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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Aug 21. 2019

고양이와 함께 하는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

[공공일호 사람들]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

공공일호에는 실험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4층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LAB2050, 농사펀드 및 여러 스타트업이 입주해 일하고 있습니다. 3층 learning Lab에서는 거꾸로캠퍼스와 온더레코드가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고요.
공공일호에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공일호 인터뷰]에서 전해드립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 생각,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글, 사진 | 커뮤니티 매니저 우주


공공일호 4층 창가에는 부채, 메모지, 스티커마다 고양이 소품이 가득한 자리가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고양이만을 위한 출판사 ‘야옹서가’의 대표 고경원님의 자리입니다. 

17년째 고양이 전문 작가로 활동하시며 고양이 사랑을 이어온 경원님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 ⓒ공공그라운드


고양이 전문 출판사 '야옹서가'


안녕하세요, 경원님! 입주하신지 이제 두 달 정도 되셨는데요. 공공일호 입주 경험은 어떠신가요?
어떻게 입주하셨는지, 변화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공간적인 면에서 변화가 있었죠. 1인사업자라서 굳이 공간이 없더라도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처음에는 한 1년 넘게 비상주 서비스를 이용했어요. 

그러다가 둘째 (고양이) 하리가 집에 들어오게 되면서 고민이 시작 됐어요. 얘가 항상 제 주변을 맴돌고 치근덕 거리는 성격이에요. 집에서 일하면 하리가 항상 책상 왼쪽 자리에 앉아서 저를 건드려요. (웃음) 밀어내면 또 서운하니까 쓰다듬어주면서 일을 하는데. 뭔가 계속해서 주의가 분산되는게 있었어요. 좀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었고.


비상주 서비스 계약도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어서 고민을 하던 중에, 저희 집 근처에 큰 기업의 코워킹 스페이스에 구경을 갔어요. 유리로 칸이 나뉜 방에 4명씩 들어가는데 너무 답답한 느낌이었어요. 가격도 생각보다는 메리트가 없었고요.

그러던 중에 슈뢰딩거 서점에 전시 철수하러 대학로에 왔다가, 공공일호 통로로 가는데 입주 모집 벽보가 붙어 있더라고요. 입주투어 때 벽 쪽에 있는 자리를 보여주셨는데, 조용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탁 트인 공간보다는 집중해서 일해야 되니까. 그래서 계약 바로 하고 6월에 입주하게 됐죠. 

(어떠세요?) 괜찮은 것 같아요. 비용적인 면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아직 협업까지 해보진 못했지만, 뭔가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나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것 자체가 좋은 거 같아요. 굉장히 편안한 느낌이고요.


입주 결심도 역시 고양이 때문이셨군요! '고양이 작가'로 오래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활동이었나요?

사실 서양화 전공이었어요. 대학원을 다니면서 대학생 웹진 <인재제일>이라는 곳에서 1년 동안 기자단 활동을 했어요. 글 쓰고 사진 찍는 것에 대해 맛만 보게 됐지만, 제가 취재 같은 것들을 좋아하더라고요. 인터넷 서점 웹진에서 기자로 일한 뒤로 월간지 기자, 단행본 편집자를 거쳐왔어요. 

그 사이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짬짬이 찍었어요. 저희 집에서 키울 수는 없어서 사진만이라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에, 취재지를 오가는 길에 만나는 고양이를 찍었죠. 


본격적으로 한 장소의 고양이를 찍기 시작한건 2002년 무렵에, 종로 부근에서 화단에 있는 친구들이었어요. 새끼고양이가 성장하면서 가족을 이뤄서 사는 모습을 기록하게 됐어요. 그때부터는 고양이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죠. 

