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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Aug 21. 2023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위한 도심 속 작은방_인디 신데렐라 서점

지난 7월28일 금요일 저녁, 첫 번째 인디 신데렐라 서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신데렐라 서점에 관한 최초 홍보가 나간 이후(2023.07.14) 우리를 비통에 빠트린 죽음이 있었고(2023.07.18), 이후 인디스쿨과 선생님들의 공기가 달라졌지요. 인디 신데렐라 서점도 최초 홍보를 하던 시점과 같은 모양일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폐지와 개점 사이를 갈팡질팡하던 인디 신데렐라 서점은 오랜 고민 끝에 "우리가 선생님들을 위해 드릴 수 있는 작은 것을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서점을 열기로 했는데요. 그날의 스케치를 준비했습니다. 
인디 신데렐라 서점 홍보용 배너
<인디 신데렐라 서점>은 인디스쿨에서 여는 일회성 독서 모임으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공간에 모여 책 읽는 경험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진짜 서점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리얼 책방 아님 주의※)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 책 읽는 것을 즐겨하는 다독가, 또는 애서가도 다독가도 아니지만 책과 가까워지고 싶은 입문자 등 책이라는 세계를 기웃거리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모시고 싶었습니다. 한공간에 모여 각자가 준비해 온 책을 자유롭게 읽고, 헤어지기 한 시간 전 내가 읽은 책에 대하여 마음껏 떠을 수 있는 그런 자리에 말이예요. 이 마음을 알아 채셨는지 애서가, 다독가, 탐독가 선생님들이 빠르게 서점에 신청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최초 홍보를 하던 때의 설레는 마음으로 서점 오픈을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서점을 오픈해도 되는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통한 비보와 추슬러지지 않는 감정을 모른척한 체 서점을 준비할 수 없었고, 선생님들 역시 참석이 쉽지 않으실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있을 2차 추모 집회에 화력을 더할 수 있도록 폐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죽음이란 으레 강렬한 슬픔과 비통한 눈물을 동반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누군가는 곧바로 울음을 떠뜨리겠지만 누군가는 서서히 슬픔에 잠기기도 할 것이다. 또 어떤 슬픔은 제대로 느끼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기소영의 친구들] p147-148 김민령 아동문학평론가 인용문 발췌

아주 아주 희미한 도움일지라도 신데렐라 서점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불쑥불쑥 슬픔, 분노, 무기력 등이 우리를 심연으로 잡아 끌어내릴수록 마음이 숨쉴 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요. 인디스쿨은 작은 공간이고 내어드릴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지만, 마음이 숨 쉴 공간은 잠깐이나마 내어드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신데렐라 서점은 맘껏 책을 읽다 갈 수 있는 동네 서점, 또는 시원한 공간에서 음료와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집앞 카페, 또는 맘놓고 집중 작업을 할 수 있는 스터디 카페, 또는 추억의 동아리방 같은 곳이 되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인디 신데렐라 서점 이용 안내서

등록 데스크에서 등록을 하고 웰컴 키트를 받으신 선생님들은 공간을 둘러본 후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처음 오시는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시면 어떡하지?' '혹여라고 불편하시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을 서점지기로서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선생님들은 책을 읽으시다가도 출출하시면 휴게공간에 준비된 라면과 간식을 이용하셨고, 목이 마르면 아이스커피와 무알콜맥주로 목을 축이기도 하셨습니다. (조용한 서점에 '뽁!'하고 캔맥주 따는 소리가 들리면 꽤나 속이 시원해진답니다.) 휴식이 필요하시면 소파침대에서 잠시 멍때리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기록으로 남기는 등 좁은 공간에 마련된 각 구획을 각자의 필요에 맞게 활용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조용하게 사색하고 기록할 수 있는 공간
출출할 땐 간식이 최고 맛있게 먹으면 0kcal
선생님들이 책에서 발견한 오늘의 문장들

밤이 깊어지면서 한분 한분 차례로 체크아웃을 하셨는데요. 인디 신데렐라 서점을 방문해주신 선생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인데 오히려 준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미소를 남기고 가시는 선생님들 덕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모두가 돌아간 후 공간 정리를 하며 선생님들이 남겨주신 메모를 읽는 데 한번 더 뭉클... 날씨는 폭우와 폭염의 연속이지만 어쩐지 매서운 한겨울처럼 느껴지는 이때를 선생님들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나고 계시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때까지 꽃피울때까지 그곳에 좀더 머물러줘 머물러줘
체크아웃을 하며 선생님들이 남겨주신 따듯한 메세지

종종 인디 공간이 선생님들이 맘껏 머무를 수 있는 쉼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뜨겁고도 매서웠던 여름방학을 지나 2학기를 시작하신 모든 선생님들께 멀리서 안녕과 안부를 건넵니다.

인디 신데렐라 서점은 선생님을 위한 공간으로 조만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2023.08.18(금)
인디스쿨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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