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 큰일이네. 당신 입가에 자꾸 물집이 생겨서.
남편 : 뭐가 자꾸야? 이번이 딱 두 번째인데. 괜찮아! 다음부턴 안 생길 거야!
나나 : 평소 운동 열심히 해서 건강하다더니 당신도 늙어가나 보다.
남편 : 나 건강하거든.
나나 : 우리 나이 되면 다들 몸에 좋은 보조 식품 많이 챙겨 먹는데요. 당신도 식품 좀 먹어야겠다.
남편 : 우리도 눈에 좋은 거 먹잖아.
나나 : 그건 아주 기본이고.
남편 : 당신은 귀가 얇아서 큰일이라니까. 그럼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거 다 따라 할 거야? 왜 어떤 건 따라 하고 또 어떤 건 안 따라 해?
남편 : 난 밥만 잘 먹으면 돼.
나나 : 밥만 먹는다고 건강해지는 게 아니라고요. 밥만 잘 먹는다고 건강한 나이는 지났다니까요. 몸이 말하잖아요. 운동 열심히 하면서 음식으로 챙겨 먹지 못한 영양분은 보조식품으로 챙겨야 해요. 잘 됐다. 이번 기회에 몸에 좋은 약도 사 먹고 대상포진 주사도 맞으면 되겠네.
남편 : 필요 없다니까. 65세 이상 되면 대상포진 무료래. 그때 맞으면 돼.
나나 : 말도 안 돼. 아~ 그때까지 언제 기다려. 몇 년은 더 기다려야 되는데? 그러지 말고 조만간 병원에 가세요. 돈 좀 아끼려다가 나중에 더 큰돈 든다고요.
운동이 일상이 된 남편. 남편은 건강한 편이다. 건강 유지의 비결이라고 하면 밥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이 전부다. 자나 깨나 운동을 강조한다. 설마 그게 전부일까 의심이 간다면 시어머님이 건강하게 낳아 주신 것도 포함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남편은 항상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사람이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아프기 전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산으로 들로 나를 뎨리고 다닌다. '이게 다 당신 건강을 위한 것이야'하면서. 아프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도 할 수가 없다며 건강 염려증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나의 건강을 챙긴다. 이런 사람이 최근 들어 피로를 자주 느끼고 힘들어한다. 삶이 언제 마음대로 된 적이 있던가? 없다. 나 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우리 남편. 이제부터는 내가 보호자 노릇 좀 제대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