처음에는 취미생활 내지는 각지의 고양이 수집 (웃음) 이런 마음으로 찍고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아뒀어요. 찍다보니까 직업적인 호기심하고 연결되서 고양이들한테 밥을 주시는 분들이 궁금해졌어요. 보통 캣맘이라고 하죠. 마침 그때가 한참 1인 미디어가 부각되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제가 찍은 고양이 얘기와 돌보시는 분들, 그리고 좀 더 확장해서 중성화 수술 해주시는 수의사 선생님, 해외 캣맘, 캣대디 이런 분들을 취재하기 시작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것들을 4년 정도 쌓아서 2007년에 첫번째 책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냈어요. 그때만해도 길고양이 에세이라는게 없었던 시절이라 굉장히 많이 주목해주시고, 저랑 같은 뜻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랑 많이 만나는 계기가 됐어요. 같은 해 여름부터는 일본을 취재하면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애묘문화를 알게 됐고, 고양이 관련 장소, 명소, 역사, 문화 등을 취재하기 시작했어요. 이후로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작업실의 고양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이 출간됐죠.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은 한 10년 정도 길고양이 촬영한 얘기를 압축해서 실어놓았어요. 다섯번째 책으로 그동안 만났던 세계 7개국 커플 고양이 얘기만 모아서 ‘커플냥이’ 사진집 컨셉으로 2017년도에 <둘이면서 하나인> 책을 만들었고요. 제이름으로는 5권, 공저까지 포함하는 7권의 책이 나와있어요.


고경원님의 네 번째 책,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고경원 (앨리스)


야옹서가의 시작


야옹서가는 고양이만을 다루는 출판사라고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01년부터 직장 생활하면서 짬짬이 써서 주로 작가로 활동했는데, 대충 계산을 해보니까 한 15년 동안 5권 정도, 3년에 한 권씩 낸 꼴이죠. 그런데 회사 생활하면서 쓰니까 시간이 많지가 않잖아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데 내고 싶은건 많고, 책을 내고 싶은 생각 한편으로는 그걸 다 취재하기엔 너무너무 시간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다른 분이 이미 다녀왔거나 알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기획자로도, 편집자로도 일을 했었으니까 경험이 쌓여있는 상태여서 '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출판사를 시작했죠. 


고양이 책만 내는 출판사라고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격려도 해주시고 우려도 많이 하셨어요. 왜냐면 동물전문출판사도 요즘 출판계에서는 쉽지 않거든요. 그 와중에 고양이만 다루는게 가능하겠냐, 아이템 금방 떨어지지 않겠냐부터 시작해서 팔리면 얼마나 팔리겠냐고 하시는데. 책 종수가 아직은 많지가 않으니까, 일단 혼자 만들어요. 행정적인거랑 같이 하다보니까 아무리 많이 내도 1년에 4권 내면 정말 잘한거고, 4권이면 3개월에 한 권씩인데 그건 힘들어요. (웃음) 그래서 1년에 두 권 정도씩 안정적으로 내려고 하고 있어요.


다른 업종에 종사하시다가 창업하셨는데요. 글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어떻게 보면 완전히 다른 일 같기도 해요. 일과 일하는 환경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직무 별로 달라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취재 같은 경우는 취재 대상에 대한 사전조사가 되게 중요하고. 이 분들이 빤한 질문을 받는걸 싫어하시거나, 지쳐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단은 주요 질문과 제가 궁금한데 안나온 질문을 뽑아봐요. 그런 질문을 두 세개 정도만 딱 던지면, 이분들이 굉장히 반짝하면서, '그런 질문은 어디서도 안받아봤는데 굉장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고 하세요. 기존의 이야기를 잘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없었던 이야기를 새롭게 끌어내는게 인터뷰어의 역할이니까,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왔고요. 


편집자로서 일할 때는 윤문하는 시간에 굉장히 많이 투자해요. 책을 안써보신 분들은 일단 긴 글을 쓰기 힘들어하거나, 마감 자체에 대한 두려움, 부담을 갖고 계신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생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온전히 시간을 들일 수가 없거든요. 그럴 때에는 기간을 정해서 원고를 조각조각 받아요. 이를테면 '언제부터 언제까지 10편을 주세요' 라던지. 원고를 받고 윤문해서 작가님께 보내드리고, 컨펌받고, 이런 식으로 원고를 모아요. 

