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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드라 May 02. 2023

제주야! 나 또 왔어, 6일 차

6일 차, 집에 가는 날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일정을 잡고 여행의 마지막을 음미하려고 하는데 혼자서 하는 여행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사실 처음에는 혼자 가는 제주 여행을 2주 정도 계획했었다. 이프도 그 정도 기간을 권유했었고... 그런데 이제 웬만한 제주의 명소는 다 가봤고 올레길만 걷는 것을 2주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와이프 혼자 2주나 애들 돌보면서 출근하는 것은 내 마음도 편치 않을 것 같아서 1주일로 일정을 결정했었다.


 비행기 시간은 13시 10분. 6시에 눈이 떠져버렸다. 오늘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짐을 싸놓지 않았다. 짐 싸고 샤워하고 밍기적 거리다가 9시 30분쯤 숙소 체크 아웃을 하고 나왔다.


 당분간 마지막이 될 유동커피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근데 아침부터 날씨가 안 좋았다.



 비는 흩날리듯이 오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서귀포에서 제주로 넘어가는 도로도 안개가 많이 껴서 지장이 있을까 봐 더 일찍 서둘렀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공항에 도착하니 11시쯤 되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맞아 제주로 들어오고 있었다. 공항에 오면 항상 느끼는 점이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설렘과 여행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아쉬움이 극명히 대비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이 사람이 이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인지 여행을 마무리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나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공항에 일찍 도착한 김에 제주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러 공항 내부의 식당으로 갔다.



 제육볶음으로 이번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수속을 하고 입장했다. 내가 공항에 일찍 온 이유 중 하나는 면세점이다. 제주공항 국내선 출국장에는 면세점이 있다. 규모도 상당하고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하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이 없는데 혹시나 내가 좋아하는 술이 있나 싶어 일찍 왔다. 저번에 주문해 놓은 와이프 가방을 수령하고 면세점으로 갔는데 웬걸 내가 좋아하는 술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이 가격을 주고 이 술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술 말고 다른 무엇인가 필요한 것이 있을까 싶어 면세점을 몇 바퀴 돌았지만 굳이 사고 싶은 물건이 없었다.


 에잇... 빨리 집으로 가자 싶었는데 이게 웬걸 부산 김해공항에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1시간 지연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심심했는데 1시간이나 떠버렸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림뿐인 것을...


 다행히 비행기는 무사히 출, 도착했고 김해공항에서 울산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바로 타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나를 반겨주는 와이프와 아이들을 보니 1주일의 시간이 또 새삼스러웠다. 또 이렇게 나의 제주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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