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어디를 가볼까
그동안 생각은 많이 해봤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한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가 ‘혼자 여행하기’일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를 벗어나 낯선 지역으로 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여러모로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혼자 무엇인가를 한다는 건 결정권과 선택권이 오롯이 나에게 있으며,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며, 다른 누군가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이건 사람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1박 2일의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을 했고, 그 목적지는 속초로 정했으며, 이동수단과 숙박장소, 또 무엇을 언제 먹을지 역시 너무나 당연하지만 혼자서 결정을 했다.
혼자서 4시간여를 운전하고 등산을 하며 내가 나의 상태를 계속 돌봐야 했고, 산책을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내 마음과 감정상태를 계속해서 들여다보아야 했다.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인거지, 나 괜찮은 건가, 나 잘하고 있는 건가.
결론적으로 이번 여행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휴가를 내기로 결정한 날짜는 최상의 날씨였다.
목적지 선정은 별 5개였고, 바다와 산으로의 여행은 행복 그 자체였다.
속초시장에서 산 오징어순대랑 메밀전병은 말해 무엇, 아무 정보 없이 선택한 황태국밥은 딱 내 입맛이었고, SNS에서 유명한 홍게샌드위치도 맛볼 수 있었다.
SUV로 차를 바꾸면서 로망이었던 차박도 아주 소박하게나마 누려보았고,
원래 계획과 어긋나서 오히려 맘에 드는 해변을 발견한 것도 큰 선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 스스로에게 칭찬 스티커를 하나 붙여주었다.
내 경험치는 상승했고, 여행에 대한 자신감도 더불어 늘어났다.
혼자라서 외로운 감정은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나 쫌 외롭긴 한데 원래 산다는 건 외로운 거다.
정호승 시인이 쓰지 않았나.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좋은 곳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같이 오고 싶은 사람,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하는 거다.
내가 미리 답사 온 거라고. 다음에 그들과 함께 여행 와서 내가 가이드가 되어주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고
혼자라도 좋고 같이어도 좋다.
그만의 매력을 제대로 누리는 사람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다음 여행지를 골라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