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일호 사람들] 뉴스톱 김준일 대표
공공일호에는 실험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가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글, 사진 | 커뮤니티 매니저 우주
‘이거, 진짜 믿을만한 뉴스인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한 번쯤 의심해보셨을 텐데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뉴스, 가치 있는 콘텐츠 생산을 위해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을 만든 김준일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25년 동안 ‘저널리즘’ 우물만 파온 김준일 님의 미디어 실험, 함께 만나보세요.
Q. 안녕하세요, 준일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팩트체크를 전문으로 하는 뉴스톱의 대표이자 팩트체커로 활동하고 있는 김준일입니다. 뉴스톱은 2017년에 대선 즈음에 생겼어요. ‘팩트체킹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이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또 요구를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라 저를 포함해서 5명이 시작을 했고요. 창간한 지 2년 정도 됐고, 언론계나 미디어 업계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Q. 팩트체크를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를 만드셨는데요. 팩트체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원래는 2001년에 경향신문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기자라는 직업을 싫어하진 않았는데, 한국이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거치고, 또 저널리즘, 미디어 업계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고민을 좀 했죠. 경영적으로, 콘텐츠적으로도 이 방향이 맞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를요.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저널리즘 박사과정을 갔어요. ‘도대체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좀 궁금하다’라는 생각이었고, 미국의 사례를 보면서 ‘아 별거 없구나 (웃음)’를 새삼 느끼고 한국에 왔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봤던 게 전문적으로 팩트체킹 하는 언론사가 있더라고요. 흥미롭게 봤어요. 제가 2012년에 미국에 갔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 후보와 붙었을 때에요. TV 토론을 하는데 팩트체커들이 ‘이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 안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서 ‘이게 한국에도 정말 필요한 건데, 한국에서 할 수 있을까’를 잠깐 스치듯 생각했었죠. 그 뒤로 JTBC가 팩트체크 코너를 만들어서 시작했고, 이 정도면 전문적으로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또 하나는 가짜 뉴스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서, 전문적으로 바로잡아주고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2016년부터 준비를 해서 2017년에 주변 기자, IT 업계 종사자 등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분들과 시작했죠.
저희는 팩트체크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남들이 똑같이 하는 방식의 언론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8,000개 정도의 인터넷 온라인 신문이 있거든요. 신고만 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그러니까 뉴스톱이 8,001개가 될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다른 콘셉트로 가자고 했고 그게 지금의 콘셉트이에요.
팩트체킹이라는 게 기자도 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전문영역으로 갈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전문가들의 지식이나 견해가 굉장히 중요해지겠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각계 전문가들을 모시는 방향으로 시작했어요. 저희의 1호 객원 전문가 팩트체커가 정재환 박사예요. 예전에 개그맨 하셨던 분인데 지금은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돼서 활동하는 분이고. 지금 격주마다 2년 동안 글을 쓰고 계세요.
지금 저희 활동하시는 분들이 다 한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고. 아니면 아예 시민사회단체와 같이 하고 있어요. 대학로에 있는 정보공개센터나 대학교육연구소, 나라살림연구소, 경실련, 민주언론 시민연합 등을 모셔서 팩트체킹을 해요. 그분들도 자기 영역에 있어서는 굉장한 전문 지식과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식으로 해서 50여 명의 전문가 그리고 단체가 함께 글을 쓰고 계시죠.
Q. 뉴스톱의 기사를 보면서 주제나 소재 선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했어요. 어떤 방식으로 선정되나요? 뉴스톱에서 직접 골라주시나요?
기사마다 다 다른데요. 어떨 때는 먼저 쓰겠다고 연락을 주실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제가 보다가 전문가가 필요한 소재는 의뢰를 하고, 그분이 수락하시면 기사를 씁니다.
(전문가 분들이) 시간이 안돼서 못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왜냐하면 원고료를 드리긴 하지만 저희 소속도 아니고, 각자 다 자기 직업이 있는 상태에서 시간을 내서 하시는 거라서요.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웬만하면 다 써주시죠.
저희 기사를 보시면 다양한 분야의 팩트체킹 콘텐츠가 있어요. 저도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노르웨이 고등어가 방사능에 오염됐나?’ 그런 것들이요. 그분도 먼저 쓰겠다고 하셔서 콘텐츠가 나갔고.
