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일호 사람들] 공공그라운드 정은용 매니저
공공일호에는 실험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글. 사진 커뮤니티 매니저 코난
공공그라운드는 팀원들을 서로 별명으로 부릅니다. 정은용 매니저의 별명은 '우주'인데요.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우주(universe/宇宙)라는 별명을 지었다고 합니다. 우주라는 별명답게 그녀는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는 '다음엔 어떤 이벤트를 만들어 볼지', '어떤 사람들을 모아 볼지' 상상할 수 있어서 우주에게 찰떡인 일이라고 합니다.
이번 공공일호 사람들에서는 우주에게 커뮤니티 매니저로서의 고민, 해보고 싶은 것들, 그리고 스스로 느끼는 변화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요. 커뮤니티 매니저만의 즐거움과 고통(?)이 궁금하신 분들 꼭 읽어보세요!
Q. 안녕하세요, 우주! 먼저 우주가 일하고 계신 공공그라운드를 소개해주세요.
공공그라운드는 ‘착한 부동산 투자회사’를 지향하는 회사입니다. 오래된 건축물 중에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을 매입해서, 새로운 쓰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건물을 모든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시민 자산화 방식의 투자 구조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공공그라운드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요?
4~5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파랑새 극장에 연극을 보러 왔었어요. 아주 어릴 때 일이기는 하지만, 어머니께서 그때의 일들을 글로 남겨주신 덕분에 저도 추억을 잘 간직하고 있어요. 제가 돈키호테 연극을 보고 '공주가 정말 예쁘다!'고 좋아했대요. 이렇게 추억이 있는 건물이다 보니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아쉬웠고, 다행히 '공공일호'(공공그라운드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 / (구)샘터 사옥)라는 이름으로 건물이 보존되었을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어요. 아주 어렴풋이 이 건물 안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죠.
또 한편으로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 자체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어떤 계기로요?) 2016년 겨울 쯤에 친구들과 함께 '블루밍 살롱'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요. 다들 취준생이던 시절에 단체 채팅방에 '죽고 싶다'는 말만 올라오는 거예요. 물론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죠! 그래서 '우리가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뭐라도 해보자.'했어요. 그 '뭐라도'가 블루밍 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저는 여기서 프로그램 기획, 운영을 맡고 지원금을 받을 때는 담당자랑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이런 커뮤니케이션, 소통 이런 일들이 잘 맞는 거예요. '아, 나는 사람을 연결해주고, 일을 벌이고,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보는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딱 제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직무더라고요. 그래서 공공그라운드에 커뮤니티 매니저를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지원했어요.
Q. 정말 우주에게 딱 맞는 일이네요! 커뮤니티 매니저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도 알려주세요.
공공그라운드는 스타트업이고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이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회사 일 중에 청소 빼고 다 하는 것 같아요. 우선 공공일호 입주 멤버와 공공일호 또는 공공그라운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등에 올라가는 콘텐츠도 제작해요. 가끔 디자인도 하고, 자잘한 회계 업무, 경영 지원, 대관 운영, 코워킹스페이스 운영에 관련된 약간의 일 등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공공일호가 항상 같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일을 해요. 예쁜 담쟁이 건물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랍니다.
구구절절 설명 안 하고 깔끔하게 딱 정리해서 말하고 싶은데, 늘 이렇게 길어지네요. 그래서 회사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는 그냥 '집사'라고 설명하기도 해요. (웃음)
Q. 요즘 여러 회사에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가 생겼는데요. 공공그라운드의 커뮤니티 매니저는 '다른 커뮤니티 매니저와는 이런 점이 다르다!' 하는 특색이 있을까요?
제가 다른 커뮤니티 매니저분들의 일을 깊이 알지는 못해서 조심스럽지만 말씀드려볼게요. 모든 커뮤니티 매니저가 '사람'을 케어하는 일을 하지만, 공공그라운드 커뮤니티 매니저는 '조금 더 깊이' 사람을 케어하고 생각해야 해요. 이 이유를 설명하려면 먼저 공공일호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와의 다른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겠네요. 공공일호 커뮤니티는 굉장히 친밀한 분위기의 커뮤니티예요. 입주 멤버분들끼리도 끈끈함이 느껴져요. 특히 공공일호 4층은 오픈형 코워킹스페이스잖아요. 매일 얼굴 보며 일하는 공간이다 보니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 먹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그만큼 가까워질 수밖에 없죠. 친해지려는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퇴주하신 분 중에서도 아직 만나면서 친구로 지내는 분들도 많고, 저도 그분들과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요.