사진 에세이를 만드는건 원고가 길지 않아도 한 권을 만들 수가 있어요. 책을 만들 때 한 80꼭지 정도 리스트를 만들어보시라고 해요. 이 고양이와 나의 이야기에 대해서 리스트로 만들 수 있으면 책을 쓸 수 있는거고, 못 만들면 아직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한거에요. 리스트를 만들고, 저와 윤문하면서 넣을 건 넣고, 뺄건 빼면서 (원고를) 만들어요. 서로 그 원고를 같이 고쳐가는 과정인거죠. 최종 결과물을 향해서 나가는 과정이고.

편집자가 굉장히 정적인 직업 같지만, 이 일을 해보니까 굉장히 역동적인 직업이고, 다른 파트의 협업자들과 조율해서 해야되는 작업이 굉장히 많아요. 동시에 여러가지를 잘 할 수 있어야 돼서 그런 압박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야옹서가에서 출판된 책. 상단 오른쪽의책은 출간 예정 ⓒ공공그라운드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


첫 책 <히끄네 집>이 엄청 유명하잖아요. 공공일호에도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 있더라구요. 어떤 책이었길래 인기가 좋았을까요?

2016년 7월에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1년 동안 준비해서 낸 첫번째 책이 <히끄네집>이에요. 제주도에 사는 히끄라는 고양이의 묘생 역전기에요. 첫 번째 책은 출판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어떤 얘기를 담을 것인가를 되게 많이 고민하고, 시간을 오래 두고 작업을 했어요. 1년이 걸렸으니까 짧게 한 건 아니죠. 

이 작가님이 고양이를 정말 하나도 모르는 '고알못(고양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하던 분이라 직업도 안정적이지 않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미래가 뭔가 불투명했어요. 처음에는 길고양이였던 히끄를 잠시 돌보다가, 같이 살다보니 정이 들어서 결국은 입양을 하게 됐어요. 

이 분이 입양을 하게 되면서 삶의 전환점이 생긴거에요. 왜냐면 그 전에는 미래도 없고, 꿈도 희망도 없는 청년이었는데, 뭔가 자기가 지켜야될 대상이 생기니까 목표가 생기고 얘랑 같이 살 수 있는 집, 게스트하우스를 차리고 싶다는 꿈이 생긴거에요. 오래된 80년대 농가주택을 수리해가면서 3년 동안 살아가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담았어요.


저는 어떤 동물에 대해서 깨어있는 활동가가 쓴 책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 들려주는 성장의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전에는) 전혀 몰랐거나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고양이를 키워가면서 같이 배워가고 성장하고, 함께 치유되는 그런 이야기요. 두가지 테마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성장과 치유에요. 이게 담겨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히끄 이야기에 딱 담겨있더라고요.

작가님한테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처음엔 좀 망설이셨어요. 처음 메일을 보낼때 저희 출판사의 취지랑 이 책을 왜 내고 싶은지, (제가) 어떤 일을 해왔던 사람인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드렸어요. 그 메일을 보시고 마음이 좀 움직이셨던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시고, 한번 해보겠다고 얘기하셔서 제주도 가서 계약서 쓰고 진행했죠. 

보통 초판은 1,000부 정도 찍는데 이 책은 3,000부를 찍었어요. 주변에서 망하면 어떡하냐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금요일날 교보문고에서 처음 오픈하고, 그 주말에 월요일까지 한 1,000부 가까이 팔렸다고 하더라고요. 2017년 10월 4주에 교보문고 국내 종합 1위를 했어요. 분야 종합도 아니고 국내 종합이니까 굉장히 큰 거에요. 히끄가 저희 출판사의 시작을 알리는데 굉장히 큰 도움을 주고, 저희 출판사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어서 저한테는 의미있는 책이에요. 


아주 큰 의미가 있네요. 그 후로는 야옹서가에서 어떤 책이 나왔나요?

히끄 이야기를 내면서 성묘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로 성묘 입양 얘기를 중심으로 책을 기획하고 만들었고요. 

어른 고양이가 입양되기가 쉽지 않아요.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많이 키우고 싶어하시거든요. 그래도 이미 어느정도 성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고양이일지 미리 파악할 수도 있기도 해요. 성장이 안정적으로 완료된 성묘를 입양하시면 이 고양이도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나도 고양이로 인해서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되니까,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계속 발굴하자고 생각했어요.


