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안무반 수업
3개월의 베이직 Level 1반, 3개월의 베이직 Level 2반을 이수하고, 안무반에 입성했다. 타이밍이 참 좋았다. Level 2반이 끝나갈 무렵 몇몇 수강생들의 요청으로 정규 안무반이 처음 생긴 것이다. (전에도 그 주에 업로드된 유튜브 안무 영상을 배울 수 있는 개방형 수업이 있어서, 아무나 1회 수강료를 내고 들어와 배웠던 적도 있었지만 가르치는 입장이나 배우는 입장이나 한계가 명확해서 없어졌다. )
안무반은 매주 금요일 저녁에 유튜브 MYLEE DANCE 채널에 올라오는 새 Dance Workout 영상 안무를 이틀 뒤인 일요일 오후 수업에서 배우는 시스템이다. 유튜브 외에 따로 운영하는 멤버십 사이트에 유료 가입하면 유튜브보다 하루 먼저 새 영상을 볼 수 있고 안무 동작을 파트별로 설명하는 튜토리얼 영상도 볼 수 있다. 그걸 보면서 세부 동작을 이해한 다음 안무 순서도 외우고 어려운 동작은 미리 연습해 놓아야 원활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다. 2시간 만에 그 주의 곡을 마스터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빌보드 차트 최상위권의 핫한 팝송이 선곡된다. '워크아웃(운동)'라고 하지만 이걸 표방한 다른 유튜브 영상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심플한 운동 동작들을 리듬에 맞게 반복적으로 넣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가수가 공연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곡의 분위기나 가사와 딱 들어맞는 댄스 동작들로 구성한, 말 그대로 안무다.
그렇지만 '운동이 되는 댄스', '다이어트 댄스'를 표방한 만큼 박자를 쪼개가며 아주 복잡 자잘한 동작을 넣는다거나 고난도의 테크닉을 자제하기 때문에 누구나 반복연습만 하면 따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마일리 댄스 채널이 184만(21년 8월 중순 현재)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된 최대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춤에 재미를 붙이고 기본 테크닉들을 익힌 초보자들이 배우기에 이만한 안무 시리즈가 없다!
요즘 서구의 팝송들은 댄스곡임에도 안무가 딱 후렴구 부분 정도만 짧게 있다. 현란한 동작들은 대부분 백업댄서들이 소화하고 가수는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 더 집중한다. (그러니 라이브로 노래하면서 격렬한 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추는 케이팝을 보고 놀라지 않겠냔 말이다. 하긴, 마이클 잭슨 시대에는 그들도 그렇게 했는데. ) 그래서 실제로 원 가수가 선생님의 영상을 발견해 인스타 같은 곳에 링크를 걸거나 언급한 것도 몇 번이나 있었다. 가사나 뮤비, 또 그 가수의 캐릭터에 맞는 안무가 곡 전체에 붙어 있으니까 말이다.
바로 여기서 일반 댄스학원의 댄스 클래스와 다른 점이 나온다. '전곡을 모두 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원에서는 선생님들도 보통 1분 내외의 안무를 짜서 수업한다. 기존 안무를 따라 하는 케이팝 댄스반에서도 1절 정도를 하는데, 그것도 길어서 자르기 일쑤다. 내가 항상 불만인 점인데, '매주 1곡, 주 2~3회 50분씩 수업'이 대다수 댄스학원들의 수업방식이다 보니 1분 이상의 안무 진도를 빼지 못한다.
그런데 3분~4분에 이르는 전곡을 다 춘다는 것은 굉장한 성취감을 준다. 전주부터 시작해 리듬을 타다가 1절, 2절, 아우트로 부분까지 다 추고 피니시 동작까지 멋지게 하고 끝낼 때의 쾌감이라니!!
노래의 구조에 따라 약 4-5가지 part로 구성해 적절히 반복되니까, 여러 번 연습해 머리와 몸에 각인시키면 누구나 멈춤 없이 완곡할 수 있다. 동작이 어설프든 아니든 말이다. 예전에 배웠던 '케이팝 댄스'는 수업 시간에는 그 1분 분량도 버거웠지만, 돌아서고 나면 아쉬움이 남곤 했었다. 평범한 일반 취미 수강생으로서는 그걸 바탕으로 나머지 부분을 혼자 연습해서 전곡을 춰 본다거나 하는 능력이 없으니까.
그런데 마일리 댄스에서는 수많은 해외 구독자들이 열렬히 원하는 케이팝 곡을 선정하지 않다. 케이팝은 이미 세련된 안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그걸 건드려 창작 안무를 짜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똑같이 커버하는 것은 다른 댄서들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예외는 딱 둘, 글로벌 스타 BTS와 Black Pink다. 신곡 안무가 공개되면 즉시 안무를 따서 영상을 제작한다. 요청이 빗발치기도 하고, 명색이 방탄과 블핑 보유국의 댄스 채널이니까!! 이 경우도 완전 똑같이 cover 하는 다른 영상들과는 달리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은 단순화시키고, 멤버들이 함께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안무는 개인이 출 수 있도록 살짝 바꿔서, '완곡'을 출 수 있도록 해준다.
테크닉적인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한 곡을 이어서 다 출 때의 즐거움이 너무 크다. 이제야 비로소 춤을 춘다는 생각이 든다. 댄스 기본기 연습이 더 필요하지만 안무를 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복 연습하게 되니, 지루한 걸 못 참는 나한테는 정말 딱이다.
매주 수업이 있는 일요일 오후까지 예습하며 기다릴 때 느껴지는 긴장감과 설렘이 나는 참 좋다. 수업 후에는? 버퍼링 없이, 테크닉 뭉개지 않고 비스무레 해 낸 날은 엄청 뿌듯하고, 중간에 안무 까먹거나 안 되는 동작 얼버무렸을 때는 실망하고, 그런 거지 뭐. 그래도 수업 말미에 하는 녹화영상을 되돌려 보면 미세하게나마 발전이 보여서 스스로 토닥토닥한다.
이번 주는 또 어떤 새로운 안무가 나올까.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