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과 마음을 안아주는 시간
오늘은 오래간만에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뜬다. 새벽 5시, 알람도 울리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묘하게 개운하다. "언제부터 이런 여유를 잊고 살았던가. 차에 오르며 불현듯 떠오른다.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도 어딘가로 서두르고 있을 텐데, 오늘만큼은 목적지가 없다. 어디론가 향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그저 도로를 따라 흘러가고 싶다. 시내를 벗어나 외곽 도로로 접어들자, 세상이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24시간 환하게 빛나는 간판들, 잠들지 않는 편의점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음들... 잠들지 않는 도시의 리듬이 멀어질수록, 나는 점점 나 자신에게 가까워졌다. 고속도로의 가로등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제야 느낀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정작 나만 멈춰 서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기계는 피로하지 않다. 그저 고장 날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사람은 지친다.
바로 그 차이가 인간과 기계를 나누는 경계다.
그리고 나는, 그 차이 속에서 조용히 멈춰 서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일을 한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복사본처럼 느껴진다. 월요일과 금요일의 차이도, 봄과 가을의 구분도 흐릿해진다.우리는 이것을 일상이라 부른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일상이란 원래 이렇게 메마른 것이었을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때는 매일이 달랐다. 작은 발견들이 있었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움직였다. 길가의 꽃 한 송이에 멈춰 서기도 하고, 하늘의 구름 모양을 보며 상상에 잠기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부터 그런 여유를 잃어버린 걸까. ‘해야 할 일’만을 기억하고 ‘느껴야 할 순간들은" 잊고 살았다. 속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마음은 점점 뒤처졌다. 감정은 비효율적이라 여기고, 멈춤은 게으름이라 단정 짓는다. 하지만 기계와 달리, 우리에게는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그 마음이 지금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기계가 고장 나면 원인이 명확하다. 부품을 교체하거나 프로그램을 재설치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사람이 무너질 때는 다르다. 몇 해 전, 나는 처음으로 '번아웃'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은 일어나라고 하는데 마음이 도무지 따라주지 않았다. 좋아하던 일에 대한 열정도,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심지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조차 사라졌다.
그제야 비로소 이해했다. 인간의 피로는 기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우리의 피로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고, 관계와 얽혀 있으며, 의미와 맞닿아 있다. "그것은 단순히 에너지가 소진된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가 흐려진 상태였다.” 기계는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지도, 외로움을 느끼지도, 무력감에 빠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지친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감정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서...
회복이란 참 신비로운 일이다. 어제까지 무너져 있던 마음이 오늘은 이미 회복되고 있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공원을 산책했다.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걷는 모습, 노인들이 느릿느릿 대화를 나누는 모습. 모두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계적 효율을 좇기보다는 인간적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지칠 수 있고, 무너질 수 있으며, 다시 일어설 수도 있는 존재다. 피로하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지친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는 신호다.
이제는 안다. 기계가 될 수 없는 존재로서 우리가 가진 것은 약점이 아니라 특권이라는 것을. 느끼고, 공감하며,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우리만이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지칠 것이다. 하지만 내일도 나는 회복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핵심 메시지
현대 사회의 기계적 효율성 추구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피로와 소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색한 글입니다. 기계와 인간의 근본적 차이를 통해 우리의 피로가 단순한 에너지 부족이 아닌 존재론적 공허함임을 성찰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만의 특권이자 회복의 원동력임을 전합니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보편적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기계의 속도가 아닌 인간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친마음 #현대사회 #인간과기계 #삶의속도 #회복의시간 #존재의의미 #느린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