두번째 책은 민정원 작가님의 <홍조일기>라는 만화에요. 작가님이랑 미팅해서, (출간) 한달 반 정도 남은 시점에서 작가님이랑 디자이너님이랑 밤을 새서 만들고. 만화책으로서는 이게 처음이에요. 

이 고양이는 파양이 됐다가 재입양이 된 케이스에요. 작가님이 (홍조가) 10살이 넘어가는 그 해에,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기록을 시작했어요. 노묘랑 산다는 것과 성묘 입양 이야기가 같이 담겨있고요.

세번째 책이 <가족이니까>라는 책인데. 어느 정도 제가 생각했던 성묘 이야기와 할머니와 고양이가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독자분들한테도 그 뜻이 전달되는 거 같아서 했어요. 반응이 되게 좋았고,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EBS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그때 취재오셔서 첫째 고양이 이야기를 담았어요.


번역서를 많이 내는 것보다는 국내 작가를 발굴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니까, 공감대에 중점을 두고 국내작가를 발굴하고 있어요. 



한국 고양이의 날


곧 출간될 <고양이 순살탱> 삽화 ⓒ오이스터스튜디오


앞서서 잠깐 말씀해주신 '한국 고양이의 날' 행사는 무슨 행사인가요?

2009년 9월 9일에 시작했던 행사인데, 매년 9월 9일 전후로 전시, 부대행사 위주로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로 11년이 됐어요, 벌써.

시작하게 된건 해외 고양이 취재를 하다보니까 기념일이나 축제도 많고, 지역마다 굉장히 다양한 행사를 하더라고요. 일본의 경우에는 고양이의 날이 2월 22일이고, 세계 고양이의 날은 8월 8일이에요. 저도 문화행사를 통해서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고양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기관도 아니고 단체도 아닌데, 고양이의 날을 정해서 뭔가 한다는게 어떤 사람들한테는 ‘네가 뭔데?’ 이런 것일 수도 있어요. (웃음) 저는 1년에 하루만이라도 누군가 고양이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고양이의 생명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을 만들고 싶었어요. 


9월 9일로 정한건 ‘고양이는 아홉개의 목숨을 가졌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그만큼 고양이가 신묘하면서도 위기를 잘 극복해나가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아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의 고양이는 한 개의 목숨조차도 자기의 명대로 채우지 못하고 떠날 때가 많아서 안타까웠거든요. 9개의 목숨을 뜻하는 '아홉 구(九)' 자, 한번 주어진 생명만큼 잘 살다가 떠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랠 구(久)' 자를 넣어서 9월 9일로 정했어요. 그리고 '구할 구(求)' 자의 의미도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올해가 11주년이라 ‘원 플러스 원’이라는 주제를 정했어요. 혼자였던 사람과 혼자였던 고양이가 만나서 2가 되는게 아니라 11만큼, 더 큰 위로와 치유를 주지 않을까 해서 기획했고요. 10명의 고양이 작가와 <고양이 순살탱> 작가를 더해 11명의 작가가 참여해요.


곧 출간할 <고양이 순살탱>이라는 책에 들어간 내용은 이번 행사에서 사진전 형식으로 전시돼요. 순구, 살구, 탱구라는 세 마리의 고양이 이야기에요. 성묘에 더해서 장애묘 이야기가 있어요. 둘째는 한쪽 눈이 없고, 셋째는 선천적으로 안구가 없어요. 근데 볼 수 없다고 웅크려있는게 아니라 강아지처럼 잘 뛰어다니고, 청각과 기억력으로 이 집의 구조를 기억하고 돌아다니는거에요. 같이 사는 반려인이 조금 더 공부를 하고 배려해준다면 눈이 아프지 않은 고양이처럼 똑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계시더라구요. 

이 책은 고양이의 날 전시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서울문화재단하고 같이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하거든요. ‘소소한 기부’라고, 서울문화재단 시스템 안에서 할 수 있는 펀딩이에요. 책이랑 고양이의 날 기획 엽서책, 순살탱 키링이 리워드에요. (8/26까지 계속 펀딩 받아요!)