지금은 뉴스톱이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졌고 언론사들이 많이 보니까 ‘뉴스톱에다 쓰면 약간의 교정 효과가 있다’는게 알려졌죠. 기사가 잘못됐다고 지적을 할 때도 있으니까, 언론사들이 기사를 수정하는 경우도 있고요. 과거에는 다 저희가 섭외를 하고, 설득을 했는데 지금은 먼저 쓰시겠다고 연락하는 분들이 계셔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죠. 지금 인터뷰 글을 보시는 분들도 저희에게 물어봐주세요. 저희가 아이디어를 얻어서 팩트체킹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많이 물어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계신데요. 필자 검증은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은 업계에서 평판조회를 어느 정도 하고, 이 분들이 썼던 글 같은 것을 보고 (해당 분야의 지식 정도를) 비전문가 입장에서 보고요. 글을 쓸 때는 글 안에 증거를 다 넣으시라고 해요. 본인의 주장만 있는 게 아니라 준거를 뒷받침하는 연구, 신문기사, 책, 영상, 사진 등을 콘텐츠 안에 넣게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언론사 기사와는 약간 달라요. 저희 기사 보면 각종 링크와 자료가 다 들어가 있어서 굉장히 길어요. ‘이 사람의 말을 못 믿겠으면 자료가 다 있으니까 직접 검증해봐라’고 독자들한테 말하는 거고. 일종의 서비스죠. ‘이걸 보고 공부해보시오’라고 독자들한테 주고 있는 거예요.
저희는 근거가 명확해야 실어요. 그러니까 콘텐츠 하나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막 생산해낼 수가 없어요. 저희 콘텐츠는 하루 평균 3~5개밖에 안 나와요. 다른 데는 몇백 개씩 쓰잖아요. 이게 물량에서는 밀리지만, 대신 뉴스톱의 콘텐츠는 공신력이 있어요. 언론계에서는 ‘뉴스톱에서 이 정도 팩트 체크했으면 이건 어느 정도 맞는 얘기다’라는 게 있어서 그런 건 굉장히 좋죠.
Q. 규모 있는 신문사에서 일을 하시다가 창업을 하셨는데요. 준일님의 일과 일하는 환경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엄청난 차이가 있죠. 언론사 장점이 체계가 잘 잡혀 있어요. 체계라는 건 부서가 잘 나눠져 있고, 이 부서를 어떤 식으로 관리를 하면 되는지 잘 짜여 있죠. 그리고 기자는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긴 하지만 데스크가 있고, 데스크가 요구하는 것도 있고.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제가 판단하고 나아가는 방향을 결정해야 하니까 그게 굉장히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업무를 하는 방식,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도. 제가 판단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저는 지금의 방식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해보니까. 재미도 있고요.
또 하나는 모든 스타트업에서 동일하게 겪으실 것 같은데 잡무가 많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가 다 해야 되잖아요. 저희 경우에도 제가 방송도 나가고, 기사도 쓰고, 다른 사람이 쓴 기사 데스킹도 보고, 제목도 다 뽑고, 사진도 넣고, 섭외도 하거든요. 돈도 벌러 다녀야 되고. 이런 상황인데 큰 회사라면 누군가는 돈을 벌러 다니고, 누군가는 제목을 달고 있고, 기사를 지시하고, 쓰고, 이렇게 나눠지잖아요. 이런 건 미디어 쪽이 아니더라도 그렇고. 강철 체력과 마인드를 가져야겠다, 마음을 단디 먹지 않으면 지치겠구나를 새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스타트업의) 이런 일들을 처음에는 굉장히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하는데, 그 소수에서도 업무분담에서 갈등이 생길 수가 있고 그걸 잘 해결해야 하죠. 경험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 외부에서, 주변에서 이런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찾아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다양한 분들하고 협업하는 일인데, 그 과정에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각각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저희는 탄생부터 협업이었고 지금도 협업이에요. 뉴스톱은 일종의 네트워크형 회사예요. 지금 전문가로 모신 분들이 한 분야에서 20~30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분들이라서, 이 분들이 본인 영역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가 굉장히 좋아요. 뉴스톱의 비전 중에 하나는 저희를 중심으로 해서, (플랫폼처럼) 이런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것이에요.
