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위해 꽤 오랜 시간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연구 중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 우리말샘에서는 '사물을 가장 단순하게 최소한으로 표현하려는 예술 전통'으로 설명한다.
미니멀리즘의 역사를 보면 미술 분야의 표현 사조로 처음 등장하였다. 건축을 포함한 예술 분야 전체로 퍼져나갔고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 때 미니멀리즘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조건 가진 물건을 버리는 것,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 그 대상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옳은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적게 가지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미니멀리즘의 대상은 눈에 보이는 사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무형의 존재, 잡념이나 관계도 해당한다. 삶에 필요 없는 것을 없애는 것,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미니멀리즘은 알수록 매력적이고 한 번쯤은 경험할 가치가 있다. 그렇다고 당장 휴대폰에서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지우거나 옷장의 안 입는 옷을 다 꺼내지는 않길 바란다. 차분히 여유 있게 미니멀리즘을 받아들이기를 추천한다.
교직 초기의 생각
왜 갑자기 미니멀리즘을 말하는 걸까? 수업과 미니멀리즘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경험으로 그 이유를 말해 보려 한다. 교직 초기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주어진 수업 시간을 1분도 빈틈없이 꽉 채워야지. 계획한 것보다 시간이 남거나 추가적인 교육 자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좀 더 넘게 수업을 준비해야겠어."
첫 글에 INFJ의 설명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Idealistic and principled, they aren’t content to coast through life." '이상적이고 원칙을 중시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렇다. 언제나 현실을 더 나아지게 바꾸려 이상을 꿈꾸고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다.이러한 성향을 다해 원칙과 이상을 담아 수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는? 반은 성공, 반은 실패. 적극적이고 의지가 넘치는 학급에서는 도움이 됐지만 다른 학급에서는 지쳐서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넘치면 버려진다.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배웠다. 수업에서 꼭 필요한 것만을 나눠야 한다는 것. 아이들은 각자의 수용 정도가 있고, 그날 배워야 할 목표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추가 설명을 덧붙여야 이해가 더 쉽겠지?", "이 자료도 보여주면 좋겠어."
이렇게 더하는 읽기 자료, 영상과 설명은 결국 배움의 한계를 넘어서 과부하 상태를 만들고 이내 버려진다. 안타까운 프레젠테이션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더 쉽게 와닿을 것이다. 10분이 주어지는데 100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한다면?
교육의 미니멀리즘
이런 경험은 수업을 바꿔놓았다.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말을 하고자 한다.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찾도록 둔다.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고치고 나면 자꾸 다른 부분까지 손이 가지 않는가? 큰 목표만 전하고 나서 거기로 가는 법은 아이들이 정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편히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