Q. 저희끼리 공공일호는 시골 마을 같다고 얘기하잖아요.
맞아요, 아파트보다 더 작은 단위의 마을, 수저 개수 서로 아는 그런 거 있잖아요. 이런 곳이기 때문에 공공그라운드 커뮤니티 매니저는 사람을 좀 더 깊이 보아야 해요. 커뮤니티에 적응하기 어려워하시는 분이 계신지, 혹은 사실 이 정도 깊이의 네트워킹을 원치 않아서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계신지를 살펴보고 있어요. 누군가 소외되지 않도록, 또는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잘 만들어진 관계를 튼튼히 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이죠.
또 다른 특색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건물에 관련된 이슈들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일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건물에 대한 애정이 더 높아졌어요. 내가 돌보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동기화가 더 된다고 해야 할까요? 내 거 같은. 가끔은 집 같다는 생각도 해요. 며칠 전에 휴가 겸 워크샵으로 일주일 정도 사무실을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는 정말 집에 돌아온 것 같은 안도감을 느꼈어요. 그 안도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했지만요. (웃음)
Q. 공공그라운드에서 일한 지 1년이 넘으셨네요. 우주가 일을 대하는 마음, 관점에 변화가 생겼나요?
저는 원래 워라밸 지향자였는데, 공공그라운드에서 '일과 삶의 통합'을 경험했고 그게 저한테 잘 맞는다는 걸 느꼈어요. 이전에 다른 일을 했을 때는 일을 하는 시간의 정은용과 일이 끝난 후의 정은용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거든요. 그때 한창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뜨기 시작한 때였고, 저도 딱 6시에 칼퇴근할 수 있었어요. 퇴근한 후에는 업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고민하는 게 소용이 없는 일이었고요. 회사 내에서 집중 딱 하고 분리될 수 있는 다들 부러워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저한테 충족이 안 되더라고요. 저는 관찰하고 캐치하고 고민하는 일이 즐겁고 잘 맞는데, 그런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공공그라운드에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300% 이상으로 연결과 관찰이 필요한 일을 해요. 물론 피로감은 있지만, 더 만족스러워요. '아, 나는 일과 삶이 통합될 때 더 힘이 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죠. 퇴근하고 전시회 보러 놀러 갔다가 영감을 받아서 일에서 적용하기도 하고, 일에서 알게 된 것이 취미 거리가 되기도 하고요. 이번에 휴가 가서도 일부러 커뮤니티 호스텔에 머물렀어요. 이만큼 일상과 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고 삶의 만족도가 많이 올라갔어요.
Q. 기획하는 걸 좋아하시잖아요. 공공그라운드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셨었죠?
몸 마음 워크샵, 필요의 방, 타운홀 미팅, 공공살롱/작당, 어피티 스프린트 워크샵 이런 것들 했었네요. 자잘하게 이벤트성으로 열었던 것까지 포함하면 이 정도네요.
Q. 이 중에서 가장 재밌게 했던 기획 프로그램이 무엇인가요?
……. (없..어요?) 아니에요! 작년에 했던 공공작당 기획이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기획하고 제가 호스트가 되어서 진행해본 적은 여러번 있지만, 다른 사람을 섭외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건 그 때가 처음이었거든요. 그 때 깨달은 게 정말 많았는데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아, 섭외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타임라인이 꼭 필요하구나' 이런 것들이요. 또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돈을 내고 참석해서 듣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Q. 가장 힘들었던 건 어떤 걸까요?
타운홀 미팅이요. 제가 매달 고통 속에 아이디어를 짜내고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걱정하면서 준비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타운홀이 유독 힘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루틴한 걸 정말 싫어해요. 매달 새로운 걸 하고 싶고, 재미없는 일은 하기 싫고, 사람들도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고. 이런 걸 바라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다 보니까 고통의 연속이에요. 타운홀 미팅에서 미니 강연을 해주실 입주사 멤버를 섭외하기도 쉽지 않고요. 다들 본업이 있으시고 바쁘시니까요.