운영진과 필진이 기본적으로 나이가 좀 있어요. 주로 40대거든요. 저명인사가 아니더라도 네트워크가 탄탄하죠. 경력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예를 들면 저희 팩트체커 중에 강양구 기자는 굉장히 유명한 과학 전문기자인데, 그분이 가진 과학계 네트워크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관리를 해야 될 숫자가 많아서 피곤해요. 제가 처음에는 그걸 다 했어요. 필자 섭외도 다 하고, 만나 뵙고, 밥도 먹고. 아무리 온라인상으로, 전화로 한다고 해도 만나보지 않고서는 일이 힘들잖아요. 그런데 제가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필자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런 방식이 한 발짝 나아가려면 사람이 더 필요한 상황이고요. 제가 대표니까 일을 많이 하는 건 문제가 없는데 잘 안 굴러가면 안 되니까, 돈을 벌어서 사람을 뽑으려고 준비 중이에요.
Q. 뉴스톱 발행 콘텐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다면요?
제일 최근에 기억에 남는 게 생겼어요. ‘뉴질랜드가 페미니즘 때문에 망한다’ 이런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이 있었어요. 지금은 영상이 내려졌는데, 제목이 ‘뉴질랜드에 남자 부족 현상이 생긴 이유’ 이런 거였어요. 10분짜리 동영상인데, 제가 영상을 확인했을 때 조회수가 430만 건이었고. 조회수는 계속 증가하고, 댓글은 뭐 엉망이죠. 얼마나 퍼졌냐면 뉴질랜드 대사가 이 내용에 대해 인터뷰한 것도 나와요. (자세한 내용은 뉴스톱 기사 참고)
송영훈 팩트체커가 2주에 걸쳐서 팩트체킹을 했어요. 영상에 나오는 내용 전부 다 거짓말이었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팩트체킹을 했어요. 그리고 그 후에 동영상이 내려졌어요. 효과가 있는 거죠. 그리고 이게 중고등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교재로 쓰였대요. 굉장히 의미가 있죠. 그렇게 피드백이 오고 실제 교정사례가 있는 거니까. 그리고 젠더 갈등이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퍼지고 심해지는데, 이런 걸 바로잡는 효과가 있고요. 굉장히 기분 좋더라고요.
Q. 굉장히 보람 있는 작업일 것 같네요.
근데 이거 하는데 2주 걸렸거든요. 2주에 기사 하나 쓰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웃음) 재정적인 문제가 사실은 있어요. 한국이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고, 특히 인터넷 언론사는 클릭수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광고가 붙고 그렇거든요. 저희가 기사 쓰는데 하루, 이틀에서 길면 1, 2주까지 걸리면 클릭 수가 양에서 밀리는 거죠.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들은, ‘어뷰징’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실시간 검색어에 뭐가 뜨면 그걸 기사로 막 쓰는 거예요. 사람들은 검색해서 보고, 페이지뷰는 올리고, 내용은 아무것도 없어요. 지금 미디어 생태계가 그렇게 되어 있어요. 저는 그렇게 하기 싫고, 그걸 하려면 (팩트체킹을)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의 문제가 있죠.
뉴스톱이 하는 일이, 저널리즘의 전형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깨고, 하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해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는 언론이 가능하냐'라는 것을 한국 저널리즘 미디어 시장에서 실험해보는 거예요. 지금 2년 정도 됐는데 네이버와 만드는 ‘미담’ 등 각종 프로젝트는 했지만, 광고를 붙이거나 후원을 받는 건 안 하고 최소 비용으로 했어요. 가치 있는 미디어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돈을 먼저 벌려고 하면 기존 미디어처럼 될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2년 정도는 유예를 했고 이제는 돈을 벌 단계예요. ‘어떻게 가치 있는 생존을 할 것인가’를 최근에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8월 중 홈페이지 개편과 후원, 구독, 광고 등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미디어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혹은 기자에 대한 관심은요?
고등학교 때 기자를 하고 싶었어요. 왠지 적성이 기자가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어떤 점이요?) 뭔가 씨부리길(?) 좋아하고요. (웃음) 뭔가 분석적인 척, 잘난 척하는 재수 없는 캐릭터여서 기자를 해라, 주변의 얘기도 듣고. 신문 보는 걸 좋아했어요. 옛날에는 한자가 많이 들어간 세로 쓰기였는데, 중학교 때부터 열심히 보고 그랬어요. 그래서 기자를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93년도에 신문방송학과를 들어갔어요.
