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을 준비하다가
저녁을 해 먹고 설거지를 마친 뒤에 본격 작업을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양배추, 당근, 비트를 꺼냈다. 모두 오늘 아침 아니 새벽에 배송된 아이들이다.
아침에는 늦잠을 잔 데다 문 앞에 도착한 3개의 택배박스를 정리하느라 아슬아슬 출근시간에 도착했더랬다.
무튼, 양배추랑 당근, 비트는 모두 씻어서 작게 작게 썰었고, 찜기에 올려 각각 살짝씩 쪄내었다.
한 김 식히고 이제 저장용기에 쪄낸 각 채소들을 일정량씩 소분해 모두 8개의 모둠채소 패키지를 만들어냈다.
이 작업은 매일 아침 식사대용 스무디를 만들어 먹기 위한 사전 작업이 되시겠다.
내일 해먹을 분량만 냉장실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모두 냉동실로 보냈다.
아침에는 여기에 토마토랑 물이나 코코넛워터 그리고 올리브오일 약간을 넣어 갈아 마실 예정이다.
최근 인스타에서 꽤 핫한 스무디 전도사인 B님의 레시피를 활용한 방법인데 앞으로 한 열흘 정도는 꾸준히 먹게 될 것 같다.
그 후엔 또 다른 레시피를 활용해 볼 생각이다.
이어서 두 번째 작업에 돌입했다. 이번에 방울토마토가 주인공이다.
여름철에 입맛을 상큼하게 돋워줄 피클 만들기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약간의 번거로운 작업이 있지만 양이 많이 않은 관계로 시작했다.
방울토마토 한쪽에 칼집을 넣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후 찬물에 헹구고 건져내면 칼집 난 부위부터 껍질이 호로록 벗겨진다.
모조리 껍질을 벗겨내 피클용 용기에 담아두고 이제 촛물을 만들 차례다.
물, 식초, 설탕, 소금을 기본으로 월계수잎이랑 피클용 스파이스를 같이 넣어 끓여주고, 이 끓어 오른 촛물을 용기에 부어준다.
일반적인 오이, 양파 피클 담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두 가지 작업을 완성하고 또 설거지에 뒷정리까지 하고 돌아서니 주방에서 두 시간 반은 서있었나 보다. 아까부터 다리가 아파왔던 것 같다.
한 번씩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준비하는 과정은 매일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보다 덜 귀찮기도 하고 뭔가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더군다나 방울토마토 피클은 낼모레 수술받으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드시도록 할 생각이라 더 대견스럽기도 하다.
우리 삶에서 무엇이든 이렇게 미리 준비하고 때가 되어 꺼내 쓸 수만 있다면 한결 편하고 수월할 텐데.
미리 준비할 수도 없이, 예고도 없이 닥쳐오는 많은 상황도 맞이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조금 덜 당황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마음을 좀 더 단단히, 생각을 좀 더 깊게 하는 연습을 한다면 한결 도움이 될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습이 방법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