제11회 한국고양이의 날 기획전 <원 플러스 원>

▷ 기간: 2019. 9. 5 (목) ~ 9. 15 (일), 10일간
▷ 장소: 서울 연남동 일대 (본부: 살롱 드 마르잔 내 복합문화공간 '앨리스 인 래빗홀')
▷ 주요 행사
1. 제11회 고양이의 날 주제기획전 <원 플러스 원>
2. 엽서책 도록 발간 (32매 구성, 1천 부 한정판, 일부 동물단체 후원기증)
3. 성묘입양 캠페인 전시 '고양이는 클수록 좋다' 시즌2: <고양이 순살탱> 출간기념전
4. 연남동 일대 업체 5곳에서 스탬프 투어 진행, 완주자에게 기념품 지급
5. 고양이 작가 북토크 (9/9, 헬로인디북스)

*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 참고 (@catstory_kr)



고양이가 내 삶에 와닿았을 때


책도, 소품도, 생활도 모두 고양이라 '고양이 사랑'이 엄청나다고 느껴져요.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다 좋아하긴 해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게, 중고등학교 바로 뒤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주인 할머니가 가겟방에 살면서 고양이를 키우시는거에요. 가게 왔다갔다 하면서 보니까 되게 귀여웠어요. 그리고 할머니가 길고양이들한테 밥을 주시는데. 가게 바로 앞에 주차된 차가 있고, 거기에 항상 고양이들이 앉아있고 뭔가 먹이를 기다리면서 불빛을 보고 있는. 그 풍경이 저한테는 강렬하게 남았던거 같아요. 


‘고양이가 있는 삶은 어떤 걸까?’ 생각하면서, 가질 수 없는 삶을 (웃음) 동경만 하다가 사진을 찍게 된거죠. 사진만이라도, 고양이에 대한 기억만이라도 갖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러면서 좀 더 확장되어 나간거죠. 관심사가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벌이는 쪽으로 커진건데요.

2006년도 장마철에, 제 친구네 집 앞에 버려진 고양이가 있다는거에요. 아무도 찾아가지도 않고, 전단도 안붙고, 5일 정도 방치가 되어 있더래요. 안되겠다 싶어서 제가 사진을 찍어주고 친구가 입양을 보냈는데, 1주일만에 파양이 되서 돌아왔어요. 그 친구 학교, 선배 집, 교수님 연구소를 전전했는데 더 갈데가 없는 거에요. 그때 결막염이 생겨서 치료할 때까지만 데리고 있으려고, 어머니한테 말 안하고 저희 집에 데려왔어요. 제 방에 숨겨놨지만 금방 들통이 났죠. (웃음)

어머니가 고양이를 보시더니, 화를 내거나 무서워하실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반응이 그렇지 않은 거에요. 조금 연민 같은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얘가 쭈그려있고, 의기소침하고, 뭔가 마음에 상처를 입은, 그런게 얼굴에 딱 담겨있으니까. 그리고 페르시안 친칠라(장모종)이라서,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조금 덜 무서워하셨던거 같아요. 제가 살짝 바람을 넣으면서, 마음을 돌려서 키우는거로 허락해주셨어요. 


그렇게 고양이가 제 삶에 훨씬 더 와닿은거죠. 그 전까지는 관찰자 입장에서 그 아이들을 기록할 뿐이었는데. 같이 살게 되면서 고양이라는 다른 종족과 산다는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고양이로 태어나서 불행한 마지막을 맞는 아이들이 많아요. 근데 얘네가 다 입양되진 못하잖아요. 보호소에서 병에 걸려서 죽거나, 아니면 대기하다가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되거나 하죠. 그런 고양이들이 최대한 줄어드는 세상이면 좋겠다 싶고요.


둘째 고양이 하리 ⓒ고경원


지금은 본가의 첫째 고양이 말고도 둘째 하리와 같이 살고 계시잖아요. 두 고양이가 어떻게 다른가요? 경원님네 고양이 얘기 좀 더 해주세요.

