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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인의 청춘 Dec 18. 2019

6 언더그라운드, 보다 미치는 줄

잠시도 입을 다물 수 없던 128분의 핵블록버스터

(간만에 스포일러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트랜스포머], [아마겟돈], [범블비], [더록] 등 걸출한 작품들을 연출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6언더그라운드]. 제목이 한국어로는 딱 입에 붙기는 힘든 느낌이지만, 영화를 보면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알 수 있다.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흔적을 지우고 대의를 위해 싸우기로 모인 6명의 '고스트'. 하나 같이 매력이 철철 넘친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라이언 레이놀즈를 연기했고, 멜라니 로랑, 아드리아 아르조나는 매순간 강렬하면서 카리스마가 흘러 넘친다.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코리 호킨스, 벤 하디, 데이브 프랭코도 각자의 페르소나를 찐하게 보여주며 각기 다른 여섯 명의 혹은 일곱 명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왜 주연 배우가 7명인지, 그런데 왜 제목은 6언더그라운드인지, 직접 보면 안다.


잠시도 입을 다물 수 없던 128분의 핵블록버스터


영화를 처음 틀자마자 '아, 뭐 이건 뮤비인 줄'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편집도 매우 감각적이거니와, 음악과 어우러지는 근사한 배경, 규모와 수를 짐작할 수 없을 만한 해외 로케, 속도감 터지는 차량 추격씬, 맨몸 격투씬, 결투 장면, 하다 못해 자막에서까지 보여주는 위트까지, 블록버스터의 끝판왕을 갈고 닦아서 고심 끝에 펼쳐 보이면 이 정도는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다.


'아니 도대체 저걸 어떻게 찍었지?'

'아니 방금 그거 뭐였어?'

'헉...뭐야..'

'와, 대애애애애애애애박'

'갇...띵장면'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감탄사가 계속 나온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이 심지어 속도감까지 갖췄다. 내가 감독이었으면 어렵게 찍어서 3분을 보여주고 싶을 장면을 3초만 보여준다. 그런데 그 3초들이 모두 스케일의 웅장함과 스팩타클의 집합체다. 대체 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마치 스푸파 (a.k.a.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처럼 화면을 뒤로 돌리고 돌려서 촬영 현장에 가보고 싶은 욕구가 뿜뿜 솟구친다. 어마어마한 액션 씬이 한시도 쉬지 않고 나오는데, 듣기론 영화 한 편을 위해 2,000명이 넘는 스턴트맨을 썼다고 하니, 그럴 법도 하겠다 싶다. 정말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고, 대사 한마디도 흘려 듣고 싶지 않은 재미가 있다.



매력적인 소재, 개개인이 펼치는 능력, 그리고 그들의 숨은 이야기까지


'고스트'로 살아가는 어찌 보면 가엾은 사람들.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를 위해서는 끈끈한 동지애도 해가 된다며, 서로의 이름을 묻지도, 부르지도 않는다.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로 존재하는 이들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다. 그런 그들을 한데 모아 리더 역할을 하는 억만장자 원, 라이언 레이놀즈는 단 한번도 존재한 적 없는 지상 최대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누구도 생각지 못한 계획을 나머지 다섯과 함께 실행에 옮긴다.




영화를 보다 20분쯤 지났을까, 현실판 [어벤저스] 혹은 [엑스맨]을 인간으로 둔갑시켜 놓으면 이 정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고, 강점이 특출나고, 그들이 '고스트'가 된 사연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개개인이 치는 대사, 행동, 표정만 봐도 영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또 전문 분야가 다르고, 모두가 '주연'인 이 영화에서는, 배우 한명이 단독으로 등장하는 모든 장면마저도 마치 그 사람 홀로 주연인 영화처럼, 무게감이 잘 나뉘어 있다. 영화를 보고 이틀이 지난 지금도 개개인의 대사나 표정이 눈에 선한걸 보면 말이다.

매력 터지는 주인공들

원은 똑똑하다. 엄청난 부자다. 노련하다. 재치있다.

투는 민첩하다. 다재다능. 임기응변에 강하다.  

쓰리는 총을 잘 다룬다. 단순, 무식, 멍청하다. 정도 많다.

포는 파쿠르(Parkour)로 말한다. 진짜 매력 쩌는 캐릭터.

파이브는 냉철하다. 손기술이 좋다. 정열적이다.  

식스는 빠르고 기지가 넘친다. 운전을 기가 막히게 한다.

세븐은 열정적이다. 사명감이 대단하다. 가끔 시니컬하지만 가슴이 뜨겁다.


이들의 전직은 차치하고서라도 -밝히면 스포일러라-, 그러니 이렇게 매력적이고 다양한 고스트들이 모이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각각이 펼치는 액션씬도 성격에 따라 역할에 따라 그 그림 자체가 다르다. 마치 여섯 편의 화끈하고 트렌디한 세상 힙한 뮤직비디오를 기가 막히게 섞어놓은 느낌.



