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만 들었던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말을 아이에게 물어보는 입장이 되었다.
"00아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공주"
.........
한치의 망설임 따위는 없다....
와이프는 기왕 공주가 되려면 왕자의 뽀뽀를 기다리는 공주 말고 주도적인 공주가 되라고 하였다. (또 말하지만 아내는 언제나 현명하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가짜로 잠들어 있는 딸아이에 볼에 뽀뽀하고 공주의 잠을 깨워주어야만 하는 운명의 왕자님이 되어버린다.
주말에 답답해하는 아이를 데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한 번은 노래방 앞을 지나가는데 간판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붙잡고 있던 손을 당기며 나에게 물었다. 아빠…!!!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열망‘만’ 커서 아이질문에 대하여 최대한 사실적으로 답해주고자 노력은 한다.)
아빠 저기가 뭐 하는 곳이야?
응 저기는 어른들이 노래하는 곳이야.
아~ 그럼 저기서 어른들이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하는구나
만약 다음에 노래방에 갈기회가 있으면 나비야를 불러야겠다.
새 학기라 수업준비, 대입자료 정리, 상담자료 정리 등으로 집에서도 컴퓨터를 붙들고 있을 때가 많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고3담임을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그 시기를 같이 타의적으로 공유해 온 딸이라 미안하기만 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붙들고 잡아당긴다.
아빠 아아아아… 나랑 놀자
알았어 00야 아빠 이것만 하고
왜 아빠 맨날 말해도 안 오는 건데... 그건 나쁜 어린이야...
아니다, 나는 나쁜 “아빠다”
딸아이에게 처음으로 생일선물을 받아보았다. '43살 딸아이게 받은 처음의 생일선물'
그림에서도 손을 꼭 잡아주어서 너무 고맙다.
아까 밥 먹을 때 집중해서 먹지 않아 혼내고 딸아이는 울었는데...
또 아른거린다. 미안한 마음도.... 난 왜 "이렇게 어른이 되어간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 같은가...
그리고 나중에야 딸아이가 내 핸드폰에 몰래 그려놓은 (0과 1이 반복되고 양자역학적 현상이 폭풍처럼 일어났을 핸드폰)에 남겨진… 메모를 보고 다시 한번 가슴이 아려왔다…
‘꿈을 물어보기 전에 무엇을 함께 하며 놀고 싶은지를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