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카위 데일리 (1)

이곳이 유독 느린것이 아니라, 내가 유난히 빠른 것이다.

by 타인의 청춘

이번이 세번째 걸음이다. 일이 있어서 오게 됐지만, 이왕 오는 김에 랑카위를 제대로 알고 푹 빠져보자는 마음으로 일정을 아주 길게 잡았다. 이전에도 발걸음을 했던 곳이지만, 그때마다 마음이 무척 바빴다. 이번엔 꼭 다르게 보내고 싶었다. 비행기 바퀴가 랑카위에 내려앉자 나도 모르게 숨이 차분해지고, 미소가 번진다. 그 이유는... 오직 내 마음만 알것이다.

선셋이 아름다운 체낭 비치

말레이시아의 북쪽, 크다(Kedah *말레이어에서 e는 우리말의 '으'와 유사한 발음이다. 그래서 케다가 아니라 '크다'에 가깝다.)주에 속한 섬인 랑카위. 99개의 섬이 모여 있다가, 물이 빠지면 104개의 섬이 장관을 이룬다는 군도다. 서말레이시아 본토에서는 약 30km정도 떨어져 있는데, 태국 국경과 매우 근접해 있어, 태국의 꼬 리뻬(Koh Lipe)라는 아름다운 섬까지도, 쾌속선으로 빠르면 약 1시간 남짓 정도면 어렵지 않게 다다를 수 있다. (*쿠아Kuah 제티, 뜰라가Telaga 터미널 2곳에서 각각 운행, 꼬 리뻬까지의 거리, 소요시간 상이) 랑카위에 들러, 그 참에 태국의 휴양지까지 여행하고 싶은 여행자에겐 꿀팁이랄까.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비행 거리니, 김포에서 제주도에 가는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저가 항공이라면 2만원이 안되는 금액으로도 쿠알라룸푸르-랑카위 편도 티켓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뜨무룬 폭포

2015년 기준으로 연인원 36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랑카위의 흥미로운 점은, 약 95%의 관광객이 내국인이며, 나머지 5%만이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풍광, 말레이시아의 정취가 듬뿍 담긴 맛있고 저렴한 음식,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열대우림 등, 즐길거리, 볼거리가 참 많은데도,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이 5%라면, 사이판, 보라카이, 발리처럼 북적이는 관광지들보다는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언제고 느긋한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특성 탓일까. 이렇게 좋은 곳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게 이방인인 내 마음에도 작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 랑카위를 말할 때 흔히 "숨겨진 보석", "안다만해의 진주"라고 하는 것도 같다. 허나, 역으로 생각하면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그야말로 '알짜배기' 휴양지, 관광지라고 할 수도 있을 듯 싶다.


랑카위를 찾는 관광객에 대한 분석 중 재미있는 사실은, 26-35세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 연령 그룹이, 그보다 더 어린 18-25세 관광객이라는 점이다. 젊은 여행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도 마음만은 풍성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섬이라는 얘기가 되겠다. 이곳을 찾을때마다 배낭여행을 하는 외국인들을 쉽게 목격한다. 자전거,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도 많다. 자전거 대회, 마라톤 대회도 자주 열리는 걸 보면, 다행히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업힐, 다운힐이 있는 듯하다. 나는 자전거를 참 좋아하니, 언제 한번 자전거로 일주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놀멍쉬멍'.

체낭 비치의 고요한 아름다움

랑카위는 그리 큰 섬이 아니다. 길이 29km, 너비 16km 정도의 작은 섬으로 제주도의 3분의 1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다. 앞서 말한 99개의 섬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도 단 두 개 뿐이다. 랑카위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다운타운'인 '쿠아'도 한국에 비하면 '발전된 읍내' 수준이다. 아름다운 일몰을 자랑하는 해변인 체낭 비치(Pantai Cenang), 뜽아 비치(Pantai Tengah)도 관광객들을 위한 리조트나 호텔이 조금 모여 있을 뿐,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즐비한 세련된 부티크샵을 찾는다든지, 명품 쇼핑, 카페 호핑, 바 투어 등을 기대할 수는 없는 곳이다.

섬 곳곳에서 쉽게 볼수 있는 원숭이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반전은, 섬의 총면적 중 65%가 5억년 이상이 된 열대우림을 품고 있고, 아름다운 해변, 작은 섬이지만 700여 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산지, 보기만해도 시원한 폭포, 맹그로브 숲 등 다채로운 자연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어딜 둘러봐도 멋드러진 자연이 위용을 떨치는 동남아 전체에서, 유네스코가 인정한 생태지질공원이 최초로 지정됐을까. 하나도 아니고, 세개다.


번잡함도 없고, 북적임도, 도시에서 느낄법도 한 특유의 패닉킹도 없다. 도시적 낭만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조금 심심하고 지루할지 모르겠다. 다만, 랑카위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저 이국적인 풍경 속에 나를 내려두고, 평소보다 조금 더 길고 느린 호흡을 하면 그만이다. 들숨에도 날숨에도 느긋함이 있고, 평온한 흐름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 된다. 이 여유롭고 작은 섬에, 어찌도 다양한 면면이 숨어 있는지, 느린 걸음으로 쭉 돌아보면 놀라울 지경이다. 화려한 메뉴를 자랑하는 무제한 뷔페는 아니지만, 어소티드 초콜릿처럼, 어떤 맛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설렘이 그득한 느낌이다. 물론 그 무엇을 집어 들더라도, '달콤함'은 보장한다.

숨겨진 해변, 뜽꼬락 비치

그저 자연스레 템포를 늦추어 흘러가면 된다. 이곳이 유독 느린 것이 아니라, 내가, 우리가 유난히 빠른 것이다. 이런 곳에서 굳이 물과 기름이 될 이유가 무언가. 느릿하게 섞여보자. 그럼 랑카위는 따뜻하게, 당신을 품에 안아 줄 것이다. 뿔라우 다양 반뚱(Pulau Dayang Bantung, 일명: 임산부의 섬)처럼.

스타벅스 그란데에 이게 웬 정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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