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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Jun 04. 2019

플리마켓, 어떻게 기획할까?

공공일호 플리마켓 '중고로운 공공마켓' 스토리

공공일호에서는 매달 타운홀 미팅이 열립니다. 공공일호 생활 중 불편했거나 논의하고 싶은 사항을 공유하고, 함께 규칙을 정합니다. 공공그라운드에서 전하는 공지사항들도 전달드리고요. 가끔은 입주 멤버가 직접 강연자로 서서 흥미로운 내용을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공공일호 4층은 네트워킹이 비교적 잘 되는 코워킹 스페이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업무 공간이기 때문에 입주 멤버가 모두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타운홀 미팅에는 꼭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있어요. 서로 인사도 나누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얘기하다 보면 협업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아나바다'를 강조하기 위한 네이밍, '중고로운 공공마켓'.


사실 저는 매달 타운홀 미팅을 기획할 때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합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려다 보니 무척 어려운 문제처럼 느껴졌어요. 매달 똑같은 행사를 열면 모두가 지루하니 좀 더 새로웠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새로울까'가 항상 고민이었죠. 저의 끙끙 앓는 소리를 듣고 페어와 노아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바로 플리마켓!

 

공공일호 사람들이 워낙 관심사가 다양하고, 흥미로운 커리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거쳐 온 경험이 많아 어떤 물건이 나올지 무척 기대되었어요. 무엇보다도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만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뜻밖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플리마켓 기획은 처음이었지만, 일단 페어와 노아의 제안을 덥석 받아 들고 셀러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아끼던 원피스, 직접 만든 귀걸이, 레고와 블루투스 키보드까지 다양한 구성.


3주 간의 모집을 통해 총 열네 분의 셀러가 모였습니다. 드디어 5월의 마지막 날, 예상했던 것처럼 정말 다양한 물품이 나왔어요. 아껴 입던 옷,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고퀄리티 인테리어 소품 등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거꾸로캠퍼스에 다니는 까망은 직접 만든 귀걸이를 출점했어요. 사진에 보이는 아기자기한 그림 귀걸이 외에도 화려한 분위기의 귀걸이나 키링 등 탐나는 물품이 많아 인기 있는 부스였답니다.


인문학부터 사진, 마케팅, 디자인, 요리, 실용서까지.


관심사, 직종, 취미가 다양한 분들이 모이다 보니 서점 하나를 통째로 옮겨온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평소 서점 구경하기를 즐겨하는 분들이 계셨다면 발길을 돌리기가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이번 공공마켓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기발한 판매 방식이었습니다. 

오로지 현금만 받는 '다잇소' 석진님은 현금이 없는 분들을 위해 외상 장부를 작성하셨어요. 책이 너무 많았던 거꾸로캠퍼스 수선쌤은 QR코드를 활용해 책 목록을 공유해주셨어요. 쵸파쌤은 본인 소개글과 물품에 얽힌 이야기를 적어 '갬성' 충만한 셀러의 면모를 보여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판매!


공공마켓을 준비하며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공간 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셀러 신청을 할 때 물품의 종류와 개수를 대략적으로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렸어요. 부피가 큰 물품을 파시거나, 물품의 개수가 많은 경우에는 큰 테이블을 가장 먼저 배정해드렸습니다. 


또한 공간을 구성할 때 1) 5층 공간을 모두 활용하면서, 2) 셀러가 물품을 잘 보여줄 수 있고, 너무 구석에 있어서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한편으로는 3) 다른 멤버들이 구경하기에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동선을 따라 흘러다니기를 바랐어요. 이렇게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구성했더니 모든 테이블에 들러 물품을 구경하고, 자연스럽게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배치가 완성되었습니다.


공공마켓 곳곳.


플리마켓에 음식이 빠지면 섭섭하죠!


농사펀드 시내님이 직접 구운 시폰 케이크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청견 마멀레이드와 바닐라빈 크림이 올라간 폭신한 케이크였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더니 박수가 절로 나올 만큼 맛있었답니다. 


모든 것이 수제.


라운지 한 편에서는 농사펀드 경민님의 '1,000원 초상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나만의 명함'을 콘셉트로, 본인을 나타내는 색과 사물을 초상화와 함께 그려주셨어요. 마커를 슥슥 움직이니 꼭 닮은 그림이 나타났습니다. 농사펀드에는 금손 직원이 많은 것 같아요 :)


아름다운 얼굴로 변신한 래환님 초상화.


처음 시도해본 플리마켓이었지만 셀러와 물품 개수를 파악해둔 것이 원활한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 행거, 옷걸이 등을 준비해둘 수 있어서 판매 전 세팅 단계가 무척 수월했어요. 또, 물품 종류에 따라 구역을 나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리마켓 주제를 더 구체적으로 정하거나, 셀러가 더 많아진다면 '음식', '책', '옷' 등 구역 별로 공간 구성을 해볼 수도 있겠지요. 다음번에도 플리마켓을 열게 된다면 이번에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풍성한 마켓을 구성해보려고 합니다.


운 좋게도 날씨가 참 좋아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공공마켓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큰 손' 손님 덕분에 모두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었죠. 물품을 판매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다 함께 웃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더 뜻깊은 타운홀 미팅이었습니다. 



글, 사진 |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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