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에게 화가 나는 걸까?
초등교사가 되고 나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거쳤다. 아이들이 서로 다툴 때나, 규칙을 어길 때, 책임을 회피할 때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날 때 나의 감정은 요동쳤다. 화가 나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낼 수는 없기에, 혼자 감정을 삭혔다. 해소되지 못한 부정적 감정의 화살은 나를 향한 자책으로 이어졌다. ‘내가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뭐 하는 거지? 왜 이 정도로 지치고 화가 나지? 나는 좋은 교사가 아닌 걸까?’ 등등...
이후 학부모 상담을 하며 부모 또한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처럼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교사에게도 부모에게도, 아이를 향한 화의 원인을 깨닫고 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위 대화 속 부모는 아이를 얼른 씻기고 재워야 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그런데 아이는 대답만 할 뿐 도무지 움직이지를 않는다. 처음엔 좋게 말하려고 했으나 좋게 말하면 도무지 들어먹질 않는 것 같다. 재촉하고 경고를 해야 행동을 하니 감정이 소모되어도 화를 내게 된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아이의 작은 태도에도 욱하고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화’라는 감정이 올라오면 우리는 ‘화’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너 때문에’, ‘이 일 때문에’, ‘이 말 때문에’ 등 ‘~ 때문에’ 라고 생각하며 탓하게 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라는 감정은 남이 아닌,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데서 시작된다. 위 대화 속 엄마는 어떤 욕구가 좌절되어 화가 났을까? 자신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누워 있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여러 번 말을 했음에도 들은 체 만 체 하는 아이의 행동에서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자극되었다. 반대로 말하면, 존중에 대한 욕구가 좌절된 것이다. 분명 고된 하루를 보내고 살림을 마무리하며 쉬고 싶은 욕구도 있었을 것이다. 여러 욕구들이 복합적으로 좌절된 상황이다.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원인이 되는 욕구를 이해하고 화를 잘 다루게 되면 훨씬 나은 대화를 할 수 있다. 화를 억지로 참거나 남 탓을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무엇 때문에 ‘나’의 욕구가 좌절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이다.
‘나는 지금 쉬지 못해 화를 느끼고 있어.’
‘나는 씻지 않은 아이가 병에 걸릴까 봐 걱정되어서 화가 나고 있어.’
‘나는 출근을 일찍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서 느린 아이를 챙기는 것이 힘들어.’
한 발짝 떨어져서 나의 감정을 바라보면 이렇게 화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화의 원인을 ‘아이‘에서 ‘나의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 화를 다스리는 대화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