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세월을 간직한 담쟁이 비하인드 스토리
공공일호의 시그니처 '담쟁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담쟁이가 나왔습니다.
매년 4월이면 공공일호 곳곳에서 손톱만 한 새싹이 나타납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한 면을 덮어버릴 만큼 빠르게 자라 건물의 외양과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 놓기도 합니다. 새싹을 발견한 지 한 달이 된 오늘, 담쟁이는 공공일호를 감싸 안았습니다.
공공일호 안쪽, 의외의 장소에서도 담쟁이를 발견합니다.
아래 사진은 5층과 6층 사이의 계단입니다. 정확히는 계단 옆 벽면이에요.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열심히 가지를 뻗어두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데서도 잘 자라지?' 싶을 만큼 담쟁이의 생명력은 놀랍습니다.
제가 담쟁이를 특별히 더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귀엽기 때문이에요 (!!!)
창문 끝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것도, 쑥쑥 자라 '앞머리'가 너무 길어지는 것도 참 귀엽습니다.
앞머리는 건물 앞 쪽, 특히 간판 가까이에서 자라는 담쟁이의 별명입니다. 담쟁이가 자라는 속도와 간판을 덮는 모습이 마치 앞머리와 비슷해 붙여졌습니다.
덩굴이 너무 길어지면 간판이 거의 사라질 정도로 모든 것을 점령하기도 합니다. 제 때 다듬어주지 않으면 온 건물이 순식간에 정글처럼 변하기 때문에, 일 년에 두 번씩 전문 미용사를 초빙합니다.
담쟁이를 보면 이파리 모양 때문에 '깻잎이 생각난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자라는 속도가 너무 무섭다는 분도 계셨고요. 정말 어찌나 빠른지, 하루가 다르게 크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얼마나 빠르게 자라는지 알아보려고 매일 같은 자리에서 담쟁이를 찍어보았습니다. 약 한 달 정도 4층 한편에서 관찰했어요. 처음에는 벽면 주변으로 엄지손톱만 한 싹이 나오고, 순식간에 커지고, 짙어졌습니다. 빨리 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제 봤던 그 이파리가 오늘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이, 담쟁이의 '폭풍 성장'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사진을 모아 다시 보니 확실히 느껴지네요.
담쟁이가 너무 익숙해서, 혹은 건물 그 자체처럼 느껴져서 '자란다'는 감각이 전혀 없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물도 주고 가지치기도 한다'고 말씀드리면 생각지도 못했다며 놀라워하시고요. 예전에 이선재 님과 인터뷰했을 때에도, '담쟁이가 계속 자란다고 하면 다들 ‘헉 진짜요?’ 하면서 엄청 신기해하더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는 담쟁이를 보며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계절의 흐름을 느끼기도 합니다. 담쟁이는 4월에 싹이 나서 여름 내내 푸르렀다가 10월 말 즈음에 단풍이 들기 시작해요. 겨울에는 정글 같았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앙상한 가지들만 남는데, 그다음 봄이 오면 어김없이 새싹이 '짠!'하고 나타납니다. 참 신기하죠?
샘터 사옥에서 공공일호로 바뀌는 동안 담쟁이는 변함없이 이 건물을 지켜왔습니다.
건물 준공과 함께 심어졌다고 하니 건물과 담쟁이 모두 올해로 40살이 되었네요. 40년 동안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었을 담쟁이를 생각하면, 이파리 하나마다 세월이 묻어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주의를 기울여 지켜보거나 사진을 연결해 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글이 저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약 한 달 간 담쟁이를 관찰하고 생각하며, 무엇이든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매일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번 주말, 혜화에 나들이 오신다면 이 귀여운 담쟁이를 한번 들여다봐주세요. 매 순간 달라지는 공공일호를 직접 경험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글, 사진 |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