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을 시작 한 후로 글쓰기 자체에 대한 흥미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주제가 정해진,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 모임 멤버들의 조언대로 구어체로 써보기도 하고, 강의를 녹음해서 써보기도 했지만 말을 글로 변환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눈을 마주보고 말과 표정, 손짓으로 전하는 것과 온전히 글로만 생각을 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생각의 흐름을 따라 쓰는 글(일기)에 익숙해 있다보니 기승전결이 없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정확하지가 않았다. 정보를 전하고자 쓴 글에서 중심 내용이 없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다. 이쯤 되니 모든 것을 원점부터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글은 뭘까. 독서모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 맞나? 내 글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것을 얻기를 바라는 걸까. 단순히 글을 못 쓰는 문제를 넘어 쓰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글쓰기 코치를 하고 계신 작가님께 고민을 토로했다. 목차도 있고, 쓰기만 하면 되는 글인데 왜 이렇게 작업이 어렵고 힘든지 모르겠다고. 작가님은 책을 쓰고자 하는 확실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장황하게 설명을 이어가던 나에게 한 문장으로 단순하게 정리해서 말해보라 했다. 순간 두서없이 이어가던 답이 멈췄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목적이 불분명한 채 일단 책을 써야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형식적인 글만 나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스스로도 정확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대세에 이끌려 쓰겠다고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정리해둔 주제와 글쓰기 모임 때 제출했던 글들을 보며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무 정보도 없이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멤버 모집부터 장소 선정, 독서모임의 진행 방식과 책 선정 방법 등 다양한 노하우를 쌓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한 달에 20회 이상, 퇴사 후에는 한 달에 40회에 가까운 독서모임에 미쳐서 살았다. 이 생활이 3년 넘게 이어졌고, 무턱대고 시작한 일들이 꾸준함이라는 무기를 장착하면서 나만의 독서모임 운영팁이 완성됐다. 때마침 독서 모임이 트렌드가 되면서 독서모임 운영에 대한 강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강의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를 책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이 깊이 생각하고 진행해 온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살아온 방향에 의해 정해졌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독서모임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생각했어야 했다. 고작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를 다니면서 일과 가정, 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하며 살았다. 매일 회사, 집을 반복하면서 아이와의 시간도, 일에 대한 집중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그 때 나를 위로해준 것은 출근 하기 전 새벽시간에 읽는 책이었고, 그 시간의 기분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도 직장인, 엄마, 아내, 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매 시간 초단위로 생활을 했고, 모임 멤버들과도 책을 이용해 삶을 나누고 싶어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책을 통해 나의 위치에서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리 잡고 앉아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니 나오는 답을, 너무 오랜 시간 헤매고 있었다. 진짜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고민도 하지 않고 무턱대고 흐름에 맡긴 지난 시간들이 참 안타깝다. 하지만 이렇게 헤매고 답답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여전히 머릿속을 떠다니는 말들을 정리하고 있지 못하는 느낌이지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다음 모임 때는 좀 더 정돈되고 명확한 글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