스타워즈를 보면 이워크라는 종족이 나오잖아요. 곰돌이 인형같이 털이 많고 귀엽고 키가 작은 존재들인데, 그렇다고 해서 다 아기인건 아니에요. 나이에 따라서 각자의 경험과 존중받아야 될 것들이 있는거죠. 고양이도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사람의 사회에서는 사람의 방식으로 돈을 벌고, 소통해야 하니까, 제가 고양이 대신 그 일을 하고요. 첫째 고양이가 친구로서 위로도 주고, 소통도 주는 역할을 맡는거죠. (첫째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친구같은 존재였다면, 둘째 고양이는 항상 챙겨줘야하고, 사랑해줘야 하는 딸 같은 존재에요. 저한테 굉장히 의지하고, 저는 의지하는 마음을 실망시키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그 전에는 사실 딸 같다는 개념을 잘 몰랐어요. 왜냐면 첫째가 되게 독립적이고 새침해서 저한테 많이 의지를 하지 않아요. 뭔가 자기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지내기를 원하고, 자기가 필요하면 오는데. 고양이는 대부분 그렇잖아요. 필요할 땐 오고, 부르면 오지않고. (웃음) 

근데 둘째는 오자마자 무릎에 올라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첫째랑은 십년 가까이 살면서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더 놀라운 건 잘 때 제 몸 위에 올라와서 그릉그릉 하고 있는거에요. 얘는 배 위에 올라왔을 때 안아주는건 좋아해요. 가만히 안겨있어요. 딱 안고 있으면 몸집이나 체온 같은게 아기같아요.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 우리 딸, 우리 아들하는구나 라는 걸 그때 깨달았죠. 


(그동안) 고양이를 모르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소통이) 양방향이라서 다른 고양이를 알게되면 알게 될 수록 더 많이 배우는구나 싶었고요. 둘째를 통해서 딸과 같은 존재와 관계를 맺어가는 걸 배웠고. 첫째랑은 같이 걸어가는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종이 다른 친구.

사실 더 많은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어요. 하지만 여러 마리를 키울 상황이 안되는데 키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너무너무 키우고 싶지만 지금은 둘째랑 같이 사는 거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는데. 언젠가 방 하나가 더 있는 집이 생기면 셋째도 생각해보지 않을까 싶고요.

고양이가 (키우면) 정말 좋아요. 정말 추천드리고 싶은데, 내가 그 좋은 삶을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자신감과 경제력과 단단한 마음이 있는지 판단한 다음에 시작하셔야 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야옹서가에서는


야옹서가를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제가 하는 일로서 고양이한테 어떤 일이든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그런 생각으로 만든 책이라 고양이는 제 삶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저한테는 중요한 존재고, 이 출판사도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죠. 

제가 잘하고 해왔던게 사진 에세이기 때문에, 저희 출판사에서는 아마 이미지가 없는 책은 내지 않을 거에요. 경험이 있는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것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로 경험담을 담은 사진 에세이, 그림책, 만화책 등 비주얼이 강화된, 소장하고 싶은 가치가 있는 그런 책을 만들고 싶어요. 

출판사를 처음 시작할 때도 고양이 책으로 대박을 쳐서 거대한 출판사가 된다거나, 이런 포부를 갖고 있진 않았어요.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관심은 있는데 잘 모르는 분들이 책을 보고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고양이와 같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간접체험을 해보실 수 있는 책을 만들려고 하고 있고요.


앞으로 어떤 책이 나올까요?

저희 집 첫째가 올해 15살이에요. 그래서 항상 노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보통 처음 키울 때는 이 고양이가 늙고, 아프고, 언젠가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잖아요. 귀여운 모습, 어리고 아직은 사랑스러운 모습만 생각하고 데려오세요. 근데 언젠가는 아프고. 돈도 많이 들고,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이 고양이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거든요. 본인이 고양이를 케어할 수 있는 돈과 시간과 마음, 그게 정말 중요한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시작하면 나중에 굉장히 불행한 사태가 오죠. 유기라던지,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고 죽는다던지. 