신방과 가고, 기자가 되고, 석사도 저널리즘, 박사도 저널리즘 했으니까 거의 25년 동안 언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제 주변에도 기자가 많고, 대학 친구들도 상당수가 기자나 피디나 커뮤니케이션 관련된, 대기업 홍보실.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죠. 공공일호 3층에 계신 정찬필 사무총장님이 대학 선배라 같이 다녔어요.
Q. 굉장히 오랫동안 한 분야에 계셨던 건데 중간에 지치거나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어찌 됐든 미국에서 공부를 한 4년 정도 했으니까 굉장히 큰 변화였죠. 저널리즘 공부를 했더라도 인생에서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죠. 언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른 거고. 그게 어떻게 보면은 자극도 되고, 리프레쉬를 한 거 같아요.
Q. 즐겨보시는 미디어나 콘텐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혹시 공공일호에 입주한 다른 미디어 스타트업의 콘텐츠도 보시나요?
제가 지금 하루에 방송을 2~3개씩 하는 상황이라, 방송 준비를 해야 돼서 시간이 부족해요. 방송에서 원하는 건 대부분 시사나 데일리 이슈거든요. 그러면 제가 전문가 분들한테 취재도 해야 되고, 시간이 정말 없어서 다른 걸 잘 못 봐요. 딱 방송 준비하는 것만 봐도 하루 일과가 완전히 타이트한 거예요. 오히려 지금 책도, 영화도 거의 못 보고 소모적으로 살고 있어요. 너무 힘이 듭니다. (웃음)
그래도 뉴닉이나 공공일호에 계시는 분들의 하는 일은 제가 다 들어가서 봤어요. 정말 좋았고, 그분들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분들께 필요한 것은 네트워크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 여기에는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정도의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는 있는데, 기존 시스템을 뚫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기 위한 네트워크는 조금 약한 것 같고.
저희도 미약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협업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아는 분들 소개해주는 것만으로도 될 수도 있고, 그래서 기회가 되면 많이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분들이 잘 되어야지 같이 잘 될 수 있으니까요.
Q. 저도 이 안에서 시너지가 많이 나는 일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널 위한 문화예술도 일종의 팩트체킹 포맷 같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이런 거다, 알려주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일종의 문화 팩트체킹이죠. 그러면 함께 해볼 수도 있죠. 저희가 먼저 제안을 하거나 그런 건 아직 못했지만, 저분들이 하는 일을 같이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Q. 앞서서 방송 등으로 굉장히 바쁘시다고 하셨는데,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요즘 일상은 아침 4시에 일어나서 6시까지 방송 준비를 하고, 방송 앞뒤로 대기할 때에는 제 기사를 쓰고요. 오늘 홈페이지에 올릴 기사를 데스킹을 봐요. 제가 데스킹만 보는 게 아니라 에디터 역할도 해서 제목도 달고, 사진도 골라요. 오전 11시 정도까지 그런 일을 하고, 점심시간쯤 사무실로 와요. 기사 쓰는 것에 대해서 방향을 잡아주기도 하고,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고. 강연이나 방송 준비를 하는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와이프, 아이의 얼굴을 이틀 정도 못 볼 때가 있어요. 슬프죠. 요즘은 김현정 앵커를 더 많이 봐요. (웃음) 매일 방송을 하니까 매일 보거든요. 그래서 김현정 앵커와 친해졌어요.
Q. 그렇게 바쁘신데 방송에 많이 출연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주기적으로 하는 방송이 8개 거든요. 방송에 나가서 말하는 절반 이상의 내용은 요즘 이슈에 대해 이런 사안들이 있다, 이런 팩트체킹이에요. 사실 제가 방송인도 아니고, 섭외에 웬만하면 거절을 안 하는 이유는 뉴스톱이라는 매체가 언론계에서는 주목을 많이 받고 있지만 일반 대중은 잘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열심히 팩트체킹을 해놔도 전달이 잘 안되니까, 방송이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하는 거죠. 뉴스톱 입장에서는 방송을 활용하고 있는 거예요. 대중들한테 ‘아, 이런 팩트체킹 하는 언론사가 있구나’를 알리는 홍보 차원에서 하고 있어요.
