더라고요. 팀장님 판단하시기에 제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때 되게 뿌듯하고 뭔가 감동이…!! 예전에는 질문하면 굉장히 자세하게 알려주셨었는데 요즘은 두 글자로 대답하세요. 

승희: 맞다 맞다. 음성 지원되네요. “해 봐!”


뷰: 두 분이 기술연구팀을 상당히 애정하시는 것 같아요. 평소에 낯간지러워서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표현하거나 자랑하신다면요? 

승희: 그렇다면 팀원 자랑을 좀 하겠습니다. 팀장을 맡고 계신 재동 쌤은 모든 걸 다 알고 계세요. 몰라도 결국 다 알게 만드는 분이에요. 늘 부지런히 인디스쿨 개발을 책임지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나은 기술을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그리고 저희 팀 맏형이 계세요. 성티브잡스 성범 쌤은 열정이 정말 가득한 분이세요. 쌤 옆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정말 많이 배워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쌤 옆에서 코딩하면 마음이 든든해지는 뭔가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광수 쌤은 정말 감사하죠. 덕분에 기술연구팀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인디스쿨 대표 자리도 훌륭히 해내시면서 기술연구팀에도 소홀하지 않으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태준: 저에게는 우리 팀이 너무너무 소중해요. 정말 너무너무 소중해요. 교사들 중 코딩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지도 않고, 사실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이 스터디할 수 있는 그룹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거든요. 쌤들이 다 실력자라 배우는 게 정말 많기도 하고요. 우스갯소리로 형들에게 ‘나 교사 그만둬도 인디스쿨 기술연구팀은 계속하고 싶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고는 하는데, 우리 팀 제가 정말 많이 좋아한답니다. 


뷰: 매일 접속하는 인디스쿨 홈페이지 너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당장 내일 인디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 기술연구팀 생각이 날 것 같아요. 기술연구팀원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과 서로를 붙잡아 주는 끈끈함을 응원해야겠어요. 우리 모두의 인디를 위해서요. 

조금 주제를 바꿔 볼까요? 태준 쌤, 승희 쌤 개개인에게 집중해 보고 싶어요. 사전 인터뷰에서 적어 주신 것 중 흥미로웠던 것은 두 분이 스스로를 ‘교사’이면서 동시에 ‘개발자’로 인식하고 계시다는 것이었어요. ‘교사’라는 정체성에서 ‘개발자’라는 정체성으로의 확장이 일어난 셈이죠. 정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교사 박태준, 교사 서승희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태준: 교사를 하다 보면 매너리즘이 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나는 뭘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찾아오던 시기가 있기도 했고요. 지금은 그런 고민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안정감이 생긴 것 같아요. 몰입할 것이 있다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안정감도 있는 것 같고, 전문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는 안정감도 있는 것 같아요. 든든한 백업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제 교실을 넘어서 넓은 교육 현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구요.

승희: 살면서 적성을 찾았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교사하면서 코딩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코딩하면서 수많은 취미들이 사라졌지만 지금 좋아요. 저는 퇴근 후 코딩하는 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논다는 느낌? 방에서 혼자 노는 일이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니까 선순환도 일어나고 좋아요. 재밌어서 하는 코딩이 많은 선생님들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뷰: 개발자 교사가 진행하는 코딩 수업이 궁금하기도 해요. 뭔가 차별화된 특별함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두 분의 코딩 수업은 조금 남다를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승희: 작년에 4학년을 대상으로 파이썬 수업을 진행했어요. 초등 과정은 엔트리만 배우는데, 저는 엔트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딱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학기 동안 엔트리를 끝내고 다음 학기에 이어서 파이썬 교육을 진행했어요. 정보영재 대상으로도 파이썬 수업을 진행했고요. 제가 근무하는 지역이 이 분야에 열려 있어서 가능한 일인 것 같기도 해요. 여하튼 제가 자신 있는 분야로 수업을 하니까 저도 재밌고, 아이들도 재밌어해요. 아이들이 저를 더 신뢰해 주는 것도 느껴지고요. 

태준: 관심 분야에 따라서 학생들 집중력이 다르잖아요. 코딩 수업은 유독 학생들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 같아요. 휴직 전에 4학년 아이들 대상으로 마이크로비트수업을 진행했어요. 대부분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눈이 정말 반짝거리는 아이들이 간혹 있어요. 몇몇은 졸업하고 나서도 스승의 날 연락을 해오기도 하고, 재작년에는 학교로 찾아와서 코드를 물어보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뷰: 두 분 다 계속 공부 중이세요. 앞으로 확장해 가거나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으시다면요? 

승희: 인디스쿨 관련해서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보고 싶어요. 모니터링 선생님들이 인디스쿨의 아름다운 게시판 문화를 위해 매주 애써 주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모니터링 관련해서 코드로 잡아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그 부분들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자바를 공부해 볼까 해요. 개발은 공부를 해야만 보이는 영역들이 있어요. ‘아, 이게 비효율적이었구나.’ 하는 걸 공부를 해야만 알 수 있거든요. 만들어 놓은 것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계속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게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태준: 요즘 공부하는 분야인 AI 추천 시스템을 인디스쿨에 하나쯤은 적용해 보고 싶어요. 재동 팀장님이 기술연구팀이 오래가려면 본인에게 재밌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공부하는 쪽이랑 인디스쿨을 어떻게 엮어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뷰: 꺾이지 않는 기술연구팀의 학구열 덕분에 인디스쿨이 여기까지 무사히 또 나날이 발전할 수 있었네요.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할까 해요. 인디스쿨을 향한 선생님의 비전과 바람이 있다면요?

태준: 지금처럼 인디스쿨이 국내 초등 교사들을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오래오래 여기에 기여하고 싶고요.

승희: 일단 손가락이 움직이는 한, 기술연구팀 선배들이 인디스쿨에서 계속 봉사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 주실 것이라 믿고 지금처럼 천천히 배우면서 저도 함께해 나가려고요.

 

뷰: 정말 마지막으로 인디스쿨을 이용하시는 선생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태준: 인디스쿨의 성장을 함께해 주시는 모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승희: 코드로 보답하겠습니다!



밑줄 각주

엔트리 코딩: 교육용 블록 코딩 언어

스쿨북: 학교의 모든 예약, 스쿨북 https://schoolbook.zzolab.com/

합정 프로젝트: 기존 XE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디스쿨 홈페이지를 Laravel 프레임워크로 모두 이전한 프로젝트 

라라벨: Laravel. 자유, 오픈 소스 PHP 웹 프레임워크의 하나. MVC(모델-뷰-컨트롤러) 아키텍처 패턴을 따라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파이썬 무작정 따라하기> (길벗, 서승희 송석리, 2021)

마이크로비트: 교육용으로 계획된 ARM 기반 싱글보드 컴퓨터



2023.02.14 (화)
박태준, 서승희,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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