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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 중독자 Mar 05. 2020

개인소장의 추억1

구스타브 카이유보트, 프티 쥬느비예르의 다알리아 정원, 1893, 157x114cm,개인소장



내가  그림을 처음 (그리고 실물을  것으로는 마지막)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의 특별전이었다. 인상주의 화가들과 그들의 정원에 대한 전시였다.

인상주의자들의 알록달록하면서도 뽀얀 수많은 그림들 중에서도 카이유보트라는, 인상주의 화가들 중에선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은 화가의  알려져 있는 작품에  빠진건 화폭 구석의   마리 때문이었다.


#1. 피처럼 붉은 다알리아가 풍성하게 피어 있는  가꿔진 정원. 햇빛은 강렬해서 그림자는 연보라색으로 보일 정도다. 화가는 잠시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정원의 멍군은 주인이 돌아오는  눈치채고 꼬리를 설렁설렁, 삼각형 귀는 아래로  떨어뜨렸다.  길러본 사람은  것이다. 기분 좋을  개들 귀가 어떤지. 정원에 있던 여인은 아직  화가의 귀가를 눈치 못챘다.

이게 얼마 전까지  그림에 대한  상상이었다. 오늘 다시 보니,  검둥이 멍군, 달려오고 있지 않다. 보통 개들이라면 주인이 집에 돌아오는 순간 바로 마중을 나갈 것이다. (물론 마중 안나오는 개도 있다. 우리집 개님 연두가 그러하다 ㅠㅠ)




#2. 화가는 자신의 정원에 화구를 펼쳐 놓고 다알리아 정원을 그리고 있다. 검은 개는   떨어져 엎드려 주인이 산책 나가기만을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어느 정도 그날의 작업이 완성됐을 무렵, 카이유보트는 화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낌새를 눈치챈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귀를 떨구고 꼬리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떤 상황이건, 카이유보트는 애견인이었다. 그의 사진엔 개가 자주 등장한다. 물론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한 화가이면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와 다른 화가들의 후원자 역할을 하던 사람이기도 했다.


#3. 개인소장이라니, 나같은 미술관 중독자이면서  업계에 연줄  데가 없는 사람에게 제일 절망적인 단어가 개인소장이다. 어디의 누구 소장인지 어떻게   있단 말인가? 다시  그림을 실물로 보고 싶음 어쩌란 말인가? 사실  작품을 좋아하기 이전엔 그게 그렇게 사람 김새게 하는 단어인줄도 몰랐었다. 다음에  카이유보트 특별전에  그림은 안나왔다. 물론 지금도 내겐 기회가 있다. 되든말든 여기저기 메일을 보내 물어보는거다. 근데,  그림이 누군가의 저택 한쪽에 고요히 걸려 있다면  동동거림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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