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지도를 하며 상담을 하게 됩니다. 고3 담임을 몇 년째 해오다 보니 아이들의 진로와 진학에 관한 내용이 상담에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빼놓지 않고 '꿈'에 관하여 물어봅니다. 그러면 대부분 아이들이 진학을 이야기합니다. 즉, 꿈이 어느 대학에 들어가서 취업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요즘은 몇 년 전에 비하여 하고 싶어 하는 분야도 다양해졌고 대학 진학을 하지 않으려는 학생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신없는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이 매년 지나고, 어제 수능을 마쳤습니다.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학교에서 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입시와의 싸움, 좌절과 힘듬의 연속, 한편으로는 순수한 아이들 사이의 기쁨의 시간들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00가 가고 싶은 대학이나 취업이나 돈 많이 버는 것 말고 정말 00가 좋아서 하고 싶은 거 미래에 되어 있고 싶은 그러한 모습 말이야, 말 그대로 꿈처럼 이루고 싶은 모습 말이야."
이러한 물음에 쉽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적다는 게 마음이 아파집니다. 한편으로 지금 당장 앞에 있는 대입이라는 현실 때문에 공부를 하고 다양한 개인 활동을 하고 수능 최저 준비를 하고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현실에 담임으로서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양자역학의 이중 슬릿 실험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자를 이용하여 실험을 하였는데 이 전자(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하면서 두 슬릿(얇은 틈)을 동시에 지나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를 지켜본 과학자들은 시쳇말로 맨붕이 와버렸죠 '입자가 자신의 몸을 둘로 쪼개서 두 틈을 동시에 통과하고? 다시 한 몸으로 합쳐져서 스크린에 흔적을 남긴다고?' 그 이후에 양자역학 분야는 무수한 해석들과 이야기들과 함께 발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고민하고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처럼 동시에 다양한 경로를 통과하여 가지 못했던 길을 가보고 꿈을 정하고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지금 꿈이나 진로가 없다고 잘못된 것일까? 꿈이 빨리 정해지고 그에 맞는 입시 준비를 해야 수시에 유리할까? 꿈은 나중에 정해질 수도 있지 않은가? 꿈이라는 것이 딱 정해진 게 아니고 살면서 느지막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자기 합리화와 집단 합리화를 동시에 해보기도 합니다.
상담 마지막에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꿈이 없어도 괜찮아 하지만 나의 꿈이 무엇인지 한 번 즘은 생각해보고 진지하게 하루정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즐겁지만 '힘든' 고민을 해볼 필요는 있을 거 같아.
개인적으로 저도 꿈이 없었습니다. 막연히 중학교 때는 치과의사가 되면 돈을 많이 벌지 않을까? 고등학교 때는 건축공학자가 될까? 하다가 어찌어찌 사범대에 들어와서 지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범대에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너무나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늦게 깨달은 경우라 할 수 있겠네요... 저도 꿈이 없었던 학생이고 늦게나마 꿈이 만들어진 (대)학생 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평범하여 시시하고 식상한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이상적인 질문을 내년에도 우리 착하고 이쁜 아이들에게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