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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그라운드 Dec 02. 2019

기꺼이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공공작당] 시즌3 <퇴근 후 작당: 독립출판> 프로그램 리뷰

공공그라운드 기획 프로그램 [공공작당]에서는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기꺼이 찾아 나서는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그리고 공공그라운드가 꿈꾸는 ‘미래를 위한 혁신과 새로운 시도가 자유롭게 일어나는 공간’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시즌 3은 시즌 1, 2 참여자분들께서 남겨주신 피드백을 바탕으로, 가장 인기 있었던 키워드 “워크샵”과 “독립출판”을 꼽았습니다. 회사와 집, 혹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상에 쓰고, 재구성하고, 새롭게 엮어보는 과정을 더해 보았습니다. 색다른 ‘작당’에 도전한 10주간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글, 사진 | 우주




여러분은 ‘독립출판’이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최근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나 마켓이 많아지면서, 일상에서도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저는 취향, 프로젝트, 그리고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알리고, 규칙이나 제약 없이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볼 수 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출판은 무턱대고 시작하기에는 어렵고,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하고요. ‘어떻게 하면 쉽게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 다른 생활을 더하면 어떨까?’라는 물음으로 기획한 <퇴근 후 작당: 독립출판>. 10주 간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쓰기반 수업 ⓒ 공공그라운드



쓰기반과 출판반, 그리고 종합반

요즘 독립출판 워크샵이 참 많죠. 그동안 제가 지켜봤던 수업들은 대개 쓰기반과 출판반이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에세이, 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의 쓰기를 다루기도 하고, 인디자인 사용법이나 출판 행정과 관련된 출판 수업도 열립니다.


각각의 반에서 쓰기나 출판을 집중적으로 배우기는 좋지만, 출판이라는 큰 그림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쓰는 것부터 가제본, 서점 유통 방법까지 더욱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두 가지 반을 한 코스로 기획했습니다. 물론 개별적인 배움도 중요하기에, 모든 과정을 경험하는 종합반 외에도 쓰기반과 출판반을 따로 구성했습니다.


첫 스타트를 끊은 쓰기반에서는 태재 작가와 함께 나의 일상 이야기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에세이를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스무스>를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직접 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어 망설임 없이 모셨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신작 <스무스>를 쓰며 얻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습니다. 내 생활을 들여다보고, 글맛을 살리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동기’들의 글을 함께 읽고 이야기했습니다.


4주간의 쓰기반 수업을 마친 후, 출판반에서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글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출판반 수업은 <딴짓> 매거진을 만드는 딴짓 시스터즈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5년째 매거진을 만들고 있는 팀으로, 딴짓에서 본격 업으로 전환한 팀이기에, 수강생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번의 수업을 통해 원고 교정, 책 기획, 편집, 디자인, 유통 단계의 행정 등 책이 완성되는데 필요한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알아보았습니다.


공공작당 시즌3 <퇴근 후 작당: 독립출판> 커리큘럼 ⓒ 공공그라운드



우리가 나눈 이야기

잠시 입원 생활하며 느낀 '감각'의 경험, 학교 운동장에 누워 광합성을 하던 장면, 점심시간에 받는 추나 치료, 새로운 가족을 대하는 마음, ‘아시안 집시’로 살던 몇 년 전의 기억이 모였습니다. 사소하지만 특별하고, 색다르지만 익숙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원고를 쌓았고, 의견을 나누며 점점 더 근사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근사하다’는 단어에 대한 태재 작가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태재 작가는 에세이의 표현을 예로 들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문장이 ‘근사해질 때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흔히 ‘멋있다’, ‘훌륭하다’와 비슷한 뜻으로 사용하는 ‘근사하다’라는 단어는 사실 ‘거의 같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수학책에서 자주 만났던 ‘근사값’의 ‘근사’!)


이번 과정은 독립출판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분들께, 그리고 독립출판의 A to Z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되는 워크샵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 출판하고 유통하는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께서 종합반을 수강하셨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해보고 싶었던 것이어서 찾아오시기도 했고, 남편의 책을 직접 만들어주고 싶은 분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습니다.


출판반 수업 ⓒ 공공그라운드



열 번째 교실 문을 닫으며

많은 분께서 ‘경험에서 얻은 디테일’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얻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쓰기반과 출판반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 진짜 독립출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딱 맞았다고 생각한다”라는 후기도 받았습니다. 각각의 반에서 진행된 수업도 모두 알찼고, “나도 출판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꼭 출판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의지도 전해주셨습니다.


글을 쓰면 스스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게 되고, 어떤 이유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명료하게 알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이해할지 고민하며 단어를 고르는 작업, 그리고 내가 선택한 주제를 어떻게 보여줄지 생각하는 과정도 일상을 좀 더 섬세하게 바라보는 기회가 됩니다.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 텍스트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시대에서도 텍스트가 힘을 잃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수업 장소로 쓰였던 001테라스 ⓒ 공공그라운드


공공작당의 문을 두드려주신 분들께서 반드시 결과물을 내야 하는 수업이 아닌, 재미난 작당을 시도한다는 느낌으로 방문해주시기를 바랐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일상적이지 않은 활동을 하면서 작은 활력을 찾기를, 그리고 지금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즐거움도 얻어가시기를 바랐습니다. 감사하게도 “단 4회 만에 동기분들과 글을 통해 가까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씀해주실 만큼 두 반 모두 따뜻했습니다.


퇴근 후 단 두시간이었지만, 누군가와 경쟁하거나 비교할 필요 없이,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결과물로 ‘뭐든지 해볼 수 있는 사람’, '기꺼이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찾으셨기를 바랍니다.


공공작당은 앞으로도 더 새롭고, 도전적인 실험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시즌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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