잔혹함으로 말하면 [킬빌] + [데드풀] + [킹스맨] 스타일


그런데, 이 영화, 꽤 잔인하다. 아마 이 때문에 호불호도 좀 갈릴 것 같다. 눈을 가리고 볼 사람도 있을 법한 수준이다.  [킬빌] + [데드풀] + [킹스맨] 스타일이라고 설명하면 딱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것 같다. 몇몇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으엑', '으으으으으'를 연발한 장면도 있을 정도였다. 나도 물론 잔인한 묘사를 마냥 좋아하지 않지만, 그냥 [6언더그라운드] 속 고스트, 세상에 둘도 없는 정예요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잔인함이라고 하고 넘어가야 할듯 싶다. 잔인한 장면들이 꽤나 거북한 사람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을 정도.


하지만 나는 영화를 좋아하고 [킬빌], [데드풀], [킹스맨] 같은 작품들이 나름 모두 '취저'였기 때문에, [6언더그라운드]는 내 2019년 영화 감상의 멋진 피날레 정도로 도장 꽝꽝 찍고 넘어갈 수 있다. 음악, 화면 편집, 의상, 스토리 라인, 유머, 아이디어, 연출, 기발함, 배우들의 연기 등 모두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여기서 유일한 마이너스(-)인 잔인함을 상쇄할 수 있었다.

수작임은 확정, 걸작임도 분명, 인기도  , 하지만 사알짝 아쉽긴 하다잉.


너무나 재밌게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알짝 아쉬운 부분은 좀 있다.


첫째, 주인공들이 치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가끔씩, 영화 안팎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느낌이 든다. 한 겨울 대형 빌딩의 회전문 속에 갇혀 빙빙 도는 느낌이랄까. 유머 코드 덕에 폭소가 터지고 재미있는 부분도 분명 있는데, 가끔 과한 대사가 감정 이입을 방해할 때가 있다. 적들과 총을 난사하던 상황에서도 개그는 치고 넘어가야 하고, 수십대의 차를 피해 도망 가면서도 몇마디씩은 해줘야 하는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이 영화, 진짜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래서 후반부로 가면서는 '아 지금 쫄깃쫄깃해서 미치겠는데 뭔가 또 한마디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미리 들 정도. 그런 생각이 들때 어김없이 꼭 한마디 한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건 뭐, [6언더그라운드]의 각본을 [데드풀]의 작가들이 썼기 때문이다. ^0^;;


둘째, 그 어마무시한 대사 때문에 이게 한국어로 번역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서 영어로도 보고, 한글로도 봤는데-넷플릭스에 한글 자막이 있다-뉘앙스가 좀 다르다. 어떤 부분은 꽤 많이 다르다. 영화 [데드풀]이나 [킬러의 보디가드]를 생각해 보면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다. 그러고보니 둘다 너무 재밌는데 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나왔네! 끈적한 입담과 얄미울 정도의 개구진 모습, 진지하다가도 촌철살인으로 한방 날려주는 딱 그 부분. 그러니 이렇게 화끈하고 속도 빠르고 말 많은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번역'으로 다가갔을 때, 빵 하고 터져줘야 하는 부분에서 제대로 터질지 그게 너무 궁금하다. 솔직히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 같은 영화를 영어로 보면 몇배는 더 웃긴다.

웃음 터지는 장면, 라이언 레이놀즈는 라이언 레이놀즈를 연기했다.

셋째, 대의를 위해 뭉쳐 큰 일을 치르는 주인공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 딱 여섯 외의 사람들이 그려지는 방식은 폭력적이고 가끔 무의미하다. 가뜩이나 잔인한데, 그 잔인함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선과 악의 대결에서라면 모르지만, 선량한 시민들이 다치고 죽는 장면, 무고한 사람들이 거센 바람부는 한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화면 밖으로 나자빠지는 장면들을 보면, 저렇게까지 자주, 저 정도로 잔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그래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영화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부분도 충분히 있다.

지금까지 본 영화의 그 어떤 파쿠르 장면보다 생생하고 생동감 있다. 벤 하디의 연기가 더욱 빛나는 느낌.


보자마자 속편이 기다려지는 영화


우리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는 결국 훌륭히, 스스로 설정한 임무를 마친다. 그것도 아주 시원하고 멋지게. 그리고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스크린 위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나간다. 속편은 이미 정해진 수순. 원래 그럴 거라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았나.


워낙 재미있고, 많은 이들이 재미있게 볼 것이고, 모든 캐릭터가 마땅히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어벤저스처럼 '흑흑, 우리 아이언맨이 사라지다니ㅜㅠ' 같은 충격적 슬픔은 없지 않을까 예상해도 좋을 것 같다. 그저 '와, 또 다음 미션이 어서 빨리 생기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도, 가슴 벅찰 수 있는 영화. [6언더그라운드]의 본질은 그대로 두되, 장소만 다른, 채색만 다른, 매력적이고 시원한 속편이 줄줄이 이어지길, 눈과 귀와 기분까지 호강하는 2편, 3편이 재깍 재깍 나와주길 소망한다.


그러니, 감독님, 얼른 속편 만들어 주세요.

블록버스터 무비 연출에는 이만한 대가도 없을 듯. 마이클 베이 감독.


"They say no one can save the world.
Meet NO ONE."

진짜 카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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