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도서관 투어 #1
마산은 통합 창원시가 되기 전,
유서 깊은 도시였다.
창동은 문화의 거리였고
오동동은 젊은이의 거리였다.
마산어시장과 부림시장, 합성동은
사람과 물건과 이야기로 가득한 번화가였다.
그러나 자유수출지역의 쇠퇴 이후
도시는 천천히 나이를 먹었다.
젊은 인구는 줄고
시장은 노령화되었다.
그 가운데,
부림시장 지하상가 한 켠에
부림희망작은도서관이 있다.
2012년 6월 1일 개관.
창원시 통합(2010년 7월 1일) 이후
시장이 다시 숨을 고르는 시기에 문을 열었다.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대로 지하351, 부림지하상가내(나11)
[부림희망도서관 위치]
상가 통로 양옆으로 상점이 이어지고
그 사이 유리문 하나.
“부림 희망 도서관”이라는 금색 글자가
조용히 걸려 있다.
처음 오는 사람은
서점인가 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문을 열면
1980년대 학교도서관을 닮은 공간이 펼쳐진다.
서가와 몇 개의 테이블.
화려한 리모델링도, 세련된 인테리어도 없다.
그러나 책은 빽빽하다.
창원시가 운영하는 공립 작은도서관이라
사서 인건비, 운영비, 도서구입비가 확보되어 있고
신간은 꾸준히 들어온다.
[서가와 어린이만화코너 및 테이블]
상호대차 시스템도 연결되어 있어
인근 도서관 책을 받아볼 수도 있다.
작지만 기능은 온전하다.
이곳의 가장 특이한 공간은 ‘만화관’이다.
1990년대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던 분이
당시 인기 만화책을 기증했다 한다.
무협지, 둘리, 검정고무신…
지금은 절판되어 다시 구하기 어려운 책들.
이 공간의 이용자는
5·60대에서 70대, 80대까지.
[부림희망도서관만화관]
이곳에서 만화는
오락이 아니라
기억의 매체다.
다만 아직 목록 시스템에 완전히 구축되지 않아
수기로 관리되는 부분이 있다.
이 공간의 정체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점심시간 전후 두 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이용자는 끊이지 않았다.
책을 반납하고 빌려가는 주민,
아이 책을 고르는 주부,
만화책을 찾는 노인.
시장 상인에게는
배달도 한다고 했다.
장 보러 왔다가 책을 빌리고,
상호대차 책을 찾으러 들르고.
이곳은
‘독서 문화 공간’이 아니라
생활 동선 안에 있는 도서관이다.
공공도서관의 본질은
아마 이런 곳에 있다.
올해 졸업한, 만학도 출신 사서.
도서관 취업을 목표로 입학했고
이곳이 첫 직장이다.
올해는 토요일 상가 광장에서
북버스킹도 계획 중이라 한다.
시장 상인과 소통하며
공공성의 원칙은 지키되
도서관이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한다는,
특정인의 친목 공간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고민하고 있다.
나는 그 균형 감각이
이미 사서의 자질이라 생각했다.
도시는 늙어가지만
도서관은 기능한다.
작지만 꼭 필요한 곳.
시장 속 공공성의 마지막 거점.
부림희망작은도서관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지역의 추억과 현재와 미래를
조용히 이어 붙이고 있다.
도서관은
건물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시장 통로를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책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부림희망작은도서관은
크지도 않고,
현대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구식이다.
그래서인지 사라져가는
인간미, 옛 추억을 소환시킨다.
이곳에는
여전히 책을 빌리는 손이 있고
만화를 넘기는 손이 있고
장을 보고 돌아오다 잠시 들르는 발걸음이 있다.
도서관은
도시를 바꾸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조용히 붙들고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도서관 투어를 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제자가 근무하는 작은 도서관을
조용히 둘러보고 오려 했다.
그런데
부림희망작은도서관을 마주한 순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될 마음이 생겼다.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책으로 지켜내는 도서관과,
시장 상인들과 조용히 소통하며
화려하지 않은 자리에서
자기 몫을 성실히 감당하는 젊은 사서.
그 모습이
도서관 이름처럼
희망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도서관을,
이런 사서를 만나면
나는 계속 소개할 것입니다.