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그라운드 텍스트클럽 01 <오은과 다독임> 리뷰
공공그라운드 "텍스트클럽"은 텍스트를 낭독하고, 텍스트 안팎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텍스트클럽의 멤버, '텍스트클러버'의 더 깊은 영감을 위해 책 너머 창작자의 생각과 나의 이야기까지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합니다.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텍스트를 '읽는' 일방향의 경험이 '읽고 나누는' 쌍방향의 경험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합니다.
글 | 우주
사진 | 난다 출판사, 공공그라운드
6월의 첫 목요일, 파랑새극장에서 특별한 낭독회가 열렸습니다. 바로 "텍스트클럽"입니다.
오은 시인님의 산문집 <다독임>을 사이에 두고 마음의 무게를 나누었습니다. 호스트였던 유희경 시인님과의 케미, 그리고 오은 시인님의 유머 덕분에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 번째 텍스트클럽은 '선물 받는 시간'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유희경 시인 (이하 '유'): 오은 시인이 주변 사람한테 돈을 엄청 써요. 기프티콘 전용 카드도 있어요. (웃음) 선물 사고, 술 사주고, 퍼주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오은과 친구가 됐다, 하면 다음부터는 디폴트로 선물을 받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컨셉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사연 보내주신 분, 질문해주시는 분께는 오은 시인께서 답을 드리고, 어울리는 선물을 골라드릴 거예요.
오은 시인 (이하 '오'): 네, 안녕하세요. 사실 제가 처음에는 '코로나 때문에 모객이 어려울텐데, 행사를 할 수 있겠냐'라고 했었는데요. 공격적인 홍보 덕분에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웃음) 행사 전에 선물을 다섯 개 정도 가져오라고 했는데, 제가 또 손이 크잖아요. 열몇 개가 있으니까, 질문 많이 해주세요.
텍스트클러버와 마음을 더 깊게 나누기 위해 행사를 앞두고 사연을 받았습니다. 즐거움, 희망, 두려움, 공허함, 씁쓸함 등 다양한 마음을 담은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관계 맺기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담은 사연을 읽고는 관계와 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 사람은 늘 기대되는 존재이지만, 늘 두려운 존재인 것 같아요. 여전히 두렵지만, 오히려 두려우면서도 기대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기대가 더 크기 때문에 만남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 이 분의 고민 중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 봐 겁난다는 게 있었어요.
오: 근데, 뭔가를 하면 결과가 나오잖아요. 고백 같은 거죠. '나 너 좋아해' 했을 때, '나는 널 그렇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라고 하면 실패지만 어쨌든 답을 들은 거잖아요. 이런 거랑 똑같은 거예요. 누군가랑 가까워지기 위해서,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고백이 필요한 거예요. 말이든, 편지든, 선물이든, 뭔가 보내주면 답신이 오니까요.
하지만 이런 시도를 아예 하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정체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정체된 상태가 만족스럽다면 시도를 안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가 궁금하고, 삶의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다가가고, 상처를 줄지언정 어떤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유: 동의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어떤 부분은 감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친구가 나를 아낀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다른 사람이라면 상처를 받을법한 말도 내가 좋아하는 친구니까 나한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로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것도 나름대로 다독임의 방법이겠네요.
오: 이 분께는 선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는 향기가 좋으니까, 책방 무사의 디퓨저를 드릴게요.
일상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씁쓸함에 대해 털어놓은 사연에 이어서는 즐거움과 공허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오: 지금까지 다양한 사건을 겪었는데, 상처도 받았지만 인생의 여러 국면을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때가 있기 때문에 공허함과 씁쓸함이 있는 거예요. 어떤 즐거움이나 행복이 있다는 것, 그건 공허함이나 씁쓸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24시간 내내 행복한 상태는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공허함을) 받아들이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즐거움을 쉽게 느끼는 사람은 슬픔도 쉽게 느껴요.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좋은 일에도 똑같이 행복해하지만, 나한테 나쁜 일이 닥쳤을 때는 더 많이 힘든 거예요. 하지만 그동안 내가 자라면서 쌓인 것들이 모여 '나'를 만들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해요. 다행인 것은 고통, 막막함, 공허함을 느끼는 것만큼, 그 이외의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거죠.
유: 사연 보내주신 분께서 굉장히 앞날이 창창하신데, 저희 때와는 다르게 (웃음) 생각이 깊으신 것 같네요.
오: 제가 스물두 살일 때는 오후 다섯 시쯤 술이 깼거든요. (웃음) 아무튼 이 분께는 문학 작품, 그중에서도 소설을 많이 읽으시라고 하고 싶어요. 소설을 읽으면 감정 이입이 되잖아요. 문학을 통해서 '나랑 비슷한 사람이 여기에 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확인할 수 있거든요. 소설 읽고, 일기도 쓰시라고 폴란드에서 만든 노트와 위트 앤 시니컬 연필을 선물해 드릴게요.
현장에서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오은 시인에게 '아빠'는 어떤 의미인지, 퇴사 후 쉬는 동안 어떻게 하면 더 막 살아볼 수 있을지, 어렸을 적 순수함은 어떻게 지켜가고 있으신지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계속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시인님의 입담에 한 시간 반이 무척 짧게 느껴졌습니다.
텍스트클러버의 후기도 이어졌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작가 뿐만 아니라 독자도 작가에게 텍스트를 전달하기도 한다. 진행자와 청취자로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기에 일종의 티키타카가 매력인 행사였다. (인스타그램 @book_sung)
쏟아져 나오는 고민에 대한 진심 어린 다독임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구경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인스타그램 @sooahbae)
오은 시인님의 TMI 시간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분위기가 너무 화목했으니까, 팬으로서는 그저 압도적 감사. (인스타그램 @jun_hyeok0813)
코로나19가 일상에 스며든 지금, 행사를 연다는 것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숱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애써주신 두 시인님과 난다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텍스트클러버 여러분, 모두 다정한 다독임의 시간에 흠뻑 빠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텍스트클럽을 기획한 저도 무척 벅차고 위안받는 시간이었습니다. 눈으로 따라 읽고, 귀로 듣고, 손으로 책을 쓸어보고, 웃고, 공감하고, 생각하는, 그리하여 감각하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텍스트클럽은 다음 달에도 계속됩니다. 곧 만나요!
* 현장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DDecwhu3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