고양이를 아직 키울 상황이 안되는데 키우기 시작했다가 '나는 아직 아니구나' 내지는 '고양이를 키우는게 나랑은 맞지 않구나'를 깨닫는게 사실은 좀 늦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분들 케이스를 보고 '나는 아직 키우면 안되는구나'를 스스로 판단해서 다른 결정을 내리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초를 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웃음) 고양이를 잘 키우는 법에 대한 가이드북이 있는 것처럼, 아직은 키우면 안되는 사람이 키우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견본이나 지침이 필요한 거 같아요. 


내년 정도부터는 실용서도 나올 예정이에요. 노묘 케어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기획하고 만드는 책은 제가 관심이 있거나 필요한 책이에요. (제 관심사가) 저희 주 독자층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고요. 요즘은 노묘 케어 관련해서 책이 많이 나와있긴 한데, 그래도 제가 원하는 만큼의 깊이는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사실적인, 실제적인 이야기를 담은 노묘 케어에 대한 책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요. 

지속가능한 출판을 하기 위해서는 독자들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 의미있는 책을 만드는게 중요하겠죠. 일단은 책을 만드는데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똑같은 가격의 물건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이 책은 안사거든요. (웃음) 사람들이 (키링 같은 굿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근데 책의 내용으로서 그 소비의 포만감을 더 느끼실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같은 가격의 굿즈와 경쟁했을 때 '아 그래도 책을 사야지', 이런 마음이 들게끔 하는게 제 목표에요.


고경원님의 노하우로 탄생한 길고양이 사진 ⓒ고경원 (앨리스)



고양이 전문 작가의 노하우!


마지막으로 고양이 전문 작가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요! 요즘 반려견, 반려묘 사진 찍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친구네 놀러가면 꼭 찍어오는데 잘 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경원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길고양이든 집고양이든 위에서 내려 찍어요. 사람은 서있고 고양이는 바닥에 있으니까. '귀엽네' 하면서 찍는데, 그러면 각도가 사다리꼴로 되고, 사진으로 고양이랑 교감을 할 수가 없어요. 

가장 중요한건 고양이 눈 높이에 제 몸을 맞춰요. 바닥에 있으면 앉고, 누워요. (웃음) 근데 눕는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돼요. 저희집에는 치마가 없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치마 한 번 입고 그 이후에는 없어요. 이런 일을 해야되니까. 주로 땅바닥에 앉거나 눕거나 엎드리거나 해서 일단 고양이랑 눈높이를 맞춘 사진을 찍으시고요.


고양이가 멀리 있으면 보통은 '고양이다!' 하면서 달려가잖아요. 그럼 도망가요. (웃음) 고양이 입장에서는 모르는 사람인데 뭔가 들고 자기한테 오면 무섭잖아요.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일단 앉아서 전에 찍은 사진을 정리한다던지 해서 '너희한테 별로 관심없는 사람이다'라는걸 보여줘요. 행동으로. 그럼 고양이들이 도망가기도 하지만 '어 그냥 지나가는 사람인가' 하면서 (웃음) 다시 와서 자기네들끼리 놀아요. 그때 자연스러운 순간을 찍거나 하죠. 저를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시간과 여유를 두고 기다리는 편이고요.


고양이를 찍는 분들이 심심한 결과를 만드는 이유가 뭐냐면 고양이만 찍어요. 근데 그렇게 찍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이 고양이가 어떤 환경에서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사진처럼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고양이가 살아가는 환경을 보여줄 수 있는게 좋은데, 그 방법의 일환으로 멀리서도 찍고, 경계심을 풀 수 있을 때까지 언저리를 배회하거나, 덜 긴장할 때 다가가서 찍는다던지. 이런 식으로 해요. 어쨌든 얘네가 도망가버리면 사진을 못찍잖아요. 그래서 멀리서 발견했을 때 일단 몇 장 찍어요.


무서운 존재가 되면 안되고, 고양이를 놀라게 하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서 찍는다. 저는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인터뷰 내내 누군가를 정말 사랑할 때의 표정이  떠나지 않았던 경원님의 얼굴을 보며,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잠시라도 행복하기를 바랐습니다. 9월 9일 고양이의 날 행사와 야옹서가의 행보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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