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타기 어려워져요. 출국세 받을 거예요. 부디 9월이 되기 전에..
택시 운행에 대한 충돌이 한국만 있는 건 아니다.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 그동안 그랩 서비스에 대한 기존 택시 운전사들과 그랩과의 충돌은 꾸준히 있어왔고, 정부에서도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곯머리를 앓아왔다. 결국 내가 보기엔 기존 택시운전기사들의 '승리'라고 보이지만, 올해 4월, 모든 그랩 운전자가, 정기적인 차량 점검, 운행 교육, 신체검사, 등록증 취득을 해야 하는 의무법 조항이 통과되고, 7월 12일부터 이 법이 실효화 되면서, 일반 그랩 기사 25만여 명이 해당일까지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중 기한 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의무 조항을 수행했을까. 결과는 처참하다. 10%. 약 25만 명으로 추산되는 그랩 기사들 중에 중에, 실제 법 시행 전에, 규정을 지켜 모든 등록을 마친 운전사가 2만 5천 명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 말인즉슨, 그동안 100%로 운행을 해도 혼잡시간엔 차를 잡기가 힘들었는데, 10명 중 9명이 운행을 하면 단속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한동안 그랩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질 거란 얘기다. 당연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요금까지 덩달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큰일 났다. 그랩은 말레이시아의 생활 전반을 꽉 움켜쥐고 있는 거대 공룡이다. 그런 그랩 운전자의 90%가 운행을 할 수 없다면, 1분을 기다려야 할 것을 10분 기다리는 게 아니라, 100분을 기다려도 차를 잡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며, 당연히, 원래 내던 금액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내고 그랩을 이용해야 한다.
승객에게 적용되는 룰도 있다. 한 달 전쯤인가, 승객 2명이 코타 키나발루에서 그랩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강도, 폭행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랩 기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승객도 '얼굴 인식'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택시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7월 12일까지 자신의 얼굴 사진을-셀피 불가, 아이폰 얼굴 인식처럼 자동 진행됨-등록하지 않으면, 그랩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승객과 기사 모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기사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온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차로 무방비 상태의 승객을 태우는 '갑'이라 그렇다 치고, 선량한 고객들 중, 자신의 얼굴을 노출시키고 싶은 사람이 많을까? 혹에라도 그랩 기사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한다든지, 캡처한다든지, 스토킹에 활용된다든지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면 이건 또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사후약방문처럼, 둘의 신원을 모두 알았으니, 둘 다 잡으면 된다는 결과론적 예방책일까.
또 달라지는 것이 있다. 바로 '출국세'. 관광세는 이미 적용이 되어 있어서, 호텔 숙박을 할 경우, 1박당 10링깃씩 관광세가 붙곤 했다. 2017년 9월쯤이었나로 기억하니까, 이미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출국세'를 받겠단다. 얘기인즉슨, 말레이시아 공항을 출발해 항공기로 말레이시아를 떠나는 모든 대상에게 출국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20링깃부터~40링깃까지 다양한데, 이는 좌석 등급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이코노미는 20링깃, 비즈니스는 40링깃, 이런 식으로 다를 수 있단 얘기다.
물론 관광세라는 게 말레이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도 관광세를 받고 있고-한해, 무려 그 걸로만 5,000억 정도를 번다고..-, 한국은 비슷한 성격의 '출국납부금'을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출국하면 1만 원, 선박을 이용하면 1천 원이 내외국인 모두에 부과된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도 출국세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기존에 없던 게 생기는 게 문제다. 심지어 한해 약 2천8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나라에서, 관광세에, 이미 부과되고 있던 공항세에 해당하는 PSC 요금에, 거기에 추가로 출국세까지 더해지니, 관광객 입장에선 반가울 리가 없다. 이래 저래 어딘가에 세금을 이미 내고 있었는데, 또 받겠다, 그걸로 '서비스 품질 향상'과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 하지만, 언제쯤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PSC 요금은 Passenger Services Charge를 말하는데, 말레이시아 국내 여행 시 11링깃, 해외여행 시 목적지에 따라 아세안 국가로의 출국은 35링깃, 기타 국가의 경우 73링깃이 부과되어, 공항운영자 측인 말레이시아 공항 홀딩스(MAHB)에 지급되고 있었다. 거기에 출국세까지 더해지면, 오랜 기간 머무를수록, 1) 관광세가 쌓이고, 2) 기존 PSC요금에, 3) 출국세가 항공기 좌석 가격에 비례해 더해지니, 장기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탐탁지 않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을 걸로 보인다. 또한 관광부와 재무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출국세가 추후 항공 여행객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교통수단에도 도입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예컨대 싱가포르를 넘어가는 기차에도, 태국을 넘어가는 크루즈에도 붙을 수 있단 얘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디 좋은 쪽으로 쓰이면 좋으련만, 또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그러려니'하게 되겠지만, 일단은 환영받을 일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참고로 이 출국세를 부과하기로 한 시점은 6월 1일이었으나, 9월로 연기되었으니, 큰돈은 아니더라도 부디 9월 전, 건기에 놀러 오시길.....
마지막으로 7월 1일부터 신설된 세금, 설탕세.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당뇨병과 비만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음식이 달고, 짜고, 튀기고, 볶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한 식단과는 멀어지는 것. 특히, 서민들의 음식이 모두 '고렝'이 붙은 나시 고렝, 미 고렝, 삐쌍 고렝, 두리안 고렝, 이런 식이니, 돈 많고 건강한 사람들은 더욱 건강해지고, 돈 없고 저렴한 식단만 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계속 더 건강이 나빠지는 형국이다.
그래서 도입되었다고 하는 설탕세!
국민 건강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리터당 0.4링깃이라면, 이 금액이 절대적으로 부담이 되거나 커지지 않는 이상, 우리네 담뱃값 올리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500ml 설탕 음료를 먹는 경우, 0.2링깃이 부과되면, 50원 정도가 비싸지는 것인데, 그래서 모든 음료 회사들이 기존 음료에 들어가던 전체적인 당분을 줄일까? 맛이 없어졌다, 품질이 변했다 할게 뻔하고, 오히려 그냥 그 음료를 더 비싼 가격에 먹는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몸에 좋지 않지만 맛은 있는 음료를 서민들이 더 비싸게 주고 마시는 꼴... 어차피 건강에 좋고, 100% 과즙에 제로 슈거, 레스 슈거 제품들은 서민들이 사 먹기 쉽지 않은 가격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중에 사실 그랩이 가장 문제다. 과연 이 '카오스'를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그랩 서비스 외에,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6군데 정도 있고, 그랩보다 조금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다만 그랩과 비교했을 때, 차량 등록 대수가 압도적으로 적어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적어본다. 부디 여행 오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My Car / JomRides / MULA / DACSEE / RIDING PINK / D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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