Q.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시나요?
의외일 텐데 제 나이대와 맞지 않게 게임을 좋아해요. 제대하고 스타크래프트를 많이 했고, 이런저런 게임을 했는데 지금은 게임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보통 피지컬이라고 얘기하는데 게임도 손놀림과 동체시력, 판단력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근데 40대 중반이 넘어간 상황에서는 이게 안돼요. 요새는 팀 플레이를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같이 게임하면 굉장히 욕먹습니다. 욕을 엄청 해요. (웃음) 즐기려고 게임을 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요새는 게임 방송처럼 남이 하는 걸 보죠.
제가 보유하고 있는 게임이 한 1,600개 정도 돼요. 예전에는 그걸 다 CD로 보관했는데, 요즘은 스팀이라는 플랫폼에서 구매해요. 플랫폼에 리스트가 있고, 필요할 때 설치하고 플레이하다가 지워버리는 거예요.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사모으는 게임을 하고 있는 거죠. 스팀이라는 플랫폼이 ‘연쇄 할인마’로 굉장히 유명한데요. 갑자기 90% 할인이 막 떠요. 어느 순간 지갑을 열고 있는 거죠. (웃음) 그렇게 모인 게 1,600개인데, 그중에서 한 10% 정도 해본 것 같아요. 더 이상 사모으진 않고 있습니다.
Q. 공공일호에 꽤 오래 계셨는데, 처음에 어떻게 입주하게 되셨나요?
뉴스톱은 작년 봄에 입주했고요. 팟캐스트를 만드는데 안정적으로 제작할 장소가 필요했어요. 초반에는 메디아티가 코워킹 스페이스를 관리했으니까, 메디아티 강정수 대표님이나 이성규 팀장님을 알고 지냈어서 논의를 했었어요.
팟캐스트라는 이유도 있고, 메디아티 특성상 미디어 엑셀러레이터였고, 저희도 멤버들 나이는 좀 있지만 미디어 스타트업의 성격을 갖고 있고. 그래서 협업이 가능할까 등을 고려해서 들어오게 되었죠.
Q.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저는 여기가 굉장히 좋아요. 일단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분들이 있잖아요. 젊은 분들, 나이가 있는 분들이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좋고. 커뮤니티 매니저 분들이 잘 만들어주시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얼굴을 맞대야지 협업이 됐든 아이디어가 됐든 뭐가 나오잖아요. 제가 요새는 바빠서 못했지만, 미묘미나 다른 만들어주시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런 것들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이전에 일반 사무실을 썼던 적이 있었는데, 맨날 보는 사람들끼리 일하는 것보다는 잘 모르는 분들, 다양한 분들이랑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확실히 좋은 것 같기는 해요. 장점이 훨씬 많죠.
저희 자리 뒤편에 랩2050하고는 다 같이 식사도 하고, 콘텐츠가 좋으니까 섭외해서 기고도 몇 번 하셨어요. 랩2050은 지식을 가지고 뭔가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다른 뒤편의 농사펀드 분들하고는 제대로 인사를 못해서 한 번 식사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요?
지금 입주사끼리 다들 친해지긴 했는데, 아직은 이 회사와 저 회사가 뭘 만들어서 시너지가 확 나고, 이런 사례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누구를 소개해주거나, 디자인은 래환 님께 부탁하거나, 이런 일은 잘되고 있지만요. 이제는 그런 경험들을 만들어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우리가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미디어 속에 살고 있는데, 그걸 취사선택하는 기준이 뭐가 될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여기서 내놓는 것은 믿을 만하다’는 그 신뢰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뉴스톱을 시작했고,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갈 거예요. 그러면 뉴스톱이 가진 신뢰 자산을 가지고 협업을 해서,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뭔가 같이 해볼 수 있겠다, 의미나 재미가 있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연락을 주시면 같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계신 분들하고 밥 한 번 먹었으면 좋겠네요. 새로 들어오신 분들은 제가 잘 몰라서, 새 식구분들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식사하고 인사도 하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시간도 꼭 내고 노력할 테니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한 시간을 꽉 채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공공일호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함께 의미 있는 것들을 만들어가고 싶은 준일님의 마음이 충분히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믿고 보는 뉴스톱의 행보를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