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개를 다 올라보고 싶지만, 그중에 몇개만 가본다면.
지미오름 (지미봉) 160m
말이 필요없는 아름다움. 우도와 성산 일출봉을 함께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장관도 없다. 360조망이 가능하고, 1.6km정도의 둘레길도 평지에 있어 매일 매일 오르고 또 오르고 싶은 오름. 예전엔 봉수대가 있어서 지미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봉수대는 사라지면서 땅끝이라는 한자만 남아 '지미'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약간 가파른 탓에 올라가는 길 중간 중간에 휴식을 위한 의자를 만들어 두었지만, 개인적인 추천으로는 정상에 올라갈때까지 절대로, 절대로 뒤를 돌아다 보지 말 것. 정상에서 맛보는 어마어머한 풍경에 대한 감흥이 깨진다. 이 의자들은 내려올 때 앉아보면 왜 여기에 의자를 설치해 뒀는지 잘 알 수 있다. 일출을 바라보러 매일 아침 일찍 오르고 싶은 오름. 유명한 오름도 많지만, 현지인 추천으로도 사랑받는 가히 최고의 오름. 올레길 21코스와도 겹친다.
아부오름 301m, 높이 61m
앞오름이라는 이름이 변형돼 '아부오름'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이 오름의 절정은 바로, 산굼부리, 한라산 백록담을 닮은 분화구 형태의 중심부. 둘레만 500m 수준.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고 빽빽한 삼림이 울창하게 펼쳐져 있는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약간 경사진 언덕을 쭉 올라가면, 제일 꼭대기에 마치 산위에 커다란 도넛을 하나 얹어둔것처럼 동그란 둘레길이 나온다. 그 둘레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을 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처음 오름 끝에 오르고 왼쪽으로 돌기 시작하면 아주 너른 들판이 나오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나온것 마냥 인증샷도 찍고, 간식을 먹기도 한다. 기념 사진 촬영하기도 좋고, 오솔길을 걷는 기분으로 산책하기 좋은 곳. 제주에 갔다면 여긴 반드시 올라야 한다. 영화 [이재수의 난], [연풍연가] 촬영지이기도 했다고.
따라비 오름 / 해발 342m, 높이 107m
적당한 경사, 적당한 계단, 적당한 언덕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곳. 작은 분화구를 3개 가지고 있다. 쉬엄쉬엄 정상에 오르고 나면 풍력 발전 날개가 늘어선 방향으로 장엄한 한라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 남쪽에 있는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오름과 지아비, 지어미의 형상을 하듯 어울린다고 해서 부창부수의 느낌으로 '따래비', '따라비' 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만, 원래는 따애비라는 이름이 구전된 것이라, 따라비 오름이 아버지격의 오름이나 다름 없다고. 둘레는 2.6km 수준. 정상에 올라도 주변에 펼쳐진 매끈한 산등성이 덕분에 시원한 풍경을 즐기기에 좋다.
노꼬메 오름
한라산을 가까이 보기에 좋은 오름 중 하나. 큰 노꼬메 (높고메 라고도 부름) 오름과 족은 노꼬메 오름이 함께 자리하고 있지만, 오리지널 노꼬메 오름 앞에 '큰'을 붙이는 건 둘을 구분할 때만 쓰인다. 작은 오름이 '족은 노꼬메'라고 불리기 때문에, 그냥 노꼬메 오름이라고만 해도, 큰 노꼬메 오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 약간 경사가 있고 미끄러운 탓에 넘어지지 않게 조심 해야 하고, 미끄럼 방지를 위한 발굽과 밧줄 설치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서인지, 산세가 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거의 다 오르고 나서부터 펼쳐지는 바로 앞 한라산의 장관 덕에 오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 여기저기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보고, 시야가 탁 트인 날에는 바다까지 시원하게 볼 수 있어 장관이다. 다만 올라온 길과 다른 길로 내려올 예정이라면, 내려올 때 길을 잃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남짓은오름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한라수목원과 연결된 오름. 한라수목원이 워낙 산책하기에 좋기 때문에, 한라수목원에 들렀다면 반드시 이 남짓은오름도 함께 들르면 좋다. 원래 ‘남’은 나무, ‘짓다’는 무성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라고 하는데, 워낙 나무가 빽빽이 우거졌다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주 예전엔 이 오름에 딱따구리가 많이 살며 나무를 마구 쪼아 대기 때문에, 남(나무)+좆다(쪼는)+오름이 되었다고도 한다. 한라수목원 내부에 있는 산림욕장에서 10분 정도면 오를 수 있어서 부담이 없다. 다만 오르고 내리는 방향이 여러군데이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길을 잘 선택하면 더욱 부담없이 오르기 좋다.
안돌오름 / 해발 368m, 높이 93m
역시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오름.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이 붙어 있는데, 두 오름을 합쳐서 '돌오름'이라고 부른다고. 예전에 이 오름 두개 사이에 '돌담의 경계'가 있었는데, 이 돌담으로 두 오름을 구분하다보니, 돌담 안쪽을 '안돌', 돌담 바깥쪽을 '밧돌'이라고 해서, 안돌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예전까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새롭게 떠오르는 인증샷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정상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리는 수준이라, 부담스럽지 않다. 오름을 다 올랐을 때의 풍경도 풍경이지만, 오름을 오르기 시작할 때 빽빽히 서 있는 나무들만 봐도 피톤치드 샤워로 온몸이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