Q. 그런데도 계속하고 계시는군요.
그러게요. 준비할 때는 진짜 힘들지만, 잘 끝나고 났을 때 그 기쁨이 정말 크니까 그만둘 수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작년 송년회 겸 타운홀 미팅은 어느 때보다 고생 많이 했지만, 참석하신 분도 제일 많았고 분위기도 정말 좋았어요. 역시 술의 힘인가? 이 자리를 빌려 맥주를 협찬해주신 '제주 맥주'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Q. 나중에 이런 건 꼭 해보고 싶다 하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네,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커뮤니티 매니저 컨퍼런스'예요. 진짜 꼭 해보고 싶어요.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작년에 커뮤니티 매니저 모임에 갔을 때 처음 생각했었는데요, 커뮤니티 매니저들의 공통적인 고민, 힘듦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거예요! 물론 대안을 못 찾을 수도 있지만, 한탄에서 끝내지 않고 논의하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겠지요. 또 컨퍼런스를 통해서 커뮤니티 매니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외부에서 인식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매뉴얼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로 치부될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직접 일해보면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성격적 요소보다 특정 역량, 예를 들면 자기 구조화, 멀티태스킹 능력 등이 필요한 직무죠. 컨퍼런스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정리해서,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무가 조금 더 전문적인 직무로 인식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이거 다른 분들이 하시기 전에 제가 꼭 기획해서 해볼 거에요!
또 하나는 입주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이전에 입주사 어피티와 함께 ‘어피티X공공그라운드 스프린트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어피티 대표이신 진영 님께서 먼저 ‘스프린트 해봤는데 정말 좋아서, 다른 분들께도 알려드리고 싶다.’고 먼저 제안해주셔서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먼저 말씀을 꺼내주신 것도 정말 감사했죠. 그리고 그 제안이 제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 실행까지 이끌어갈 수 있던 것도 정말 뿌듯했고. 또 참석하신 분 중에 공공일호 입주 멤버분들 뿐만 아니라 외부인 분들도 정말 많았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이런 프로그램이 공공일호 입주사들을 바깥, 외부인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도구가 될 것 같더라고요. 공공그라운드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회사니까, 회사의 지향점에 딱 맞는 프로그램이죠. 이 글을 읽고 계신 입주 멤버분들 중에 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꼭 제안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질문들은 공공일호 4층 코워킹스페이스 멤버분들께서 우주에게 해주신 것들이에요. 평소에 멤버분들은 이런 것들을 궁금해하셨다고 하니, 성심성의껏(?) 답해주세요!
Q. 우주에게 숏컷이란? (멤버의 질문은 파란색으로 표기)
숏컷 좋은 것. (그거 라임인가요.) 사실 편해서 좋아하는 게 크고요. 긴 머리보다 숏컷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정말 정말 많이 들어서 유지하고 있어요. 제가 보기에도 숏컷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짧을수록 더 잘 어울리더라고요. 말하자면 시그니처에요. 제 시그니처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에요.
Q. 시그니처가 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무엇인가요?
숏컷, 하얀 신발, 마스카라, 예전엔 보라색 아이라이너. 이건 중간에 그만뒀어요. '우주' 하면 딱 이런 것들이 떠오르셨으면 좋겠어요.
Q. 우선 이 질문을 받으셨으니 숏컷은 성공하셨네요. (웃음)
Q. 지금 갖고 싶은 것은?
음, 공간 갖고 싶어요! (건물주가 꿈이신가요?) 아니요, 아니요! 공공그라운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기 전에는 블루밍 살롱으로 창업을 할까도 생각했었거든요. 그때부터 공간을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메인 잡으로는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제 취향이 모두 반영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는 거죠. 커뮤니티 공간이지만 제 취향으로 가득 찬. (웃음) 그리고 독립! 자취방이 생겨서 독립하고 싶어요. 아, 그런데 자취방이랑 커뮤니티 공간은 꼭 다른 공간이어야 해요.
Q. 고양이 좋아하시나요?
고양이 좋아하죠. 고양이 정말 좋아하고요. ‘나만 고양이 없어'고요. 헝헝. 또 멍멍이도 좋아해요. 평등하게 좋아합니다. 평등하게! 사실 저는 개냥이를 좋아해요. 도도한 친구들 보다는 저한테 막 와서 치대고 부비적하는 친구들 정말 좋아합니다.
같은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정말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 커뮤니티 매니저 컨퍼런스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