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몰타-시칠리아 여행 13
시라쿠사 가는 길
또 비가 온다.
발가락 지문 펴질 날이 없네
사실 지중해 지역 봄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알기 때문에 딱히 불평거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방수 운동화를 챙기지 않은 열흘 전의 나를 탓할 뿐
시라쿠사 구시가지는 오르티지아라는 섬인데, 지도만 봐도 주차하기 어렵게 생겼다.
섬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지붕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섬이래야봤자 다 도로로 연결돼있는, 오목교보다도 짧은 다리 건너가면 나오는 섬이다)
엇? 아는 얼굴이다!
어제 노토에서 카푸치노 마시면서 비 오는 거 쳐다보고 있을 때
옆에서 커피 마셨던 양복 입은 아저씨!
어제는 동네 사람인 줄 알았더니만 밀라노 근처 살고, 출장 중이란다.
비 너무 많이온다 서로 투덜대며 인사
못 참고 5유로짜리 허접한 우산 구입.
오늘 잘 버텨주려나, 했는데 의외로 여행 끝까지 안 망가져서 집에까지 들고왔다는 ㅋㅋㅋ
동행자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마시는 타입이 아니다.
(여행 중 목 좋은 곳에서 골목 바라보며 한가로이 커피 마시려면 일단 찢어져야한다. 그리고 나 혼자 커피건 와인이건 맥주건 마신다)
그냥 무작정 돌아다니는 스탈인데
비에 장사 없지, 대성당 근처 까페에 앉았다.
강제로 비오는 거 구경
시라쿠사 대성당
파사드는 18세기 바로크 양식
내부는 바실리카 양식
아테나 여신 신전 도리아 양식 기둥이 남아 있고, (예습 없이 갔다가 깜놀)
그 위에 바실리카 양식의 교회를 짓고,
노르만 양식으로 재건을 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은 17세기말 지진으로 무너지고
지금 볼 수 있는 모습의 대부분은 18세기 바로크 양식.
그런데 15, 16세기의 대리석 바닥 장식과 목재 천장은 남아 있다.
시라쿠사는 루시아 성인이 태어난 곳이라
대성당에 성 루시아 소성당이 따로 있고 도시에 루시아 성인과 관련된 게 많다.
카라바조가 '성 루시아의 매장'을 그린 것도 아직 시라쿠사에 있다.
여튼 루시아 소성당은 조각, 천장화, 심지어 그 앞의 철문까지 다 아름답다
대성당 바닥의 어느 중요하셨던 분의 무덤 장식. 색색으로 대리석을 끼워넣은 방식.
운동화 이미 푹 젖어 있고..
아놔
Santuario di Santa Lucia al Sepolcro, 루시아 성묘 성당 정도로 번역하면 될 듯.
이름처럼, 성 루시아의 무덤이 있는 곳.
카라바조는 말타에서 시라쿠사로 넘어와서 루시아 성묘 성당을 위한 제단화 그리고 (1608년)
메시나로 가서 또 후다닥 몇 작품 그리고
팔레르모에서 남긴 그림은 1969년에 도난당할 때까지는 원래 있던 자리에 있었으나,
지금도 행방을 모름.
마피아의 소행이고, 이미 파괴되었을 거라고 짐작.
여튼, 시칠리아에서 2년도 채 안 있었는데
도망다니랴, 그림그리랴, 바빴던 카라바조.
카라바조의 그림이 있는 성당인데 입장료는 없고
다만 그림을 제대로 보려면 동전 넣고 조명을 켜야 한다.
옛날에 이탈리아 여행했을 때 이 방식인 성당이 많았는데
(특히 베네치아)
요즘은 상당수 성당들이 입장료를 받는 듯.
옛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동전 넣고
넋 놓고 카라바조 영접.
이 성묘성당이 있는 동네는 관광지에서 좀 떨어져 있고, 현지인 사는 소박한 분위기.
내가 이탈리아 왜 그렇게 좋아했었더라, 하면 떠오르는 그 느낌.
성 루시아의 매장은 시라쿠사 대성당 옆에 있는 루시아 수도원 성당에 있다가, 최근에 원래 있던 성묘 성당으로 옮긴 듯,
루시아 수도원 성당 입구엔 "이 그림은 여기 없고 요기로 가야 봅니다"라고 그림과 구글맵이 표시가 되어 있다.
바로 요기가 루시아 수도원 성당.
이번 시칠리아 여행에서 가장 맘에 든 맥주는 메시나 맥주.
안젤로 포레티도 내 입맛엔 맞았다.
걍 무난한 라거 스타일 좋아하는 동행자는 자꾸 모레티 맥주만 줄창 시키고 (심지어 영국 여행 중에도 영국맥주 싫다고 모레티 마심. 알고보니 모레티를 하이네켄이 인수했네? 어쩐지... 이사람이 하이네켄이랑 모레티를 그렇게 찾드만..)
근데 여긴 시라쿠사 어시장
다른동네 맥주 취급 안함. 시칠리아 맥주만 팜.
여기서도 잡어 튀김을 시켜서 잘 먹었지롱
터줏대감께 생선살 좀 바치고.
날씨 때문에 바닷가 기분을 많이 느끼진 못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시칠리아에서 방문한 도시 중 가장 깔끔 멀끔한 도시.
시라쿠사에서 숙박 안한 거 계속 아쉽네...
아쉬워야 또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