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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아 Dec 28. 2020

<19화> 댄스 교습의 온라인 시대

코로나가 촉발한 댄스교습의 강제 진화

12주(주 1회) 과정의 Basic Level 1반을 수료하고 Level 2 수강을 시작한 것이 벌써 두 달 전이다. 원래 스케줄대로라면 내 삐걱이는 몸뚱이의 움직임이 훨씬 진화돼 있을 텐데...


다니던 대형 필라테스 학원이 일찌감치 휴원에 들어간 뒤에도, 댄스 수업은 소수정예라 좀 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내 운동시설 전면 이용 중단으로 우리의 춤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침! 선생님이 유료 멤버십 수강 사이트를 오픈하셔서 아쉬우나마 춤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원격 학습은 코로나 시대에 제일 크게 떠오른 신사업 분야다.


유튜브 구독자 140만 명인데 수익이...?


인기 유튜버는 현대인들의 로망 중 하나다.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돈을 벌 수 있다니. 그런데 그 로망의 상당 부분은 구독자와 영상 조회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수익 때문이다. 우리는 그 수입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마일리 댄스의 구독자는 140만 명(12월28일 현재)이다. 내가 알기로 이 정도면 우리나라 채널 중 100위 권이다. 게다가 매주 만 명 이상씩 늘 정도로 성장 중이다. 그런데 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씀을 들었다. 


"다들 제가 돈을 많이 벌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대표 콘텐츠인 Dance Workout 영상에선 아무런 수익이 없어요. 100% 음악 저작권자에게 가고 제게 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죠. 광고도 저 생각해서 봐주실 필요 없어요. 하나도 저한테 안 오니까 그냥 스킵해도 됩니다."


매주 최신 인기 팝송 중에 하나를 골라 창의적인 안무를 짜고, 같이 출연하는 젊은 댄서들과 합을 맞추고, 새 의상 맞춰 입고선 녹화하고, 또 편집해 올리는 것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겠는가. 그 활동을 통해 매주 수십 만 명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데 수익이 빵이라니. 


음원이 공짜로 소비되면 안 되겠지만, 유튜브의 음악 저작권은 너무 심한 것 같다. 창작 안무는 그 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말이다. (실제적으로는 그 안무가 순전한 창작인지 짜깁기인지 원래 있는 안무의 표절인지 A.I 알고리즘으로 판별하긴 아직 시기상조일 것 같긴 하다.)


인기 팝송으로 만든 안무 영상을 빼면 무료 비트 음원에 맞춰하는 기초 동작 강의 영상(하지만 대표 콘텐츠에 비해 조회수는 현저히 낮다)이 남는데 여기에서 약간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안무가로서 크게 인정받지 못한 채 나이만 먹던 막막함에서 유튜브는 자부심을 되찾게 해 주었기 때문에 그걸로 됐다고 하시지만 어쨌든 노력에 대한 대가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고민 끝에 선생님이 선택한 것이 유튜브에서 벗어난 단독 사이트 유료 멤버십이다. 


라이브 방송과 튜토리얼, 이걸로 될까


현재 마일리 댄스 멤버십 사이트에서는 유튜브에 매주 올라오는 새 Dance Workout 영상(선생님의 트레이드 마크로, 운동에 도움이 되면서도 고급 댄스 스킬이 많이 들어간 안무 영상)을 하루 먼저 본 뒤 저녁 9시에 한 시간짜리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함께 춤추거나 채팅으로 소통한다(월 1만 원). 거기에 추가 5천 원을 내면 안무 영상의 세부 동작을 설명한 튜토리얼 영상도 볼 수 있다. 


(참, 다행히 이런 폐쇄형 사이트에서는 음악은 저작권료를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모 아니면 도...)


내 경우에는 돈 낼 필요 없이 혼자 유튜브 영상들만 보면서 연습할 수도 있다. 배우고 싶은 영상을 다운 받아 0.5배속부터 시작해 0.1배속씩 올려가며 동작을 익히는 나름의 체계도 만들어 놓아서 튜토리얼 영상이 꼭 필요하지도 않다. 이해가 안 되면 0.2초 저속 슬로모션으로 보면서 연구하기도 한다. 근데... 모두가 공감하다시피 혼자선 지속적으로 하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다. 


매주 라이브 방송에 참여해 선생님과 소통하면서 동작을 따라 하고, 질문도 하면서 소통하면 소속감도 느껴지고 동기부여도 된다. 적어도, 다시 오프라인 수업에서 선생님이 내 동작을 교정해주시면서 더 연습하라고 push해주는 날이 올 때까지 몸이 완전 굳어버리지 않게 해 줄 것이다.  


라이브방송 샘플 비디오

해외 구독자가 많은 만큼 라이브 방송에서 영어 통역까지 제공하고 있다. 11분 50초부터는 내가 한 질문한 동작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여주는 장면도 나온다.


아직 갈 길이 먼 온라인 클래스


우리나라 댄스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은 리아킴의 <1 million dance studio>다. 유튜브에서 명성을 쌓은 곳답게 구독자 수가 무려 2290만 명인, 한국 전체 유튜브 계정으로 따져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채널 중 하나다. 원 밀리언도 올해 4월부터 유튜브 내에서 유료 결제를 해야 볼 수 있는 라이브 방송 강좌를 열고 있고,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인 <클래스101>을 통해서도 내년 2월부터 5개월짜리 댄스 입문과정을 모집하고 있다. 


세상이 훨씬 편리해진 것은 맞다. 학원에서 멀리 떨어져서 사는 사람, 나이가 너무 많거나 적어서 혹은 몸치라 학원에 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신세계가 열렸다. 언제든 내 시간이 될 때 들어가 천천히, 또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며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아직 한계도 분명하다. 쌍방향 소통은 채팅 정도에 불과하고, 수강자의 모습까지 직접 보여주며 하는 영상 쌍방향 클래스는 없다. zoom 같은 영상회의 플랫폼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데, 왜 댄스는 활성화되지 못했을까? 소수의 수강자들만 참여할 수 있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일까, 선생님들이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됐기 때문일까, 오프라인 학원만큼 지불하기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할 수강자들 때문일까?


어쨌든 2년간 댄스학원을 다녀보니 선생님의 시범과 내 모습을 함께 보며 연습하고, 잘못된 부분을 교정받는 과정이 없으면 춤의 발전을 이루기는 진짜 어렵다고 느낀다. 원래 춤을 즐기던 10대 정도라면 모를까, 5개월의 체계적인 온라인 커리큘럼을 수강했다고 배운 동작을 다 해 낼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확신한다. 


어쨌든, 우리 선생님의 유료 멤버십 사이트의 첫 발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또 온라인 댄스 사이트가 어떻게 발전하는가 지켜보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유익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지 나도 연구하면서. 


코로나가 촉발한 온라인 강습의 운영방식과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으니, 궁극적으로는 선생님과 학생이 한 공간에 있는 것 같이 배울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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