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또다시 여름은 다가왔고 날씨는 무더워만 졌다. 코로나로 인해 여름휴가다운 휴가를 가지 못한지도 오래되었는데 올해는 회사일까지 겹쳐서 휴가 내고 멀리 가는 여름휴가는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회사일에 숨통이 좀 열리자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매일 집에서 폰만 하는 애들이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고 와이프와 나도 여유가 좀 필요한 시기였다.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자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제주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제주가 너무 좋다. 이미 수차례 가족들과 또는 나 혼자, 아버지와 아들만 데리고 가는 등 여러 조합으로 제주를 여행했지만 아직 제주가 너무 좋고 그립다.
여행 일정은 8월 초로 결정이 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제주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러 어플을 열고 검색을 해봤는데 아무리 싼 비행기도 우리 가족 4명이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제주에 갈 때 5만원 이상 비행기 티켓값을 지불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순간 당황했다. 저 가격이면 해외도 갈 수 있는데... 제주에서의 여행 기간이 6박 7일인데 숙박비와 렌트카비를 계산해보니 어마어마했다.
굳이 이 금액을 지불하고 이 시점에 제주 여행을 가야 하는 망설이고 있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붐비는 시기를 피해서 비수기 기간에 여행을 많이 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학원에 다니고 하니 휴가를 갈 수 있는 시기는 한정적이었다. 시간을 바꿀 수는 없었고 제주 여행하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제주를 가는 방법이 비행기만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배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배에다가 자동차도 싣고 갈 수 있네! 제주를 가는 배편도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사는 울산에서 가까운 부산에서부터, 거제도, 여수, 고흥, 완도 등. 그중에서 제주까지 가는 배를 타는 시간이 가장 짧은 곳은 완도였다. 완도에서 제주를 가는 배편이 하루에 두 번이 있는데 제주까지 가는 시간은 2시간 반 정도였다. 차를 가지고 갈 수 있으니 제주에서의 렌트카비도 절약할 수 있고 2시간 반 정도의 배 시간은 가족들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고민은 많이 하지만 한 번 마음먹으면 바로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제주를 가는 방법은 배편으로 결정이 되었다. 울산에서 완도까지 차를 몰고 5시간 정도 가야 하지만 우리 가족과 제주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매번 제주를 갈 때는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차를 싣고 배를 타는 제주 여행의 시작은 또 나를 가슴 뛰게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