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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Apr 05. 2019

작은 변화로 만든 아늑함

공간 구성의 3 스텝

유난히 조용한 날에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공공일호를 더 자주 순찰합니다. 어디 고장난 곳은 없는지, 커피 머신은 깨끗한지, 다들 뭐하느라 이렇게 조용한건지. 다행히 별일 없이 조용한 수요일이었습니다.


건물 한 바퀴를 휘리릭 돌고 5층 라운지에서 코난을 만났습니다. 커피머신에서 내린 커피가 보리차 같다는 제보에 클리닝 기능을 켜놓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날따라 라운지가 텅 비어 있어서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었어요. 라운지가 붐비는 날을 떠올려보다가 조금 더 아늑한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갑자기 고민에 빠졌습니다. 


'공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책상을 길게 붙여놓았던 초기 세팅.


코난과 제일 먼저 한 일은 '관찰하기' 였습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라운지를 사용하시는지, 라운지에서는 무엇을 하시는지, 사용하는 목적이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공공일호에는 정말 다양한 그룹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사람, 밥 먹는 사람, 미팅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

그런데 밥을 먹는 사람과 일을 하는 사람이 동시에 책상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소파 자리가 꽉 차서 어쩔 수 없이 책상 자리를 써야 하는 날에는 열심히 작업하는 분 옆에서 밥 먹기가 미안한 적도 있었어요.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점심시간 뿐만 아니라 오후 중에도 식사하는 분과 일하는 분이 함께 계시는 날이 종종 있었다는 점입니다. 입주 멤버 대부분이 스타트업 종사자이시기 때문에, 일에 따라 유동적으로 식사 시간을 조정하시더라고요.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기 보다는, 개인 일정에 따라 유연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찰하고 상상하기


확 바뀐 001라운지.


관찰을 마친 후에는 공간을 어떻게 바꿀지 상상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림을 그려보고, 직접 가구를 옮기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서로 더 편안하게 공간을 쓸 수 있을지 실험했어요.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면서도 어울릴 수 있는 라운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하게 변형해보았습니다.


우선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실 수 있도록 일자로 놓았던 책상을 두 모둠으로 나누었습니다. 

소파도 더 아늑한 느낌으로 구성했습니다. 책상 자리와 마찬가지로, 그룹 별로 모일 때 친근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세트처럼 나누었어요. 은근히 인기가 좋은 흔들의자도 사이좋게 한 개씩 두었습니다.


며칠 지켜보니 라운지의 활용도가 확실히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책상 자리에 앉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이었어요. 책상이 길게 놓여있을 때에는 중간 자리에 앉기가 불편했는데, 8자리씩 쪼개지니 앉기도 수월하고, 그룹 별로 확실히 분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더 아늑해진 것 같아요!'


오후 6시, 001라운지.


누군가는 작업을 하고, 그 옆에서는 미팅을, 또 한 켠에서는 쉬는 시간을 갖는 분들이 계셨어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예전보다 더 부드럽고, 아늑한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배치를 바꾼 뒤로 생각보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균형이 맞는 느낌', '더 안정감 있다' 등등. 가구를 옮기는 작은 변화였을 뿐인데, 사람들의 이용 패턴과 공간 경험이 확 달라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공간 구성의 3 스텝


배치를 마무리하고 라운지의 구성을 바꾸는 과정을 3가지 단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음에도 공간 구성을 바꿀 일이 생기면 조금 더 정교해질 수 있겠지요?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고,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1. 관찰하기

공간 사용자, 사용 목적, 시간대 등 다양한 정보 수집


2. 상상하기

1번의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간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행하며 수정


3. 피드백 받기

실제 공간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며 보완




개인적으로 새로 생기는 공간,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공간에 가보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러 공간 중에서 내 맘에 쏙 드는 공간도 있었고, 왠지 모르게 불편함을 주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기 전에는 막연히 공간의 분위기만 즐겼다면, 이제는 달리 볼 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어떤 점이 불편감을 주는지 살피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발견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제 나름의 발견과 고민으로 더 편리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공공일호 입주 멤버와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이 공간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머무르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공간을 둘러보고, 느껴보고, 이야기 나누며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글, 사진 |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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